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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북리뷰)이상호기자의 X파일-진실은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사실은' 지금도 계속되는 'X파일'과의 싸움
2012-08-02 14:23:07 2012-08-02 14:24:03
[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삼성X파일은 무엇인가? 두 유력 대선후보에게 뇌물을 건넨 사실을 점검하고 평가해 추가로 돈을 건넬 것을 확인하는 내용이다. ..중략..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돈으로 작동하는 삼성공화국인 것이다. 누군가 멈춰야 한다. 알려야 한다. 죽더라도 외쳐야하는 진실이다."
 
'연예계 노예계약', '전두환 비자금 추적', '방송가 뇌물커넥션', '삼성X파일'로 유명한 고발전문기자 이상호 MBC기자가 <이상호기자 X파일-진실은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를 펴냈다. 책은 이 기자가 삼성X파일 제보를 받은 날인 지난 2004년 10월 25일부터 MBC보도날짜인 2005년 7월 22일까지 약 10개월간의 생생한 기록을 담고 있다.
 
그는 스스로 '기자 개인의 존엄을 유지하기 위한 유일한 저항의 수단'으로 하루하루를 촘촘히 기록했다. X파일을 확보하고 보도하려는 과정에서 MBC라는 조직내·외의 갈등과정, 개인적인 고뇌 등이 녹아있다.
 
책에 등장하는 100여명의 인물들은 실존인물들이고 개중에는 실명을 거론한 인물도 등장한다. 당시 MBC 9시뉴스 앵커였던 이인용 보도국 부국장이 삼성의 홍보 임원으로 자리를 옮기자, 이 기자는 이 부국장과 맞설수밖에 없는 운명임을 미리 간파한다. 그는 작별인사를 하는 이 부국장에게 "당신의 삼성행을 이해할 수 없다"라는 말을 던진다.
 
조직에서 힘을 잃고 방황하던 그는 당시 최문순 <시사매거진2580> 부장과 면담한다. 그 과정에서 최 부장이 그에게 힘을 실어주자, 이 기자는 천군만마를 얻은듯 힘을 얻는다. 하지만 이내 최 부장은 MBC사장으로 선임되고, 엑스파일에 소극적으로 돌변했다. 공공의 이익·국민의 알 권리와 조직의 안위 사이에서 X파일은 10여개월간 표류됐다.
 
"보도를 관철하기 위해 한 발짝 앞으로 내딛을수록 회사 수뇌부와 주변의 저항과 힐난이 제기된다. 마치 맨발로 가시밭길을 걷는 듯한 고통이 육신과 영혼을 괴롭힌다. 나는 충분히 지쳐있다. 나를 지탱해주는 것은 기자의 초심, 그리고 직업적 본능뿐이다."
 
지난 1987년 연세대학생 이한열의 죽음은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됐다. 당시 이 기자는 이한열의 뒷줄에서 시위를 벌이다 그의 죽음을 목격한다. 정의의 뒷줄에 선 채 사회에 당당하게 저항하지 못했던 그의 경험이 오래된 관행과 불의와 싸울 수 있는 힘을 불러온 것은 아닐까. 삼성이라는 거대재벌과 공존할 수밖에 없는 언론사와 수많은 사람들의 회유 속에서도 그는 끝까지 보도를 관철시켜 나갔다.
 
그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공명심에 가득 찬 한탕주의자, 선배와 조직을 배신한 모험주의자 등으로 비난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한편에서는 기자는 이상호 이전의 기자와 이후의 기자로 나뉠 정도로 훌륭한 기자라고 추켜세우기도 한다.
 
그에 대한 평가를 떠나 이 책은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거나 언론계 종사자 등 언론계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같다. 기자들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아이템을 발제하고 취재하고 보고하는지 등 언론사라는 조직의 시스템을 파악할 수 있다. 또 취재원을 대하는 자세와 취재법, 기자의 라이프 스타일 등도 알 수 있다. 이미 언론계에 종사하는 이들에게는 일상이라는 생활 속에 자취를 감춰가던 기자 본연의 책무, '초심'을 일깨워줄 것이다.
 
이 기자는 책을 통해 묻는다. '역사의 발전을 믿지 않고 어떻게 기자를 할 수 있느냐'고 말이다. 이 사건은 경제민주화 요구를 불러온 '세기의 사건'으로 기록될 것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이 보도 이후 지난 한국사회는 발전했다고 볼 수 있을까. 결과적으로 이기자는 유죄를 선고받았고, 관련자들에 대한 사실 규명은 이뤄지지 않았다.  책에서 그뿐만 아니라 복수의 관계자가 지목했던 공공연한 '삼성의 로비스트'라는 인물의 뉴스가 공중파를 타고 있다. 경제민주화가 더 절실해졌다는 결론으로 돌아왔다. X파일과의 싸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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