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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 속 빈곤..가계 여유자금 2003년 이후 '최대'
경제 불안감에 가계소비·기업 설비투자 감소
2013-03-18 13:33:40 2013-03-18 18:07:15
[뉴스토마토 이효정기자] 국내 체감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가계의 여유자금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은 늘어났지만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서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씀씀이를 줄인 탓이다.
 
한국은행이 18일 발표한 `2012년중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금운용 규모는 139조3000억원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자금조달 규모는 52조8000억원으로 전년대비 31조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자금잉여(여유자금, 자금운용-자금조달) 규모는 86조5494억원으로 전년 54조9035억원 대비 큰 폭으로 늘었다. 이는 지난 2003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경제주체별 자금과부족 추이
 
 <자료 : 한국은행>
 
정유성 한국은행 자금순환팀장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국민들이 씀씀이를 줄여 소비가 위축돼 여유자금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가계의 소비가 부진했던 이유로 부동산 시장 침체가 꼽힌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인해 부동산 매매 등 실물활동이 위축돼 가계의 여유자금이 결국 금융자산에 묶여버린 탓이라는 진단이다.
 
지난해 가계의 자금운용처는 절세 여부에 따라 희비가 갈린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세법 개정을 통해 금융소득종합과세의 기준이 기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하향 조정되고 비과세인 저축성보험과 즉시연금 등이 과세로 전환된 탓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장기저축성 예금은 17조6000억원으로 전년대비 절반 가까이 줄어든 반면 보험 및 연금은 89조1000억원으로 32조5000억원 늘어났다.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은 기업들의 투자도 위축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비금융법인기업의 자금부족 규모(자금운용-자금조달)는 59조9000억원으로 전년의 76조9000억원보다 개선됐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기업의 자금운용 규모는 68조원으로 전년대비 6조3000억원 감소했고 자금조달 규모는 127조9000억원으로 23조4000억원 줄었다.
 
기업이 설비투자를 줄인 반면 회사채, 기업어음(CP) 발행 등을 통해 여유자금을 쌓아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관계자는 "경제 불황에 기업들의 설비투자 역시 위축돼 향후 성장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가계·기업·정부의 금융자산 총액은 5194조800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부채는 총 3607조3000억원, 순금융자산은 전년보다 140조2000억원 증가한 1587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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