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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불공정' 방점 文 초강수 배경은?
2013-10-23 16:22:57 2013-10-23 16:26:34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23일 "지난 대선은 불공정했다"면서 "미리 알았든 몰랐든 박근혜 대통령은 그 수혜자"라고 초강수를 던짐으로써 정국이 또 한 번 요동칠 조짐이다.
 
문 의원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지난 대선의 불공정과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며 "박 대통령의 결단만이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촉구했다.
 
◇朴과 겨뤘던 文의 초강수..배경은?
 
보수와 진보의 사상 유례없는 대회전이 펼쳐졌던 18대 대선에서 야권의 단일 후보로 박 대통령과 맞섰던 문 의원이 선거의 불공정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새누리당이 연일 민주당을 향해 '대선 불복론'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고 있는 상황에서 문 의원의 직격탄이 나온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문 의원이 "대선 불공정" 및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말한 것은 새누리당 정권의 국가기관들이 전방위적으로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최근 잇따라 불거진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미 국가정보원과 경찰은 대선 개입 혐의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결과보고서 채택에는 실패했지만 헌정사 최초의 국정원 국정조사도 실시된 바 있다.
 
국정원은 지난 대선 전 인터넷 게시글과 댓글 및 찬반 의견 표시 행위, 그리고 이보다 훨씬 더 대규모의 트위터 활동을 통해 여론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대선 사흘 전 "국정원의 댓글 흔적을 찾지 못했다"는 거짓 브리핑을 감행했다.
 
여기에 박근혜 정부 첫 국정감사에서 국군 사이버사령부 소속 요원들이 북한이 아닌 우리 국민을 상대로 심리전을 펼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방부 자체 조사에서 일부가 사실로 확인된 상황이며, 야권은 이보다 더 광범위한 조직적 개입이 있었을 것이라 의심하고 있다.
 
점입가경으로 국가보훈처는 지난해 19대 총선 직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는 내용의 특강을 가져 논란을 일으켰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의 수사를 지휘했던 윤석열 검사는 외압을 폭로하며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지목하기도 했다.
 
이처럼 관권선거의 정황이 뚜렷해진 가운데 문 의원의 성명이 나왔다. 문 의원은 "다음 대선에서도 국가기관이 동원되는 선거가 되면 안 된다"면서 "국가기관들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선 '불복' 아닌 '불공정'에 방점..공은 朴에게
 
문 의원은 성명서 내용이 알려진 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제 김한길 대표도 선거를 다시 하자는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밝혔다"는 말로 대선 불복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대신 그는 '불공정'에 방점을 찍었다. 문 의원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국가기관들이 광범위하게 선거에 개입했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드러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렇다면 그 영향이 어느 정도였던 간에 지난 대선이 불공정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면서 "또 박 대통령이 그것을 알았든 몰랐든 수혜자라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라는 인식을 보였다.
 
이는 대선 '과정'과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으로 박 대통령이 '결과'만을 바라보고 있는 것과 배치되는 시선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9월 여야 대표와의 3자 회담에서 김한길 민주당 대표에게 "제가 댓글 때문에 대통령 됐다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국정원 등 새누리당 정권의 국가기관들이 대선에 개입해 민주주의 '절차'가 훼손됐다는 점은 간과한 채 그에 따른 '결과'에는 문제가 없다는 박 대통령의 인식이 드러난 셈이다.
 
이에 대해 문 의원은 "사실을 대통령께서 직시해야 된다"면서 "그것을 직시하는 위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지는 것이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지금까지 박 대통령은 상관없는 문제, 모르는 문제로 회피하고 계신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정부여당의 '대선 불복론'에 대해선 "왜 자꾸 불복을 말하며 국민들과 야당의 입을 막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그러니까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금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은 박 대통령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문 의원은 후폭풍이 엄청날 수밖에 없는 불복과는 선을 그으면서도, 불공정에 방점을 찍어 박 대통령을 직접 압박하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향후 박근혜 정부에서 치러질 선거에 국가기관의 개입이 재발되는 일을 방지해야 한다는 의도 역시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문 의원이 전면에 나서 넘긴 공을 받게 된 박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표명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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