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경 기류 감지되는 민주당, 문재인 촛불 들까
소득 없는 국조 종료로 민주당내 강경론 비등..지도부 고심
2013-08-22 17:39:12 2013-08-22 17:42:23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국정조사의 소득 없는 종료로 출구전략을 놓고 고심 중인 민주당 내부에서 초강경 기류가 감지되면서 문재인 의원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주말 장외투쟁 참여를 막판까지 고심했던 문 의원이 23일 국조 종료일에 개최되는 촛불집회에 전격 합류할 경우 정국은 또 한 번 요동칠 전망이다.
 
◇국정조사 종료 후속책 강경론 비등..文 장외투쟁 합류?
 
김한길 대표는 22일 향후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의원총회에서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당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 대표인 저부터 민주주의 회복에 정치 명운을 걸겠다"며 고강도 방침을 예고했다.
 
이어 전병원 원내대표도 "광장도 올인, 국회도 올인한다는 사즉생의 결의와 국정원 개혁에 명운을 걸겠다는 각오", "불법 대선 개입의 공작 규명 책임자 처벌과 대통령 사과는 결코 물러설 수 없는 국민의 명령이고 반드시 관철해야 할 민주당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21일 있었던 원내대표단·상임위원장 및 간사단 연석회의 역시 단식투쟁을 비롯해 의원직 총사퇴론까지 언급되는 등 민주당 내부에서는 강경론이 대세를 이루는 분위기다.
 
이에 "국조가 끝났으니 국회로 돌아와 민생을 챙기라"는 새누리당의 연일된 압박을 반격하기 위해서라도 문 의원이 거리정치의 전면에 등장할 시점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앞서 문 의원은 당내 여러 인사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17일 행사에는 불참한 바 있다. 대신 18일 고 김대중 대통령 서거 4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장외투쟁 국면의 침묵을 깨고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주문하는 목소리를 냈다.
 
(사진=박수현 기자)
 
문 의원은 이날 "지금 상황을 풀 수 있는 분은 박 대통령밖에 없다"면서 박 대통령의 사과와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을 요구했다. 사실상 성과 없이 끝이 난 국조와 관련해선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렇지만 "장외투쟁에 함께 참여하지 못한 것은 생각이 달라서가 아니라, 제가 대선 후보였기 때문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 혹여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그분들의 노력에 부담이 될까 염려해서"라는 문 의원의 말 속에 그가 쉽사리 움직일 수 없는 이유가 담겨 있다.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과 자웅을 겨룬 문 의원이 촛불을 드는 모습이 정부여당의 대선 불복 공세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22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민주당은 공식적으로 대선 불복이 아니라면서 박 대통령이 부정선거로 당선됐으니 책임지라는 톤"이라 비판한 것도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초강경 감지되던 민주당, 일단 '원내외 병행'만 재확인
 
이 때문에 지도부의 강경한 발언이 나왔던 민주당 의총에서는 특검 추진이나 초강경 장외투쟁 결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민주당은 원내외 병행투쟁을 재확인하면서 향후 행보를 지도부에 위임하기로 결정해  김 대표의 결단이 주목된다.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비공개 의총에서 16명 의원들이 발언했고, 원내외 병행투쟁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말씀하셨다"면서 "민주당은 다시 한 번 강력한 원내외 병행투쟁의 의지를 다짐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원외투쟁과 더불어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정기국회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결기 있는 민주당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며 국민께 동참하는 모습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잘 듣고 국정운영에 참여해야 한다", "원내외 병행투쟁으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워야 한다"는 정도의 논의가 오갔다.
 
이 원내대변인은 "처음부터 원내외 병행투쟁 의사를 밝힌 만큼 국회와 시청에서 더 강력히 투쟁할 것이며, 정기국회와 관련해 장외투쟁 동력이 떨어지지 않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도록 의총에서 지도부에 위임했다"며 "지도부는 원외투쟁 동력 확보를 위한 방안 마련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말하면서 의총이 마무리가 됐다"고 전했다.
 
만족할 결과를 보지 못한 국정조사로 명분 없이 회군하지도 못하고, 초강경 투쟁에 나서자니 '대선 불복'·'민생 외면' 프레임에 갇힐까 우려되는 민주당의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이 청와대 앞에서 단식 2일차에 접어들었고, 정의당도 천호선 대표가 서울광장 농성에 돌입하는 등 소수 진보야당들은 '야권의 맏형'과 상관 없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투쟁을 하고 있다. 
 
한편 127석 제1야당의 주저하는 모습과 달리 매주 수만명이 촛불을 들고 있는 시민사회는 물론 종교계와 지식인, 학생 등 각계각층의 관련 움직임은 멈추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22일 국정원 광주지부 정문 앞에서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소속 종교인들이 대선 개입 국기문란 사태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의미로 삭발식을 진행했다. 같은 날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 기독교 공동대책위원회'는 개신교 목회자 1000인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21일에는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현대자동차·이마트·삼성전자 등의 비정규직 단체가 시국선언을 했으며, '717 청소년 시국회의' 소속 학생들은 이날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을 찾아가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해 눈길을 끌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인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