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빨치산 자고갔다고 총살..국가, 유족에 배상해야"
2013-03-03 16:56:42 2013-03-03 16:58:41
[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해방 이후 한국전쟁이 발발하기까지의 사회 혼란기,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빨치산에게 은신처를 제공한 농민을 경찰이 적법한 절차 없이 총살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국가는 유족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6부(재판장 김성곤)는 1949년 자신의 과수원에 빨치산이 묵어간 사실을 경찰서에 신고하러 갔다가 총살을 당한 유모씨의 유족 6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1억여원을 지급하라"며 3일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당시 경찰은 정당한 이유와 절차 없이 유씨를 살해해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와 생명권 등을 침해했다"며 "공무원의 불법행위로 유씨와 유족인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이 상당하기 때문에 피고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소송 과정에서 국가는 "국가에 대한 금전적 손해배상청구권 시효는 5년"이라며 "유족들의 손해배상청구권 시효는 소멸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우리 민법의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면 채무자가 채무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고 전제했다.
 
이어 "전쟁이나 내란을 겪을 시기에 국가기관이 개인에게 자행한 기본권침해에 대한 구제는 통상적인 법절차를 밟아 달성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춰 원고들은 2010년 사건의 진실이 규명될 때까지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본질적으로 국가는 국민을 보호할 절대적 의무가 있고, 어떠한 경우에도 적법한 절차 없이 국민의 생명을 박탈할 수 없다"며 "적법한 절차 없이 조직적·집단적으로 유씨의 생명을 박탈한 뒤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피고가 이제야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해방 이후 경남 사천지역 용현면 와룡산 일대에서는 좌·우익 세력이 극심한 이념갈등을 겪었다. 당시 유씨는 와룡산 일원에서 과수 농사를 짓고 있었다. 그는 1949년 늦여름께 빨치산이 자주 출몰한다는 얘기를 듣고 자신의 과수원을 지키다가 입산한 사람들과 마주쳤다. 유씨는 "과수원에서 하루 묵게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거절했다. 그러나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유씨의 과수원에서 하룻밤을 쉬어갔다.
 
이튿날 유씨는 이 사실을 경찰서에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은 빨치산에게 은신처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유씨를 총살했다.
 
2010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자료조사와 현장조사 등을 거쳐 유씨를 용현면 송지리 희생사건의 희생자로 확인했다. 그러나 국가는 유씨의 손해배상청구소송 시효가 지났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유족들은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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