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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홍진호, "팬들 때문에 결승은 가야했다"
2013-07-13 11:32:55 2013-07-13 11:36:25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tvN '더 지니어스'에서 우승한 홍진호는 진정성을 무기로 삼았다. 어떤 배신이 와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어떤 때는 '아니 저걸 믿나?'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어리숙한 느낌도 있었다.
 
어리숙한 느낌이 있어서인지 홍진호는 팬들에게 놀림을 많이 받는 캐릭터였다. '콩'이라는 별명을 가진 그에게 스타크래프트 팬들은 '콩은 까야 제맛'이라면서 게시판을 통해 엄청 놀려댔다. 물론 애정이 전제된 놀림이었다.
 
인간 홍진호는 어떤 사람일까.
 
◇"위기의 순간, 최선의 방법을 잘 캐치"
 
홍진호는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SBS 드라마 '올인' 이병헌의 실제 인물 차민수, MC 김구라와 함께 미션 수행능력이 가장 뛰어난 인물로 꼽혔다. 매회 비상한 능력을 발휘하면서 최적의 답을 찾아냈다.
 
재밌는 점은 출연진 대부분 자신이 살 방법 궁리에 몰두하는데, 홍진호는 자기 편과 함께 상생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인간미가 묻어났다.
 
"내가 믿는 사람은 끝까지 믿으려고 했다. 그 첫번째 사람이 김풍형이었다. 처음에는 배신을 당하기도 했지만, 끝까지 믿으면 사람들이 다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다. 결국 풍이형도 나한테 왔다."
 
"첫 녹화 때 대부분은 안면도 있고 해서 금방 친해지고 연대감이 있더라. 나는 아무도 몰랐다. 그냥 끝까지 믿는 것 밖에 없었다. 구라형처럼 화술이 좋아서 다른 사람들 설득하는 것도 어렵고, 그저 심적으로 감성에 호소하는 게 전부였다."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은 단순한 게임의 차원을 넘어섰다. 기술적인 컨트롤 말고도 상대방과 심리전, 상황 판단 등 굉장한 두뇌 싸움이 요구된다. 천재적인 요소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는 분야다. 그곳에서는 비록 만년 준우승자였지만, 다른 곳으로 나오니 바로 우승했다. 그 과정에서 똑똑한 면모를 거침없이 드러냈다.
 
"내가 똑똑하다기보다는 게이머의 본능이나 경험을 통해 남들보다 앞선 부분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찰나의 순간이라고 해야하나 정말 중요한 타이밍에 내가 뭘 어떻게 해야될지를 순간적으로 캐치를 잘한다. '이게 최선이다'라는 느낌이 있다. 그 방법을 잘 찾는 것 같다."
 
◇"팬들 때문에 무조건 결승은 가야했다"
 
위에도 말했듯 홍진호는 팬들의 놀림을 먹고 자란 인물이다. 다른 프로게이머들보다 관심과 사랑을 많이 받았다. 비록 짓궂은 형태였지만, 팬들은 그런 방식으로 홍진호를 좋아했다. 하지만 홍진호는 그게 마냥 즐거웠지는 않았다고 했다.
 
"프로게이머 시절에는 감정표현도 잘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 팬들한테 놀림을 많이 당했다. 애정 있는 까임이었다. 처음에는 그게 너무 싫었다. 그래서 채팅으로 팬들과 싸우기도 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지나고 그런 놀림들을 다 받아들이다 보니까 장난으로 맞장구도 치고, 성숙한 대처법을 찾기 시작했다. 나도 기분 안 나쁘면서 그 사람도 기분 안 나쁘고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
 
이번 '더 지니어스' 때는 팬들 때문에 굉장히 힘들었다고 한다. 팬들은 우승이든 준우승이든 아무튼 결승에 가야한다고 했었단다. 그런 요구들이 그를 부담스럽게 만들었다.
 
"'더 지니어스'를 하다 보니까 팬들의 기대가 너무 커졌다. 무조건 결승을 가야했다. 결승만 가면 그 짐을 다 내려놓을 것 같았다. 우승을 하든 준우승을 하든 다 좋아해줄 거니까. 언제부턴가 '더 지니어스' 때문에 고민도 많고 힘들었었다."
 
◇"미모의 여자들 앞에서 생존본능만..."
 
당구여신 차유람이나, 귀여운 미소의 서울대생 최정문, 아나운서 김경란, 섹시스타 박은지 등 다양한 여성들이 '더 지니어스'에 출연했다. 미모의 스타들이 대거 즐비해 사심이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자친구는 없다"고 말한 그다.
 
방송을 하면서 사심이 생기지는 않았냐는 질문에 홍진호는 "물론 다 예쁘고 좋은데 방송하는 순간 만큼은 연애본능 보다 생존본능이 앞섰던 것 같다. 다 미모의 여성들이어서 사적으로 만나면 그런 감정이 있었겠는데, '더 지니어스'에서는 살아야 된다는 생각을 더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더 지니어스'가 끝나고 컬러가 맞는 사람들끼리 얼굴도 많이 보고 있다. 차유람, 최정문, 김풍, 이준석, 김민서, 최창엽과는 가끔 얼굴도 보고 한다. 또래들끼리 잘 모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더 지니어스'에서 맹활약한 그는 지금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을까. 혹시 방송인 홍진호는 꿈꾸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방송에 출연하는 것도 열어두고 있다. 내가 재밌게 놀고 이러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런 분위기의 예능이라면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방송인 홍진호가 되면 부담스러울 것 같다."
 
"'더 지니어스'는 나의 프로게이머적인 능력이 필요한 방송이었지만, 다른 예능은 어떨지 자신 없다. 구라형이 말한 것처럼 나는 발음도 안 좋고 말도 빠르다. 나는 게임에 특화된 캐릭터인데, '다른 곳에서도 먹힐까'라는 생각이 든다. 하고는 싶은데 부담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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