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카드 신용 등급 철폐..저신용자 '빚' 증가 부추기나
7등급 이하 저신용자 신규 신용카드 발급 제한 정책 무의미 지적도
애초에 신용 등급 설정한 의미 없어질 것
2012-08-19 17:59:38 2012-08-19 18:00:57
[뉴스토마토 이혜진기자] 야심찬 출발에도 실적 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하이브리드 카드에 '신용 등급 제한 철폐'라는 처방이 나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체크카드를 활성화하려는 의도는 좋지만 자칫 저신용등급에도 신용한도를 부여해 카드빚이 증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카드 고객에게 적용됐던 신용 등급을 완화하는 방침이 이르면 다음달 중 추진될 계획이다.
 
하이브리드 카드는 체크카드와 신용카드의 기능이 혼합된 카드다. 소비자는 계좌에 있는 금액을 체크카드로 사용한 후 잔액이 바닥나면 일정 한도 내에서 신용카드처럼 쓸 수 있다.
 
정부는 그 동안 체크카드 결제를 늘리면서도 신용카드 기능을 갖춘 하이브리드 카드의 특성을 살려 이 카드를 활성화하는 대책을 추진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카드사가 신용카드만큼 수수료 수익을 내지 못하는 이 카드를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았고, 소비자도 신용카드의 혜택을 포기하면서까지 카드를 사용할 유인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금융포인트인 하이브리드 카드의 경우 판매 실적이 좋지는 않은 편"이라며 "반면 같은 시기 출시된 신용카드인 '혜담카드'는 잘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브리드 카드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금융위는 고심 끝에 '신용등급 철폐'라는 대책을 내놨다.
 
김정주 금융위 중소금융과 사무관은 "하이브리드 카드에는 10만~30만원 정도의 소액 한도가 부과되므로 경제활동을 하는 소비자라면 연체없이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체크카드 사용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최환용 한국법제연구소 연구원도 "보통 신용카드의 한도가 100만원 이상인 것에 비하면 하이브리드 카드의 한도는 낮은 수준"이라며 "신용 등급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에게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카드 빚을 줄이기 위해 시작된 하이브리드 카드 활성책이 저신용자에게 신용 한도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옮겨 가면서 오히려 신용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요 6개 카드사의 카드빚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56조7000억원에 이르자 금융위가 신용 7등급 이하의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신규 신용카드 발급을 제한한 정책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자에게 정당한 수단을 제공하지 않고 무작정 신용 등급 제한만 푼다고 되겠느냐"며 "애초에 등급을 설정한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한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신용 위험의 소지는 많이 줄 것"이라면서도 "카드론처럼 신용 대출을 받아 돌려막기 식으로 빚을 갚는 형태가 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이 30만원 이내의 소액임에도 저신용등급에 신용한도가 부여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데는 신용카드 부실 위험이 갈 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금감원의 '국내은행 6월말 부실채권 현황'에 따르면 신용카드 부실채권 비율이 1.61%로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부실채권 비율 역시 2006년 9월말(0.81%) 이후 최고치인 0.76%를 기록했다.
 
이보우 단국대 신용카드학과 교수는 "하이브리드 카드를 카드사 별로 여러 장 만들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금융위의 대책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이런 종류의 부작용을 차단하는 시스템이 먼저 갖춰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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