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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기금 수혜자 21만명..도덕적해이 못 막나
카드업계 "행복기금 빌미로 고의 연체자 상당수"
'카드대란' 거울삼아 정책실패 반복 말아야
2013-11-06 16:07:35 2013-11-06 16:11:16
[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국민행복기금을 금융채무불이행자 문제해결을 위한 만능처방전으로 오해해선 안된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4일 행복기금 성과점검 세미나에서 했던 말이다.
 
지난달 31일을 끝으로 개별신청이 마감된 후 제도 도입초기 제기됐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한 카드사 채권추심 담당자는 "소액의 채무자 중 상당수는 국민행복기금을 핑계로 상환을 늦춘 사례가 있다"며 "독촉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연체채권으로 분류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충분한 변제능력이 있지만 제도를 이용해 채무조정을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카드대출 연체율 급증..행복기금 '노림수' 배제 못해
 
금융권 일각에선 카드대출 연체율의 급격한 상승을 도덕적해이를 방증하는 사례로 꼽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업카드사의 지난 6월말 기준 카드론 연체율은 2.91%로 지난해 말(2.63%)로 0.28%포인트(p) 상승했다.
 
지난해 말 연체율이 2010년말 보다 0.03%p 오른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올 들어 연체율 상승 속도는 가파른 상승세다. 현금서비스 연체율도 3.42%로 지난해 말(3.24%)보다 올랐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체율 상승이 경기악화와 가계부채 증가 때문인 것도 맞지만 채무자들의 부채 상환 의지가 저하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행복기금 대상자에 해당되지 않으면서 카드론, 현금서비스를 연체한 뒤 무작정 갚지 않은 경우도 일부 있다"고 덧붙였다.
 
 
◇2003년 '카드대란' 다시 떠올려야
 
서울 A대학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 2003년 전후로 벌어졌던 카드대란를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는 말도 전했다. 2002년 개인워크아웃 제도가 처음 도입된 후 카드 연체율이 28%까지 급등했고 다음해 카드대란의 도화선이 됐다.
 
그는 "당시 신용카드 빚이 많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 '신용회복위원회'를 설치했다"며 "정부에서는 개인 채무조정의 마지막 정책이라고 공언했지만 그 해 말 배드뱅크 제도가 또다시 발표됐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채무자들 사이에 '기다리면 더 좋은 조건이 나오는 구나' 하는 기대감이 형성됐다는 얘기다.
 
이어 더 강력한 행복기금이 출범했지만 역설적으로 왜 그 프로그램들이 실패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말도 더했다.
  
◇일방적 채무 탕감보다 상환능력 키워야
 
정부가 채무자들의 상환능력을 키우기 위해 국민행복기금과 연계된 '취업 성공 패키지'를 마련했지만 반응은 신통찮다.
 
신청자는 21만명의 채무조정 대상자 중 856명에 그쳤다. 중소기업청이 실시하는 '창업교육 프로그램' 수료인원도 20명에 불과하다.
 
금융권 관계자와 학계 전문가들은 행복기금이 기존 채무조정 프로그램처럼 실효성 없는 '빚잔치'로 끝나지 않으려면 채무를 갚을 수 있는 실질적인 능력을 키워주는 게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금의 부실을 막기 위해서라도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통한 소득향상이 우선돼야 한다"며 "잡은 물고기를 주는 것보다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빚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게 하는 바른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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