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명은기자] 요즘 안방극장이 불륜이나 출생의 비밀 없는 무공해 청정 드라마들로 새롭게 채워지고 있다.
물론 '금 나와라 뚝딱!', '백년의 유산', '오로라 공주' 등 소위 막장으로 분류되는 드라마들도 엄연히 존재한다. 그렇지만 시청률을 올릴 수 있는 쉬운 길을 뿌리치고 실험정신이나 혹은 의미있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이 서서히 안방 시청자들의 마음을 파고 들고 있다.
그 선봉에 지난 5일 첫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나섰다. 이 드라마는 당초 업계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SBS가 준비 중이던 작품 대신 급히 편성이 이뤄지면서 충분히 홍보를 하지 못한 탓도 있다.
무엇보다 '법정 로맨스 판타지'라는 낯선 장르를 표방하고 나서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조차 파악하기 힘들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연 결과 기대 이상의 흥행 성적을 거두고 있다. 방송 단 2회만에 지상파 3사 수목극 부문 시청률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사진제공=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장점은 상큼하고 재기발랄한 스토리와 감각적인 연출, 그리고 주연배우들의 호연으로 모아진다. 특히 전작 '내 딸 서영이'에서 아버지에 대한 상처를 가슴에 품고 힘겨운 삶을 살아야했던 주인공 이서영 역을 맡았던 배우 이보영의 연기 변신이 가장 눈에 띈다.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신비로운 능력'을 가진 소년 박수하(이종석 분)의 등장은 현실세계에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판타지를 경험하게 해주는 독특한 매력을 안긴다. 여기에 드라마 전반을 관통하는 범죄 사건을 전반부에 배치함으로써 스릴과 흥미 만점의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어린 꼬마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목격하고 이를 법정에서 증언해준 '첫사랑' 누나를 지켜주기 위해 커서도 그녀를 따라다닌다는 설정은 성인 남녀간의 애절한 멜로보다 어쩌면 더 짜릿한 설렘을 선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12일 첫 방송되는 MBC 수목드라마 '여왕의 교실'도 근래 안방극장에서 보기 힘들었던 새로운 소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2005년 방영된 일본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여왕의 교실'은 독선적이고 차가운 여교사 마여진(고현정 분)과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의 1년여에 걸친 갈등과 투쟁을 그린다. 가족극이나 단막극이 아닌 평일 밤 10시대 편성되는 미니시리즈에서 이 같은 소재를 차용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또 독특한 신념을 가진 여교사가 아이들에게 냉혹한 현실을 가르쳐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국내에서 방영하기엔 소재가 다소 강하다는 인상을 심어주기도 한다. 이에 대해 김원석 작가는 최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한국 정서에 맞게 재미를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집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MBC)
드라마는 높은 교육열을 자랑하는 한국 현실과도 어느 정도 일치하는 부분을 내포하고 있어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들이 함께 시청하며 대화의 문을 열 수 있는 기회로도 삼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 면에서 '여왕의 교실'은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직장의 신'의 학교 버전으로도 볼 수 있을 듯하다.
종반을 향해가고 있는 MBC 월화드라마 '구가의 서'도 실험정신으로 무장해 안방극장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몇 안 되는 작품 중 하나다. 드라마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구가의 서'는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반인반수인 주인공 최강치(이승기 분)가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진정한 인간애와 자아를 발견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여인들의 암투나 혹은 남성들의 권력 다툼을 그린 뻔한 궁중 사극의 틀에서 벗어났을 뿐 아니라 기존 퓨전사극에서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또한 인간이 아닌 이종 캐릭터를 통해 인간 본연의 모습을 성찰하고자 하는 특별한 의미도 담고 있어 깊이를 더하고 있다.
비록 '막장'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더라도 안정된 시청률을 보장하는 뻔한 내용의 통속극이 과연 언제까지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임성한 작가의 신작 '오로라 공주'가 매회 논란을 일으키며 요란한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막상 시청률은 한자릿대에 머물고 있다.
이것이 시대적 조류에 발맞춰 시청자들의 관심사와 정서를 깊이 있게 파고든 실속있는 드라마들이 계속해서 제작돼야 하는 이유를 말해준다.
(사진제공=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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