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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초점)美 예산안 합의 불발..연방정부 17년만의 '셧다운'
2013-10-01 20:22:53 2013-10-01 20:26:38
[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앵커: 미국 의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합의가 불발되면서 끝내 연방 정부의 업무가 중단되는 셧다운을 맞이했습니다. 그간의 상황과 앞으로의 전망, 취재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국제부 김진양 기자 나왔습니다. 국제부 김진양 기자 나왔습니다.
 
김기자, 미국이 결국은 정부 폐쇄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맞이했어요, 협상 마감 시한까지 치열한 공방이 계속됐다는데, 상황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미국 현지 시간으로 30일 자정, 우리시간으로는 오늘 오후 1시를 기해 미국 연방 정부가 업무 중단을 의미하는 셧다운에 돌입했습니다. 1일부터 시작되는 2014 회계연도의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지난 1996년 이후 17년만입니다.
 
지난 몇일 간 미국 상원과 하원은 예산안 합의를 두고 강한 기싸움을 벌였는데요, 공화당이 주를 이룬 하원에서 수정안을 만들어 통과시키면 민주당이 다수를 이루는 상원이 이를 거부하고 다시 하원으로 송부시키는 모습들이 여러번 반복됐습니다.
 
앞서 지난 20일 공화당은 오바마케어 관련 예산을 모두 삭제한 예산안을 통과시켜 상원에 넘겼고, 이에 상원은 오바마케어 예산을 되살린 잠정 예산안을 하원에 보냈습니다.
 
이후 하원은 협상 마감 하루 전 오바마케어 시행을 1년 연기하는 내용을 담은 수정안을 다시 통과시켰지만 상원은 오바마케어를 포기할 수 없다며 이를 부결시켰습니다. 마감 시한을 불과 세시간 앞뒀던 이날 저녁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셧다운은 의회가 새로운 해결점을 마련할 때까지 계속될 전망인데요, 짧으면 몇 일에서 길면 수 주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이날 자정까지 치열한 공방을 벌인 미 의회는 내일 오전 9시30분 상원의 소집으로 재개됩니다.
 
앵커: 의회에서 예산안을 두고 대립을 했던 이유가 바로 '오바마 케어'인 것 같은데요, 도대체 오바마케어가 뭐길래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겁니까?
 
기자: 네. 오바마케어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복지 정책 핵심으로 꼽히는 것으로 건강보험 개혁 법안을 가르키는 말입니다. 오는 2014년까지 미국 국민이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개인이나 고용주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입니다.
 
미국 정부는 중산층과 저소득층, 소규모 사업체에는 보험료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일정한 수준의 세액 공제 혜택을 부여한다고도 설명했는데요, 의회예산국은 오바마케어 시행을 위한 정부 지출이 올해부터 10년간 총 1조76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보수 진영에서는 '사회주의 실험'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는데요, 공화당은 정부 지출이 늘어나고 벌금 부과로 기업 부담이 커진다며 오바마케어 시행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어쨋든 정부는 업무 중단에 들어가게 된건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들이 중단되나요?
 
기자: 네. 앞서 언급한 대로 미국 연방 정부는 우리시간으로 오늘 오후 한시, 셧다운을 맞이했습니다.
 
이에 따라 우선 약 80만명의 연방 정부 공무원들이 무급 휴가에 들어가는데요, 이들의 업무 공백으로 국립공원이나 국립박물관 등 국가 시설도 잠정적으로 폐쇄됩니다.
 
다만 국가 경비나 해외 파병 군인 근무 등 국방이나 치안을 위한 업무, 그리고 항공 교통관제, 우편서비스 등 필수 업무는 지속됩니다.
 
미국 정부의 셧다운은 각종 경제지표 발표도 중단시킬 수 있는데요, 가장 먼저 오는 금요일 밤 발표 예정인 9월의 고용보고서가 불발될 수 있습니다. 미국의 고용지표가 연준의 테이퍼링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인 만큼 미국의 출구전략 시기 조절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앵커: 정부의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외한 모든 것이 중단된다는 것인데요, 그렇다면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겠네요?
 
기자: 네. 다수의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 폐쇄로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셧다운 기간이 2주 정도 이어질 경우 경제성장률이 0.3%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으며 3주에서 4주가량 지속될 시에는 4분기 GDP가 1.4% 증가에 그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시장 조사업체인 IHS는 연방정부의 일시 기능 중단으로 매일 최소 3억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는데요,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은 신규 프로젝트 착수에 주저할 것이고, 개인들은 지출보다는 저축에 보다 주목할 것이란 설명입니다.
 
무엇보다도 연방 정부 공무원 등의 임금 지급이 중단되며 가계 소비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가장 큰 상황인데요, 미국 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이르는 등 그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앵커: 금융 시장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데요, 전망 어떻습니까?
 
기자: 네. 말씀하신대로 이날 증시와 채권, 환율 시장은 모두 미국 정부의 셧다운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오늘 새벽 셧다운이 임박했던 상황에서 마감된 뉴욕 증시는 1% 안쪽의 낙폭을 기록했고요, 달러는 소폭의 약세를 나타냈습니다. 미국 국채 가격도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연방 정부의 폐쇄 기간 중 S&P500지수의 지수 평균 하락률은 2.5%에 불과했고, 폐쇄 기간이 짧아질 수록 증시의 하락폭도 적었습니다. 이 같은 기대감때문인지 셧다운이 현실화된 후 S&P500 지수 선물은 강보합권에서 거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 정부 폐쇄라는 상황보다는 연준의 통화정책이라든지, 미국의 경제지표, 3분기 어닝시즌 성적 등 다른 요인들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는데요, 이들이 증시에 악재가 될 경우 S&P500 지수를 기준으로 주가는 1500포인트대까지 밀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견했습니다.
 
채권 시장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데요, 정부 폐쇄 기간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미국 국채 가격은 3거래일만에 처음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앵커: 이 밖에 또 짚어봐야 할 문제들이 있을까요?
 
기자: 네. 이번 예산안 협상 불발과 함께 시장의 관심을 끄는 것은 현재 16조7000억달러인 부채 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문제입니다.
  
현재 정치권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 중 예산안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이 부채한도 증액인데요, 이달 중순이면 재무부의 현금 보유고가 바닥이 나기 때문에 부채 한도를 늘리지 않을 경우 미국은 국가 부도를 의미하는 디폴트에 빠질 수 있습니다.
 
다만 문제는 공화당이 이 문제를 오바마케어와 연계시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이 국가 부채 문제에 대해 협상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음에도 합의가 어려울 것으로 점쳐지는데요, 만약 미국 의회가 부채한도 조정에 실패할 경우 무디스와 피치 등 신용평가사들은 등급을 하향조정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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