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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당내경선도 직접투표 원칙 지켜야..대리투표 위법"(종합)
"헌법, 공선법, 정당법 해석상 비례대표 당내경선도 적용 명백"
"통진당 내규 자체도 대리투표 금지..선거권자 진의 왜곡 우려"
2013-11-28 19:47:29 2013-11-28 19:51:10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지난 19대 총선을 앞두고 실시된 통합진보당 당내경선 온라인 전자투표에서 대리투표를 한 통진당원들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앞서 같은 사건을 두고 유무죄가 엇갈린 하급심에 대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송경근 부장판사)는 지난달 8일 "당내 경선에는 직접 투표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진보당 당원 45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으나 10여일 뒤 광주지법에서는 같은 사건에 대해 이와는 반대로 유죄가 선고돼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이후 선고되는 하급심에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이날 진보당 경선에서 대리투표를 한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된 백모씨(53)와 이모씨(39)에 대한 상고심에서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사건에서의 쟁점은 당내경선에도 일반선거의 원칙이 적용되는지 여부와 전자투표에서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위계'가 성립되는지 여부였다. 대법원은 두 쟁점 모두 긍정했다.
 
백씨 등은 항소심에서 "당내 경선에서는 헌법상 보통, 평등, 직접, 비밀선거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볼 수 없고, 대리투표를 금지하는 공직선거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통합진보당의 당규에 온라인상 대리투표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으므로 당내 경선에서 온라인 대리투표는 허용되고, 통합진보당 내에서 대리투표가 묵인되어 왔으므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상대방의 오인, 착각 또는 부지라는 개념이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헌법과 정당법, 통진당 당규를 들어 적용이 된다고 판시, 백씨 등의 주장을 정면으로 배척했다.
 
◇대법원 전경(사진=대법원)
 
재판부는 우선 "헌법 41조 1항은 '국회는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된 국회의원으로 구성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공직선거법 146조 2항은 '투표는 직접 또는 우편으로 하되, 1인 1표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며 "이는 대의민주주의 선거에 있어서 선거권자 누구나 똑같은 가치의 선거권을 행사하는 보통·직접·평등·비밀선거가 원칙임을 천명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을 확정하기 위한 당내경선은 정당의 대표자나 대의원을 선출하는 절차와 달리 국회의원 당선으로 연결될 수 있는 중요한 절차로서 직접투표의 원칙이 경선절차의 민주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라고 밝혀 당내 경선에도 일반선거의 원칙이 직접 적용된다고 못박았다.
 
재판부는 또 "정당법 32조는 대의기관의 결의 등에서 대리인에 의한 의결이 금지됨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이런 정신은 그보다 가치가 낮다고 할 수 없는 비례대표 후보자 선출을 위한 당내경선에도 유추된다"고 밝혔다. 대리투표 금지라는 일반 선거의 원칙이 당내경선에서도 지켜져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재판부는 통진당의 당규를 해석해 봐도 대리투표 금지 등 일반선거의 원칙이 경선에 적용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통합진보당이 국회의원 비례대표 선출을 위해 경선제도를 도입한 목적은 당규 3호 '선거관리위원회 및 선거관리 규정' 1조에서 밝히고 있듯이 비례대표 후보자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선정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당규 9장 투표 37조(투표종류 및 방법)에서 직접투표(현장투표)의 경우 대리투표가 금지됨을 명시적으로 선언하고 있다"며 "인터넷전자투표시스템을 이용한 전자투표를 하려면 시스템에 접속하는 과정과 후보자를 선택해 클릭하는 과정에서 당원명부에 등록된 휴대전화로 전송받은 고유인증번호를 2차례 시스템에 입력해야 하는데 이는 한 사람이 여러 번 투표권을 행사하거나 대리투표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선거권자가 특정 후보자에 대한 투표를 위임하는 대리투표에서도 선거권자의 진정한 의사를 왜곡할 위험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하면서 통진당의 당규 중 투표에 관한 규정 역시 이같은 우려를 전제로 대리투표를 금지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전자투표상에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분명하게 긍정했다.
 
재판부는 먼저 "업무방해죄는 '위계'의 상대방이 오인, 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켜 업무가 방해되는 결과가 반드시 일어나야 할 필요는 없고, 그런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하면 성립한다"고 밝혔다.
 
또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정보를 입력하는 등의 행위가 입력된 정보 등을 바탕으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의 오인, 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킬 목적으로 행해진 경우에는 그 행위가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을 직접적인 대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고 해서 위계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백씨 등의 대리투표 행위는 당내 경선업무에 참여하거나 관여한 여러 통합진보당 관계자들로 하여금 비례대표 후보자의 지지율 등에 관한 사실관계를 오인, 착각하도록 해 경선업무의 적정성이나 공정성을 방해한 것"이라며, "같은 취지로 유죄를 인정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한편, 28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통진당 당내경선 과정에서 업무방해 등으로 기소된 사람은 총 510명에 달한다. 이 중 18명이 확정판결을 받았고 나머지 492명이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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