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여류명창 진채선, 성춘향의 옷을 입다
타루의 국악뮤지컬 <운현궁 로맨스>
2013-02-25 08:42:12 2013-02-25 08:44:45
[뉴스토마토 이현주기자] 춘향전의 삼각 멜로가 운현궁을 배경으로 재해석돼 무대에 올랐다.
 
지난해 10월 나루아트센터에서 초연된 <운현궁 로맨스>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2월 21일~24일)에 이어 은평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3월1일~2일) 무대에도 오를 예정이다.
 
창작 국악공연을 만드는 국악뮤지컬집단 ‘타루’가 만든 이 작품은 한국공연예술센터 우수공연 레퍼토리 시리즈, 서울문화재단 공연장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에 선정된 바 있다.
 
판소리 뮤지컬인 <운현궁 로맨스(작가 경민선, 연출 이기쁨)>는 흥선대원군이 최초의 여자 소리꾼 진채선을 비롯한 대령기생(양반이 곁에 두는 기생)들을 운현궁에 상주시켰다는 것과, 고종이 명성황후와 결혼하기 전 영보당 이씨와 사랑에 빠진다는 두 가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출발한 팩션(faction) 뮤지컬이다. 영화 <광해 : 왕이 된 남자> 처럼 역사적 기록에서 출발한 창작극인 셈이다.
 
판소리 ‘춘향가’의 스토리텔링의 변주와 장르의 변주가 맞물려 극이 전개된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는 채선과 고종, 그리고 그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흥선대원군은 변사또를 연상시킨다. 방자 역할을 하는 윤봉사는 심청이의 아버지인 심봉사와 닮아있다. 여자 소리꾼은 대접도 못 받는 시대적 배경에서 당찬 태도로 흥선대원군을 감동시키는 채선은 드라마 <동이>나 <대장금>의 여주인공을 떠올리게 한다. 
 
춘향가의 일부인 ‘사랑가’, ‘갈까부다’, ‘쑥대머리’ 등은 판소리 창법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선율로 편곡해 익숙하게 귀에 들어온다. 판소리의 3대 요소 중 하나인 ‘아니리(장단 없이 말로 연기하는 것)’는 랩과 꽁트로 변신한다. 전통 악기로 연주한 할리우드 영화의 배경음악도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트로트 버전의 판소리는 국악 뮤지컬이라는 타이틀을 무색하게 만든다.
 
대부분의 창작 뮤지컬에서 국악이 소스 정도로 활용되는 것에 비해 판소리 자체를 노래, 연기, 춤에 모두 녹여낸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시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양 악기를 곁들인 국악 관현악단의 라이브 연주가 더해져 더욱 풍미가 있다. 숨겨진 관현악단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요소.
 
판소리에 들어있는 유머와 한을 모두 녹여낸 작품이다. 춘향전과 달리 고종과 진채선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극은 더 없이 재기발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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