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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아베)③방대한 지출은 위험한 도박?
두번째 화살 '재정지출확대'..허점투성이
GDP대비 부채비율 230%..금리 10bp 오르면 이자부담 1000억엔 증가
은행 부실자산 늘어 경기침체 빠질 수도
2013-06-12 11:00:00 2013-06-12 11:22:18
[뉴스토마토 조윤경기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쏜 '아베노믹스'의 두번째 화살, 재정지출 확대 정책에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어마어마한 재정적자를 감안할 경우, 재정지출 확대가 '잃어버린 20년'을 겪고 있는 일본의 효과적인 경기부양 카드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일본이 국채발행을 통해 재정지출을 위한 재원을 조달하겠다는 방침이라 결국 재정이 파탄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평가다.
 
◇두번째 화살..공공사업 확대를 골자로 한 재정정책
 
아베 내각은 재정정책의 일환으로 지난 1월 초 20조엔(약 240조원) 사업규모의 긴급경제대책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13조1000억엔(약 15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이 포함됐다.
 
특히, 이중에는 공공사업 관련 예산이 5조5000억엔으로, 재정지출 규모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와 같은 공공사업 재원을 신규 건설국채 발행을 통해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동일본 대지진 복구, 노후화된 사회간접자본 투자 확대, 자연재해에 대한 대응력 강화 등은 이번 재정지출 확대전략의 명분이 됐다.
 
실제로 아베 내각은 향후 10년간 100~200조엔에 상당하는 토목공사형 대규모 공공사업을 펼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약 79조엔에 이르는 지난 2002~2011년 공공사업 재원의 최대 2.5배에 달하는 규모다
 
일본 정부는 공공사업 확대가 관련 분야의 활발한 민간기업 투자 및 일자리 창출을 이끌어 소비 확대라는 경제적 효과를 유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지난 20년간 이와 비슷한 경기부양책을 거듭해왔던 일본은 오히려 정부 지출 확대가 기업 투자 위축을 발생시킨다는 '구축효과'에 가로막혀 실패를 맛봐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일본 경제보고서를 통해 "재정확대는 통찰력 있는 정책이라 하기 어렵다"며 "지난 20년동안 15차례나 실시했던 공공사업 중심 부양책이 효과가 없었던 기억이 있다"고 평가했다.
 
<재정정책 성공시 파급경로>
 
◇일본 경제는 빚 잔치 중..어마어마한 돈 누가 갚나?
 
일본 정부가 실제로 어마어마한 지출에 대한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추경예산의 절반이나 국채발행으로 조달하겠다는 일본은 이미 오랜 기간 막대한 부채를 안고 빚 잔치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 말 기준으로 일본 국가 부채는 983조2950억엔으로 이미 일본 GDP의 약 230%에 이른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며, 67%를 기록했던 지난 1990년 부채비율에 비하면 급격히 악화된 것이다.
 
알렉산더 프리드만 UBS 웰스매니지먼트 글로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아베노믹스가 모멘텀을 잃고 경기부양에 실패할 수 있다"며 "일본 GDP 대비 부채 비율은 300%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10년물 국채금리 추이(자료=뉴스토마토)
이와 같은 상황에서 최근 아베노믹스 실패 우려를 키우고 있는 국채금리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일본 정부의 이자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국채금리가 10bp정도 오르면 이자부담이 1000억엔 정도 증가하게 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아베 정부가 국세수입으로 금리 부담을 견뎌내 수 있을지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일본은 국세수입 규모가 2011년 기준으로 경상 GDP의 9.1% 밖에 되지 않는 등 취약한 과세기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종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아베노믹스 이후의 일본경제'란 보고서에서 "인플레이션이 지금보다 1%포인트 상승한다고 해도 궁극적으로 경상 GDP의 2.4%에 달하는 이자지급액이 소요될 것"이라며 "이는 일본 국세의 26%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라고 분석했다.
 
이와 같이 일본 정부의 재정적 부담이 커지면 커질 수록 당초 아베 내각이 유도하고자 했던 기업투자도 살아나기 더 힘들어진다.
 
결국, 아베노믹스의 부실이 드러나 일본 경기는 또 다시 침체 국면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금리 급등은 정부뿐 아니라 국채를 깔고 앉아있는 시중은행들에게도 재무 건전성을 떨어뜨리는 암적 존재가 될 수 있다.
 
마주옥 키움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금리가 계속 오를 경우, (국채를 많이 보유한) 일본 내 금융기관·기업들의 대손상각이 계속해서 일어나게 된다"며 "이에 따른 비용부담 때문에 실제적인 유동성 확산이 일어나지 않아 일본경제에 치명적이 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아베노믹스 일환으로 금융기관 등에 공급된 유동성이 대손 비용 증가로 실제 소비자 대출로 이어지지 않게 되면 일본 경제가 오히려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일본 지방은행들은 국채수익률 상승으로 자산·자본가치가 줄어들어 자산부실화 위험성을 걱정 하고 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미래시장연구실장은 "금리 상승이 계속될 경우, 채권 보유 기관들이 손해를 보는 것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자산 처분 움직임이 커져 실물경제가 마비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아베노믹스는 결국 경제정책 아닌 선거대책
 
재정적자 확대를 방지할 수 있는 제어장치가 마련되긴 했다.
 
일본이 두 단계에 걸쳐 소비세(부가가치세)를 두배로 늘리는 방안을 지난해 통과시킨 것이다. 일본 정부는 현행 5%인 소비세율을 내년 4월에 8%로, 또 2015년 10월에는 10%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소비세 인상이 실제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일본 국민들 혹은 유권자들이 장기 불황으로 탈출구를 찾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세율 인상은 이들에게 무리한 주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카노 고이치 소피아대 교수는 "아베 내각은 홍보전략에 강하다"며 "이는 경제정책에 쓸모가 있기보단 선거 공약에 더 가깝다"고 설명했다.
 
특히, 아베 내각은 다음달 21일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해 유권자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는 정책을 꺼리고 있다.
 
실제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오는 8월 발표되는 4~6월 경제성장률을 검토하고 나서 결정한다"며 소비세 인상안 시행 연기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박종규 선임연구위원은 "소비세율을 인상할 때마다 정권을 갈아치웠던 일본 유권자들의 성향을 감안하면 아베노믹스가 성공을 거둬 경기 회복 조짐이 보이더라도 과세 기반을 확충하는 제도 개선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부형 연구실장도 "아베노믹스가 순수한 경제정책이냐는 것을 놓고 봤을 때 의문이 있다"며 "이번 선거에서 지난번처럼 압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 가고 지난 선거보다 못한 성적이 나오게 되면 아베노믹스의 주동력 자체는 약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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