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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게임업계, 커진 덩치만큼 책임감도 키워야
2013-02-08 10:00:00 2013-02-08 10:00:00
퀴즈 하나. 한국의 콘텐츠 산업 중 가장 수출액이 많은 분야는 무엇일까?
 
K-POP 열풍을 이끈 음악? ‘제2의 욘사마’를 기대하는 드라마? 그것도 아니면 헐리우드 진출이 활발한 영화?
 
다 틀렸다. 답은 ‘게임’이다.
 
최근 문화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게임의 수출액은 27억8700만달러를 기록했다. 두 번째로 수출액이 많은 캐릭터산업(4억4800만달러)의 6배가 넘는다. 전체 콘텐츠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8%에 달한다.
 
이에 비해 음악은 2억3500만달러, 방송은 2억2300만달러, 영화는 2900만달러에 불과했다.
 
게임은 가히 한국을 대표하는 콘텐츠 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번째 문제는 매우 쉽다.
 
우리나라에서 청소년을 중독으로 이끄는 ‘악의 근원’이자 청소년 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받는 산업은?
 
답은 말 안해도 아시리라 믿는다.
 
이것이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현 주소다. 고부가가치를 낳는 첨단 콘텐츠 산업임과 동시에, 마약이나 술 이상으로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산업이 되고 있다.
 
매일같이 계속되는 야근과 박봉에 시달리는 게임업계 종사자들은 분통터질 것이다. 찬사를 받아도 모자랄 판에 사회적으로 손가락질 받는 현실이라니. 어떤 게임사 관계자는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 자식의 회사를 떳떳이 밝히지 못한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농부가 밭을 탓하고 하늘을 탓할 수는 없는 법. 한번 내부로 눈을 돌려보자.
 
수많은 청소년들이 선망하는 게임업계 CEO, 특히 성공한 창업자들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을까. 게임산업의 양면성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게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부모의 걱정과 사회적 냉대에도 불구하고 게임업계에서 일하기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아직 여기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게임업계의 스타 창업자들이 게임산업의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서거나, 업계의 현실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움직이는 모습은 극히 일부 CEO를 제외하고선 잘 보이지 않는다.
 
최근 한 고교생이 온라인 게임 규제 강화에 반대하면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1인 시위를 한 일이 있다. 게임 개발자가 꿈이라는 이 학생은 원하는 일을 할 수 없게 될지 모른다는 절박함에 시위에 나섰다고 한다.
 
이 뉴스를 본 게임업계 종사자들은 “학생이 시위에 나서는 판국인데, 유명 창업자 정도가 나서서 삭발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쓴 웃음을 지었다는 후문이다.
 
어쨌든간에 모바일 게임에 대한 규제 강화는 일단 물 건너갔다. 업계는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이다. 청소년 이용자를 구별해 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번 결정에 마냥 안도할 수만 있을까. 게임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개선하는데 업계가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지금보다도 더 강력한 규제의 쓰나미에 직면할지도 모를 일이다.
 
손정협 IT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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