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vs. 이우현 '같은 듯 다른 듯'..태양광 新라이벌전
2013-08-05 08:45:26 2013-08-05 08:48:52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후계자 대 후계자.
 
세계 태양광 지도를 바꿀 신 라이벌전이 무대에 올랐다.
 
부동의 폴리실리콘 국내 1위인 OCI와 내년부터 폴리실리콘 상업생산을 시작하는 한화. 두 기업은 공교롭게도 총수의 장남이 태양광 사업을 진두지휘하며 그룹의 미래를 내걸었다.
 
◇한화-OCI 후계자, 태양광서 경영능력 검증대 올라
 
OCI는 올해 3월 인사에서 이수영 회장의 장남인 이우현 사업총괄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시켜며 2세 경영의 서막을 대내외에 공표했다.
 
이 사장(사진)은 지난 2005년 전략기획본부장(전무)으로 OCI에 입사, 2년 뒤 CMO로 이름을 올리며 폴리실리콘 등 핵심사업 전반을 이끌어 왔다.
 
이번에는 더욱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다. 사장으로 승진하며 OCI의 주력 사업인 태양광과 석유석탄화학, 무기화학 등 화학 사업 전반을 챙기게 됐다.
 
태양광 업황의 장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정체로 돌아선 화학 사업까지 떠안으며 그의 경영능력은 본격적인 검증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실장 역시 보폭을 넓히고 있다.
 
김 실장은 지난달 30일 한화솔라원의 등기이사와 기획실장직을 모두 사임하고, 독일에 본사를 둔 한화큐셀의 마케팅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직급의 변화는 없다.
 
그러나 그가 맡은 역할과 책임이 이전보다 더욱 확대됐다는 게 재계 안팎의 공통된 평가다. 유럽은 경기가 침체되긴 했지만 여전히 태양광 업계의 핵심 시장이다.
 
김 실장(사진)은 그간 한화솔라원을 통해 태양광 제조의 중심인 중국을 이해하고, 사업을 안정화시킨 경험을 바탕으로 한화큐셀을 본궤도에 오르게 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았다. 
 
더구나 태양광 사업은 김 실장의 주도 하에 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되고 있는 만큼 결실 여부는 향후 승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 역시 경영 후계자로서의 검증대에 오르게 된 셈이다.
 
◇한화-OCI, 불황에도 태양광 '뚝심'..묘수냐 외통수냐
 
한화와 OCI의 공통점을 꼽자면 태양광 사업에 대한 '뚝심'을 들 수 있다.
 
태양광 업황은 지난 2010년 정점을 찍은 뒤 이듬해인 2011년부터 침체의 길로 들어섰다. 글로벌 경제위기와 중국발 공급과잉의 영향으로 한계 기업들이 속출하기 시작한 것.
 
국내에서는 삼성과 LG, 현대중공업 등 주요 재벌그룹들이 태양광 사업을 일찌감치 신성장 동력으로 낙점하고, 관련 사업을 육성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업황 침체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이들은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기보다 눈치보기로 전략을 선회했다. 시장 상황이 회복된 뒤 뛰어들어도 늦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반면 한화와 OCI는 태양광 업황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사업을 계속해서 확장해 나가고 있다.
 
OCI는 주력인 폴리실리콘 사업이 거듭된 업황 침체로 영업이익이 급격히 축소되자 태양광 발전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OCI는 지난해 미국 태양광발전 자회사인 OCI 솔라파워를 통해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시의 전력공급회사인 CPS 에너지사와 '태양광발전 전력공급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올해 아예 '태양광발전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기도 했다.
 
발전사업은 적어도 10%대의 영업이익률이 보장되는 만큼 태양광발전소 운영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사진=뉴스토마토 DB
 
OCI보다 뒤늦게 태양광 사업에 출사표를 던진 한화 역시 관련 사업에 강한 의욕을 드러내며 그간 꾸준한 투자와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급격히 불렸다.
 
그 결과 한화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발전시스템을 아우르는 수직계열화를 이뤄냈다. 특히 지난해 독일 최대의 태양광 업체 큐셀을 전격 인수, 한화큐셀을 출범시키며 연간 2.3GW의 셀 생산능력을 갖춘 세계 3위 태양광 전문회사로 올라섰다.
 
