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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50대 부자 살펴보니..일본은 '창업' 한국은 '상속'
2013-04-30 13:14:45 2013-04-30 13:17:35
[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핵심은 '세습'이었다. 한일 양국을 대표하는 50대 부호들의 특성을 명확히 가르는 기준점이기도 했다.
 
30일 재벌 및 CEO 평가 전문 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50대 주식 부자 78%가 대를 이어 회사를 물려받은 재벌 2,3세들인데 반해 일본은 68%가 창업을 통해 스스로 부를 이룩한 기업인으로 나타났다.
 
결국 부의 근거는 '자수성가'(창업)와 '대물림'(상속)이었다.
 
 
경제전문 매거진 포브스 4월호에 실린 일본의 50대 부자에는 소니, 도시바, 파나소닉, 혼다, 닛산, 미쓰비시 등 재벌가 자녀들의 이름이 없는 대신 한국계 손정의, 재일동포 한창우 등 맨손으로 기업을 일군 1세대 창업 기업인들이 다수 포진했다.
 
글로벌 의류업체 유니클로를 세운 야나이 타다시 회장(155억달러)이 수년째 일본 제1의 부호 자리를 지켰고, 3위에는 소프트뱅크의 한국계 일본인 손정의(91억달러) 회장이 이름을 올렸다.
 
이에 반해 부모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아 재벌로 등극한 이는 사지 노부타다 산토리 회장(107억달러. 2위)과 토요타 쇼이치로 토요타 회장(4억달러. 50위) 등 14명에 불과했다. 비율로 따지면 28%에 그치는 수치다.
 
CEO 스코어는 이에 대해 “2차대전 후 미 군정에 의해 재벌 해체가 시도됐고,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주거래 금융기관이 대기업 지분에 참여하는 메인뱅크 시스템 도입 때문”으로 풀이했다.
 
또 “외국인 지분의 확대, 기업 간 상호 주식보유 등 개방적이고 안정적인 기업문화”도 주요 요인으로 분석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50대 부호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107억달러. 1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51억달러. 2위),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20억달러. 3위),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20억달러. 4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17억달러. 5위) 등 상위 19위까지 재벌 2,3세가 독차지했다.
 
창업 기업인 가운데는 락앤락의 김준일 회장(7억달러)이 20위로 최고 순위에 이름을 올렸고, 이해진 NHN 대표가 6억달러로 그 뒤를 이었다.
 
한일 부자들 간에는 업종도 큰 차이를 보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자와 자동차, IT 등 전차군단을 축으로 하는 제조업종이 주류를 이룬 데 반해 일본은 유통과 게임, 파친코 등 서비스 분야에서 재벌이 가장 많이 배출됐다.
 
CEO 스코어는 한일 양국 부자들의 특징을 “일본은 창업부자, 한국은 상속부자”로 규정한 뒤 “기업 역사가 오래된 일본의 기업 생태계가 우리나라보다 더 유연하고 진입장벽이 낮았다”고 결론 내렸다.
 
이는 또 기업을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를 불러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의 대물림을 위해 각종 편법을 동원함으로써 반재벌 정서를 낳는 근간이 됐다는 분석이다. 재벌 스스로의 원죄는 싸늘한 여론을 불러온 부메랑이 됐다. 
 
이는 결국 현재 우리사회를 관통하는 ‘경제민주화’의 동인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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