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식의인터넷뒤집기)MS 판결에 비춰본 네이버 독점논란
입력 : 2013-05-23 17:05:47 수정 : 2013-05-30 09:37:18
[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인터넷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존재입니다. 그만큼 산업·경제적 중요성도 커지고 있는데요. 많은 분들이 관심이 많으면서도 깊게 들어가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곤 합니다. 현장을 누비는 기자로서 여기에 늘 아쉬움이 있었는데요. 업계 주요 이슈를 딱딱 짚어주는 연재물을 마련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인터넷뒤집기’인데요. 딱딱한 기사양식을 탈피해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것을, 현안에 대해 프레임을 바꿔봄으로써 좀 더 진실에 가까이 접근하자는 것을 목표로 뒀습니다. 첫 번째 주제는 최근 불거진 네이버 독점논란입니다.(편집자주)
 
얼마전 공정위가 네이버에 대해 심도 있는 조사를 진행함에 따라 업계가 들썩였습니다. 구체적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건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데요. 관련 언론보도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대부분 피상적인 분석이 많아 조금 아쉽습니다.
 
이번 이슈는 제재에 대한 건입니다. 단순히 “네이버가 싫어요”의 문제가 아니라 사업적 행보가 현행법에 저촉되는지 꼼꼼히 살펴볼 문제입니다. 감성적 판단보다는 이성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의미죠.
 
이에 소프트웨어 업계 최초 반독점 규제 사건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 재판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할까 합니다. 비슷한 부분이 많아 현 사안을 이해하기 위한 통찰력을 제공하는 데 충분하다고 봅니다.
 
때는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는 컴퓨터 운영체제(OS) 시장에서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독점상황이었죠. 하지만 독점 자체로는 불법이 아닙니다. 독점력을 이용해 공정경쟁을 방해하거나 소비자 이익을 저해하면 문제가 되죠.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브라우저 프로그램 '넷스케이프'가 인터넷 보급에 힘입어 인기를 끌자 이와 유사한 '익스플로러'를 윈도에 묶어 팝니다. 여기서 문제는 시작되죠.
 
◇ 여전히 OS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윈도 (사진제공=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로서는 OS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잠재적 위협, 혹은 경쟁자를 미리 제거해야 했습니다. 만약 넷스케이프가 계속해서 승승장구한다면 이를 기반으로 서비스 확대를 모색할 테고, 윈도의 리더십은 타격을 받겠죠. 
 
마이크로소프트의 대응에 따라 넷스케이프 등 경쟁사 프로그램은 자연스레 몰락합니다. 이들과 연방거래위원회(FTC)는 문제제기를 하죠.
 
"분명 법으로 금지된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위 남용행위다. 첫째로 OS시장에서의 지배력을 이용해 끼워팔기를 시도, 경쟁사업자를 부당 배제했고 둘째로 이용자 선택을 제약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도 아니거니와 시장지배력도 없다고 반박합니다. 한번 의견을 찬찬히 살펴볼까요.
 
우선 끼워팔기가 아니라 일종의 기술적 통합이라는 의견입니다. 예컨대 승용차에 달린 오디오 등 부속품들은 원래 따로 판매가 이뤄졌지만 지금은 부착된 상태서 팔리죠. 이와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이용자 선택을 침해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인데요. 여러 가지 응용프로그램이 포함돼 이용자 편의성이 더욱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죠. 
 
마지막으로 시장지배력이 있다는 전제도 틀렸다고 말합니다. 오히려 리눅스와 맥으로부터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 규제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주장했죠. 
 
1심 재판에서 펜필드 잭슨 판사는 마이크로스프트 한 직원이 언급한 "우리는 윈도의 지위를 잘 이용해야 한다"라는 녹취구절을 증거로 인정하고, 회사분할 명령을 내립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즉시 항소하고, 2심에서 상황을 역전시키는 데 성공합니다.
 
결국 양측은 2002년 합의에 이릅니다. 미국정부는 끼워팔기를 허용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장래 유사행위 금지 및 일부 기술공개를 받아들였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이야기가 네이버 독점논란과 유사한 게 많다고 보는데요. 네이버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이고, 그 지위를 남용했다”고 확언하는 어렵죠. 하지만 여러 모로 의심은 받을 요소가 충분하다고는 봅니다.
 
 
우선 검색시장과 배너시장에서 네이버의 점유율은 80%, 48%입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 요건에 충족됩니다.
 
여기에 공정경쟁을 방해하고 소비자 선택을 제한할 수 있는 오해 또한 받을 수 있는데요. 지금까지는 정보를 유통하는 사업자에 불과했지만 최근 몇 년전부터 직접 정보를 생산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이를 시작페이지 혹은 검색결과에 우선적으로 노출하고 있죠. 경쟁자들로서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경쟁하지?”라는 말이 나올 만합니다.
 
네이버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비슷한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직접 사업을 하는 것은 기술적 통합행위이며, 이용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방어적 행위라는 주장인데요. 22일 김상헌 NHN 대표는 강연을 통해서 하나의 사례를 들었습니다.
 
“부동산 중개서비스를 시작한 계기는 예전에 워낙 허위매물이 많아 이용자 불만은 물론 정부에서도 압박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2009년 직접 사업을 할 수 밖에 없었는데 다행히 허위매물 문제를 해소하는 데 성공한다.”
 
 
 
 ◇ 직접 콘텐츠를 만들고, 시작페이지 및 검색에 우대 노출시키는 네이버 (사진제공=NHN)
 
시장지배력에 대해서도 실체가 없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는 포털 경쟁사는 물론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벤처, 인터넷 영역에 슬금슬금 손을 뻗히는 통신사가 있고, 해외에서는 구글, 이베이, 아마존 등 글로벌기업까지 사방이 적인 상황에서 자칫 잘못하다가는 한번에 ‘훅’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죠.
 
국가로부터 공공재를 빌려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기업들과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는 것입니다.
 
세계에서 처음 빌리어네어(억만장자)가 된 사람은 석유사업자 록펠러입니다. 그는 석유시장을 독점해 막대한 부를 올렸는데요. 미국 정부는 반독점법을 적용해 록펠러가 운영하던 스탠다드 오일을 수십개 회사로 분할시켰습니다. 독점은 공정경쟁을 해치고, 양극화를 심화시켜 궁극적으로 자본주의를 망친다고 봤기 때문이죠.
 
하지만 하이테크 산업에서 독점에 대한 논의는 참 어렵습니다. 기존 잣대를 들이대기가 애매하고, 자칫 신성장동력을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이것이 마이크로소프트가 사실상 재판에서 승리한 이유가 아닌가 싶은데요.
 
네이버 독점 논란도 비슷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개적이고 진지한 논의는 꼭 필요하죠. 그리고 네이버 또한 사회적 요구와 비판을 더욱 겸허히 수용해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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