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이 뿌리고 이건희가 거둔 삼성史 75년
'전쟁과 가난'의 시대부터 '신자유주의' 시대까지
이건희 회장 취임 후 성장 급물살..반도체 고집 '通했다'
입력 : 2013-03-22 17:01:43 수정 : 2013-03-22 17:16:50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그룹이 22일 창립 75주년을 맞았다. 고(故) 호암 이병철 회장이 반세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5년 삼성을 이끌었다. 부자(父子)는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경영방식으로 삼성 시대의 '개막'과 '개화'를 주도했다.
 
이병철 선대 회장은 일제강점기와 해방, 6.25 전쟁을 겪으며 삼성의 역사를 태동시켰다. 무엇보다 큰 어려움은 전쟁과 가난이었다. 반면 이건희 회장은 전쟁이 아닌 ‘무한경쟁’과 ‘경제위기’가 기업의 존폐를 결정하는 국제화 시대 속에 삼성의 전성기를 꽃피웠다.
 
해방과 전쟁, 민주화 등 격변하는 시대와 함께 한 삼성은 성장과 한계를 동시에 드러냈다.
 
◇이병철, ‘삼성시대’ 개막한 한국 산업의 거인(鉅人)
 
삼성의 ‘아버지’이자 전후 한국 산업계의 ‘거인’으로 불리는 이병철 회장은 75년 전 오늘(1938년 3월22일) 3만원의 자본금으로 삼성상회의 문을 열었다. 삼성물산 전신으로 시작은 미약했다.
 
해방 이후 이병철 회장은 삼성물산을 바탕으로 설탕과 섬유, 무역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그리고 1950~1960년대를 거쳐, 1969년 삼성전자를 설립하며 진정한 삼성의 역사를 써 나가기 시작했다.
 
이병철 회장은 당대 어떤 경쟁자보다도 시대 흐름을 꿰뚫고 있던 경영자로 평가받는다. 이 회장은 늘 기업이 ‘사회적 산물’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누가 뭐라 해도 그 시대의 여건과 상황에 맞는 업종을 선택해서 합리적으로 경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 회장의 통찰력은 지난 50년 동안의 한국경제 성장 과정에서 삼성을 늘 중심적 위치에 세워 놓았다. 삼백산업(제품이 흰색을 띠는 밀가루, 설탕, 면직물 산업을 의미)이 부상했던 기반형성기에는 제일제당(현 CJ)을, 종합상사와 건설사가 한국 산업의 주축이던 시기에는 삼성물산을, 전자산업이 대표업종이던 전환기 이후에는 삼성전자가 그룹의 대들보였다. 모두 이 회장이 필요성을 느끼고 남보다 한발 앞서 세운 모태였다.
 
무엇보다 오늘날 삼성시대 개막의 밑바탕은 이병철 회장 최대의 모험이나 다름없던 1980년대의 반도체 산업 투자였다. 당시 70대 황혼기에 접어든 이병철 회장은 오늘날 삼성전자의 가장 튼튼한 기반인 반도체 산업의 기틀을 5년만에 확립했다. 반도체 시대를 열어젖힌 것이다.
 
◇이건희 회장, 삼성의 전성기를 꽃피우다
 
삼성의 성장은 선대회장의 3남인 이건희 회장의 취임과 함께 급물살을 탔다. 취임 당시 10조원에 못 미치던 삼성그룹의 매출은 2012년 현재 300조원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했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은 이후인 1990년대 들어 그룹의 주요 사업체를 분리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1991년 11월에는 신세계와 전주제지(현 한솔제지), 1993년 6월 제일제당(현 CJ)이 삼성에서 분리됐다.
 
취임과 동시에 그룹을 전면적으로 재정비한 이 회장은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며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이 회장은 지난 1993년 6월 "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된다. 지금처럼 잘해봐야 1.5류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는 신(新)경영 선언과 함께 글로벌 기업을 표방하기 시작했다.
 
◇지난 1993년 6월7일 이건희 삼성 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한 호텔에 주요 계열사 임직원을 모아놓고 변화와 품질경영을 강조한 신경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삼성의 변화와 혁신을 가능케 한 가장 큰 동력은 이병철 회장이 기틀을 닦아 놓은 반도체 사업이었다. 이건희 회장도 선친의 유업대로 반도체 기반의 틀을 보호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회장직을 이어받기 전인 1974년, 한국 반도체가 파산에 직면하자 사재를 털어 인수하는 등 반도체 사업에 대한 각별한 의지를 드러냈었다. 이 회장은 당시 경영진의 극렬한 반대에도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결국 이 회장의 판단은 옳았다. 1992년 삼성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64메가 D램을 개발하면서 반도체 강자에 올라선 이후 무려 20년 동안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글로벌 1위를 수성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1위 외에도 LCD, TV에서 세계 시장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애플을 제치며 1위의 면모를 과시 중이다. 이같은 성과에 힘입어 지난해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글로벌 톱 브랜드 9위에 오르는 전 세계적인 지명도를 달성했다.  
 
삼성은 여기에 멈추지 않고 향후 100년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또 다른 혁신을 꾀하고 있다. 특히 매출과 영업이익 대부분이 삼성전자로 집중된 현상을 타개하고 금융, 중화학 등 29개의 계열사가 함께 지속성장 가능하도록 또 다른 혁신을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2010년 발표한 5대 미래 신수종 사업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자동차용 배터리, LED,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 등 신수종 사업의 성공 여부에 따라 삼성의 또 다른 황금기도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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