여기에 내년부터는 여수폴리실리콘 공장에서 본격적인 상업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태양광 업황 침체를 이유로 LG가 폴리실리콘 투자 잠정 중단을, 삼성이 폴리실리콘 공장 완공이 늦춰지고 있는 상황에서 10대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일정표대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 
 
한화와 OCI 모두 시장 상황에 맞춰가기 보다 공격적 행보를 취한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당면한 위기뿐만 아니라 향후 시장 회복까지 염두에 둔 전략이라는 평가다.
 
◇이우현, 사업 승계..김동관, 사업 개척
 
차이점도 있다. 이우현 사장이 부친인 이수영 회장이 일궈놓은 태양광 사업을 물려 받았다면, 김동관 실장은 개척자에 가깝다.
 
김승연 회장이 태양광 사업에 대해 강한 의욕을 드러냈지만 이는 장남에 대한 전폭적 지원으로 봐야 한다는 게 재계 안팎의 시각이다. 실제 주도적 역할은 김 실장이 해왔다.

그간 업황 탓에 그룹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지만, 향후 전망은 밝다. 물고 물리는 생존경쟁 속에서 모그룹의 든든한 지원을 바탕으로 기술력과 노하우를 익히고 체제를 갖춘 만큼 업황 사이클이 회복기로 진입하면 그룹의 기둥으로도 올라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자연스레 김 실장의 경영력을 입증, 후계자로서의 탄탄한 기반을 구축하는 배경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반대로 모그룹의 재정 부담 지속 여부와 향후 실적 추이에 따라 그에 따른 평가가 달라질 수도 있다.
 
이 사장은 부친과 나란히 대표이사직에 이름을 올리며 대외적 간판으로 자리매김했다.
 
한화가 공격적 행보 속에 OCI의 주력사업인 폴리실리콘에까지 진출하자 라이벌 구도는 더욱 명확해졌다.
 
한화케미칼 폴리실리콘 생산능력은 OCI의 4분의 1수준으로, 원가 경쟁력에서는 아직 OCI 상대가 되질 않는다. 그러나 한화의 경우 수직계열화를 이루면서 물량의 60%가량을 자체수요로 감당할 수 있게 됐다. OCI처럼 대규모 물량이 아니기 때문에 나머지 40%를 내다 파는 데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 분석.
 
이에 대해 OCI는 원가 경쟁력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만큼 한화케미칼의 폴리실리콘 생산 개시에 따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통상 화학공장의 경우 생산능력이 두 배 벌어지면, 원가는 20% 정도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학 공장과 유사한 폴리실리콘도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이 사장은 지난 2분기 기업설명회에서 기자와 만나 "한화케미칼은 폴리실리콘 상업 생산과 동시에 중국 수출 물량에 대해 12.3%의 관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중국에 제조기반을 둔 한화솔라원의 제조원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폴리실리콘의 판가 하락과 업황 침체의 상황에서 1만톤 규모의 공장을 건설한 뚝심은 대단하다"면서 "투자 여부가 적확했는지 여부는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버지 경영 공백 메워라" 특명
 
이 사장과 김 실장의 또 다른 공통점은 부친의 경영공백 상황에서 태양광 사업을 진두지휘하며 사실상 그룹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사장은 부친인 이수영 회장이 현재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혐의로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세무조사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만큼 이 회장의 경영활동이나 보폭은 자연스레 제한될 수밖에 없다.  
 
김승연 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기소돼 1·2 심에서 모두 실형을 선고받은 상황이다. 현재 2심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무죄 판결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김 실장은 김 회장이 태양광 사업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온 터라 부친의 공백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 사장과 김 실장이 시장 침체의 상황에서 거듭 부진을 겪고 있는 태양광 사업을 어떻게 본궤도에 올릴 지 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재계 안팎에서는 양사가 태양광 사업을 살리기 위한 전방위적인 노력 뿐만 아니라 일부 겹치는 사업에서는 치열한 신경전도 벌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는 수직계열화 전략으로, OCI는 고수익을 내는 폴리실리콘과 발전 사업을 중심으로 태양광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두 회사의 서로 다른 전략이 어떤 결과를 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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