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우리 퀵은 지금 특수고용노동자잖아요. 아니, 입법부에 있는 분들은 노동자란 말 안 쓰고 뭐라더라,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우리 앞에 왜 '특수'라는 말이 붙어야 하는지 답답합니다.
퀵서비스 기사는 법적으로 누가 보호해주질 않잖아요. 노동자라면 노동법을 적용해줘야 하고 자영업자라면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게 해줘야 하는데 헷갈리게 특수고용노동자니 뭐니 해서 둘 다 안 해주잖아요.
퀵서비스 기사는 뭐든 자기가 책임을 져야 해요. 사고가 나도 업체는 빠지고 기사가 알아서 해결해야 하고 다치면 그때부터 그냥 실업자가 되는 거고요." (퀵서비스 기사 양용민씨)
"과로로 죽는 경우도 있어. 도착해서 짐을 하차하려고 하는데 트레일러 줄이 길면 기사들은 어디 나가서 제대로 쉬지 못하고 차안에서 핸들에 다리 올려놓고 자.
그런데 더러운 놈의 와꾸들이 자는 놈을 안 깨워줘. 그 놈이 졸다가 하차 차례를 건너뛰면 자기 차례가 조금 빨리 오니까. 그렇지만 우리는 양심상 또 화물연대까지 했는데 그거 그냥 지나치면 안 되잖아.
그래서 '야 일어나' 하고 가서 흔들어보면 죽어 있어. 핸들에 다리 올려놓고 그대로 죽어 있는 거지. 뺨 때려가면서 20시간 이상 운행하고 잠깐 쉰다고 눈 붙였다가 그대로 죽은 거야." (화물트레일러 기사 윤정구씨)
"간병인은 일 끝나면 일당 받은 거랑 일한 거 확인서를 수간호사님들한테 갖다드리고 나가요. 일주일 다 끝나고 나면 이렇게 환자한테 받았다고 쪽지를 보여드려야 해요. 병원에서는 간호사가 간병인들 교욱도 시키게 하고요. 일당도 올리려면 병원이랑 협상을 해야 해요.
이상하게 돼 있죠? 저희 요구는 병원에서 간병인을 직접고용하고 산재보험 적용해주고 우리를 노동자로 봐주는 거예요." (간병인 김수란씨)
'특수고용'이라는 이름에서 무엇이 떠오르는가? 특수한 일에 고용된 사람, 즉 특수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특수고용 노동자는 우리와 다를 바 없는 '노동'을 하고 있다.
학습지 교사, 화물트레일러 기사, 퀵서비스 기사, 보험설계사, 요쿠르트 판매원, 채권추심원, 대리운전 기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간병인, 헤어디자이너, 방송구성작가 등이 '특고'로 줄여부르는 이들, 특수고용노동자다.
그런데 대체 뭐가 '특수'하다는 걸까? 책은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자본에 의해 전략적으로 제기된 새로운 종류의 노동력 상품."
덧붙여 산업화시대의 근로계약관계에 비해 이들은 두 가지 측면에서 새롭다고 덧붙인다.
먼저 노동법에 잘 포착되지 않는 점, 그리고 노동자 스스로 자기착취가 가능하도록 고안돼 있는 점. 바로 이 점 때문에 이윤 추구를 최우선 순위에 놓는 자본권력 입장에선 매력적 착취대상이라고 책은 설명한다.
물론 이는 형이상학적 분석으로 특수고용노동자를 둘러싼 현실의 쟁점은 '노동법에 포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불거진다.
당사자는 스스로를 '노동자'라 여기는데 이들을 관리하는 측에선 '노동자성'을 부인하고 있는 현실, 이런 모순이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특수고용노동자'란 이름도 노동자와 사장님 사이 어딘가에 있는 것 같다고 붙여졌지만 이들은 정작 임금노동자로도, 자영업자로도 인정받지 못해서 제도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상태다.
노동법을 적용받지 못한다는 건 단결권을 비롯한 노동 3권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의 4대 보험 혜택에서 배제된다는 걸 의미한다.
실제 국민권익위원회의 지난해 자료 등을 살펴본 결과 국민연금 가입율이 정규직 97.2%, 비정규직 33.7%, 특고 4.7%로 나타났다. 퇴직금을 지급받은 비율도 정규직 99.2%, 비정규직 32.4%, 특고 3.1%로 조사됐다.
심지어 시간외수당을 받고 있는 특수고용노동자는 0.6%에 그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차별에 우열을 가르는 건 의미 없지만 만에 하나 순위를 매기는 게 가능하다면, 특수고용노동자는 비정규직노동자 보다 훨씬 열악한 처지에 놓여 있는 셈이 된다.
'사실상의 고용주'가 이들을 해고하는 데는, '경영상 긴박한 이유'를 들 필요도 없다. 그냥 자르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특수고용노동자 11명의 생생한 육성을 통해 이들이 발 딛고 선 현실을 고발한다. 연구진은 책을 기획하고 내는 데 3년이 걸렸다고 밝혔다.
먼저 성별과 연령대에 따라 대표성을 띤 특수고용직종을 선별해서 취재에 나섰고 취재원이 구술한 내용을 토대로 다섯 개의 키워드로 정리해냈다.
이 가운데 주목되는 키워드는 특수고용노동자의 '주관적 정체성'에 관한 부분이다.
책은 이들이 "발버둥치지 않으면 가라앉는 불안정한 기반에 서 있다"는 점을 보여주면서도, 이런 식의 '노동중독' 혹은 '자기착취'는 특수고용노동자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오늘날 보편적이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이른바 '법 제도 개선'으론 궁극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물론 '특수'라는 수식어가 붙은 그들에게 어엿한 노동자의 권리를 찾아주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건 누구라도 '특수'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회질서를 만드는 것이다.
책은 노동법이 포괄하는 노동자와 사용자의 범위를 현실에 맞게 확대하고, 기업에는 공동체 발전을 위한 사회적 책임을 환기시켜야 하며, 사회복지와 사회안전망을 더 광범하게 적용하도록 정치권력에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더불어 자본을 제어할 수 있도록 사회시스템을 재구성 해야 한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