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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아베)②돈다발 공습에도 실물경제 주름살
첫번째 화살 '양적완화(QE)'..부작용 속출
엔화 24% 절하에도 수출 7.3% 증가에 그쳐
수입물가 오르고 서민 삶은 '팍팍'
2013-06-11 11:00:00 2013-06-11 12:20:06
[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엔화 약세가 지나치면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힘들어진다”-아마리 아키라 경제재정담당상
 
“과도한 엔 약세는 일본 산업과 기업에 부정적이다”-이시바 시게루 자민당 간사장
 
과감한 금융완화를 핵심으로 하는 아베노믹스가 이끌어온 엔저 호황이 갈림길에 서 있다.
엔화 약세로 인한 수출기업 호황과 주가 상승 등에 가려져있던 수입물가 부담, 이로 인한 실질구매력 감소 등 부작용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본 경제는 엔저 호황으로 기업 이익이 증가하더라도 근로자의 소득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구조인데다 수입물가 부담으로 서민 가계의 삶이 더욱 팍팍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베노믹스 첫 단추는 잘 끼웠지만..
  
아베노믹스가 쏘아올린 첫 번째 화살의 핵심 내용은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2%를 목표로 하는 무제한적 양적완화다.
 
사실 이러한 정책은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시도되어왔던 것으로 특별히 새로울 것도 없다. 다만, 이번 아베노믹스가 과거와 다른 점은 양적완화 규모가 훨씬 크고 환율 절하를 공언하고 있어 가파른 엔화 절하를 이끌었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아베노믹스의 첫 단추는 잘 끼워졌다고 평가할 만하다. 엔저는 일본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줬고 특히,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수출기업들은 휘파람을 불고 있다.
 
도요타는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5023억엔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률은 8.6%였다. 같은 기간 판매량은 오히려 5%이상 감소했지만 환차익 효과로 영업이익은 두 배 이상 뛰었다. 이번 회계연도에 영업이익도 36.3% 증가해 1조8000억 엔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자기업인 캐논도 올해 연결 영업이익 전망치를 당초 3200억엔에서 3900억엔으로 22% 상향 조정했다. 마주옥 키움증권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엔저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시점에서 세계경기회복과 맞물린다면 일본 수출 회복이 본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보야 문제는 수요야"..엔低, 만병통치약 아냐
  
그러나 엔화 약세가 일본 경기를 회복시키는 만병통치약은 될 수는 없다. 월스트리트저널은(WSJ) 엔화가치가 달러당 100엔을 넘어설지라도 기업을 돕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5년 전에도 달러대비 엔화 환율은 100엔에 달했지만 일본 경제가 살아나진 못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수요 부진은 일본 경기의 회복을 가로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실제 엔화로 표시한 일본 수출은 지난 6개월간 7.3%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엔화가 24% 절하한 것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며 오히려 수출 물량으로는 5.5% 감소했다.
 
모건스탠리도 미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이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14.8% 증가한 데 반해 유럽 수출은 오히려 3.5% 감소했고 중국에 대한 수출 증가율도 고작 0.8%에 그쳤다는 점을 주목했다. 이러한 수출시장 불균형 때문에 엔저 효과가 본격화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자료제공=JEITA
여기에 고임금 등으로 자동차와 전자 등 주요 기업 생산 공장의 상당수가 해외로 옮겨진 점도 엔화 약세 효과를 상쇄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미국에서 팔리는 일본 자동차의 70% 정도가 현지에서 만들어지며 전자산업도 마찬가지다. 일본 전자정보기술산업협회(JEITA)에 따르면 파나소닉과 소니 등을 비롯한 전자업계의 일본내 생산 비중은 35%에 불과하다. 반면, 해외 생산 비중은 63%로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55%에서 10%가까이 늘었다.
 
조익연 우리금융연구소 글로벌동향실 이코노미스트도 “일본 기업의 해외생산 비중이 높고 제품경쟁력이 저하되고 있어 엔저 유도 정책이 수출 경쟁력 회복과 투자 확대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가파른 엔화 절하에 수출보다 수입 부담이 '가중'
  
오히려 가파른 엔화 가치 하락으로 수입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등 역작용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일본 수입물가지수가 123.8로 2008년 9월 137.1 이후 4년 8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0선 아래에서 움직였으나 올해에는 1월 115.5, 2월 120.4, 3월 122.2 등 매달 상승하고 있다.
 
엔화 약세로 인해 100% 수입에 의존하는 원유 도입 가격이 오른 결과이다. 일본 에너지청이 발표한 보통 휘발유 소매 가격은 지난달 1ℓ당 152엔(1896원)으로 치솟으며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베 정권이 엔화 약세를 실시하기 전인 지난해 10월 1ℓ당 148엔에서 지난달 152엔으로 4엔 오른 것이다. 실제 가격은 소폭 상승했지만 엔화 가치가 떨어진 점을 고려하면 서민 부담은 30%정도 가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입물가 상승으로 일본 제품 가격 상승도 잇따르고 있다. 애플은 지난달 31일 아이패드와 아이패드 미니, 아이팟 등의 일본내 판매가격을 최대 20% 인상했다. 엔저로 밀 수입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야마사키를 비롯한 식품업계도 식품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후지쯔 리서치센터는 “엔 가치 변화로 수출의 60%가 영향을 받는 데 비해 수입에 미친 영향은 78%에 달한다”며 “수출이 어느정도 회복되기는 했으나 수입물가 부담이 훨씬 더 크다”고 진단했다.
 
◇수입물가 상승에 실질임금 감소..고달픈 일본 서민 
 
수입물가 상승에 직격탄을 맞은 것은 일본 서민이다. 올해 들어 엔화 약세가 본격화하면서 수입물가 상승률은 1월 5.1%, 2월 9.1%, 3월 10.7%, 4월 10.3%로 두 자릿수로 확대됐다. 반면, 개인 소득 증가율은 같은기간 1.3%, 0.1%, 0%로 제자리 걸음이다.
 
수입 물가 상승으로 근로자들의 실질 구매력만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전문가들은 일본 내수가 살아나지 않으면 아베노믹스의 목표 달성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자료제공=일본 재무성 '법인기업통계'
일본 국내총생산 가운데 근로자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인 노동분배율도 아베노믹스 실패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노동분배율은 1998년까지 54.5%를 기록했으나 2002년 경기회복 국면에서 오히려 큰 폭으로 하락해 51.8%로 낮아졌다.
 
이후에도 노동분배율 악화는 지속되면서 현재는 50%를 밑돌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최근 기업이 엔저 덕택에 거둔 수익을 고용 확대와 임금 인상 등으로 환원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는 일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일본 제일생명 경제연구소 구마노 히데오는 "일본 경기의 진정한 회복을 위해서는 일본 고용과 임금 부문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경기회복을 '기대'에서 '실질'로 바꿀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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