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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독주시대)⑤욕조에 갇힌 고래..“바다가 답이다”
2012-05-21 17:31:21 2012-05-22 15:26:39
[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성공과 부는 항상 실패의 씨앗을 낳는 것일까? 부유해진 도시나 국가는 교만해지고, 지나친 자신감과 자기만족에 빠지게 되며, 과도한 소비를 하게 된다. 부와 권력이 축적되면 반드시 그 사회의 내부에 반목과 갈등이 생긴다. 또 이미 성공한 사업에만 집중하고 다른 방향으로 사업을 분산시키려 하지 않는다. 그때 국내적 재난과 외부 충격이 한꺼번에 밀어닥치면…" (마크파버)
 
인터넷산업은 그야말로 야망 있는 젊은이들에게는 꿈의 비즈니스다. 철강업이나 통신업 등과 달리 투자비용이 거의 들지 않고, 고정비나 변동비도 많지 않다.
 
쪽방에서 창업하더라도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좋은 상품만 내놓는다면 누구나 대박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쉽게 번 돈은 쉽게 나간다"는 속담이 적용되는 곳이 또 인터넷업계이기도 하다.
 
진입장벽이 여타 제조업에 비해 워낙 낮다보니 수익 안정성이 취약하다. 다행히 1위 기업이 됐다 하더라도 후발업체들의 맹렬한 추격이 늘 부담이다.
 
그렇다면 지속적으로 정상의 자리를 지키는 방법은 무엇일까.
 
가장 쉬운 방법은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경쟁사들이 따라오지 못하도록 ‘사다리를 걷어차고’, 신규시장 개척보다는 시중에 나온 성공 가능성 높은 서비스를 베껴 몸집을 불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조직을 지탱했던 목표가 사라지고, 기업 이미지와 경쟁력이 악화된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전략임은 분명하다.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이상적인 안은 애플이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 등으로 세상을 바꿨던 것처럼 네이버도 지속적으로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는 것이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좀 더 현실적인 조언을 한다.
 
먼저 SNS 컨설팅업체인 ‘누리터커뮤니케이션즈’의 이승훈 대표는 업계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인터넷기업이 변덕스러운 이용자나 파트너사들로부터 지속적으로 선택받기 위해서는 ‘믿을 만하다’는 브랜드 가치가 형성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이유로 여러 성공한 IT기업들은 앞다퉈 스포츠 구단을 소유하려 하고, 사회공헌에 발벗고 나선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 '신뢰'를 기반으로 강력한 플랫폼 리더십을 구축해야 한다.
 
이 대표는 “인터넷업계는 플랫폼과 플랫폼, 플랫폼과 하위 제휴사(컴플리멘터) 간의 개방협업 성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곳”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보면 최근 상장한 페이스북의 100조원이 넘는 시가총액은 거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에 소속된 수많은 컴플리멘터들의 기업가치를 계산하면 충분히 그만한 평가를 받을 수 있으며, 네이버 역시 더 큰 성장을 위해서는 생태계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비슷한 관점으로 김인성 IT칼럼니스트는 개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콘텐츠를 독점하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중소사이트들을 지원하고, 벤처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파트너사와 광고주를 압박하는 행위를 중지해야 한다”며 “이들과 상생해 함께 신규 및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함께 사회적 효용을 높이는 일종의 상호호혜적인 관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많은 전문가들은 보다 절박한 심정으로 해외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욕조에 갇힌 고래’ NHN(035420)이 바다로 나가지 않는다면 필연적으로 모두에게 불행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신흥시장을 타겟으로 유망 서비스를 내놓아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대안이다.
 
◇“모범적 인터넷기업 변신 기대”
 
벤처기업들은 열악한 업무환경과 불투명한 생존 가능성, 무엇보다도 마이너로 무시하는 외부시선 때문에 지치곤 한다. 하지만 NHN보다도 더 큰 기업을 내 손으로 만든다는 꿈과 희망이 이들을 움직인다.
 
사실 척박한 한국 인터넷시장에서 NHN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미국 실리콘벨리에서는 플랫폼이 만들어지기까지 벤처투자가 받쳐주고, 광고시장이 받쳐주고, IPO시장이 받쳐준다. 그러면 보이는 게 세계시장이다.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NHN 창업자들은 엄청난 고생 끝에 삼성SDS 사내벤처였던 네이버컴을 시가총액이 SK텔레콤(017670), KT(030200)를 능가하는 기업으로 키웠다.
 
어쩌면 수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NHN의 독선과 아집은 그 '고생'으로부터 시작됐는지 모른다.
 
이것만으로도 NHN은 존재 의미가 있다. 실제 많은 사람들은 네이버가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방통위의 네이버 규제 행보는 법학자로 봤을 때 아쉬운 점이 많아요. 부가통신사업자 중에서 규제를 받을 만큼 성장한 기업이 있을까요. 국내 소프트웨어 사업이 열세인 상황에서 네이버가 규제를 받는다면? 당장 한국 SW업계가 망하진 않겠죠. 하지만 글로벌 인터넷기업의 탄생 가능성이 줄어들까봐 염려가 됩니다.” (전삼현 숭실대 법대교수)
 
“국내 IT업계에서는 사랑받는 기업, 존경받는 기업이 없어요. 이제는 좀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 희망을 어느 정도 네이버에게 갖고 있는 것이죠. 지금은 너무 돈에만 치중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리스크가 있더라도 좀 혁신적인 사업을 해야죠. 이용자, 파트너사들에 대한 강압적인 행태도 이제 바꿔야 합니다.” (류한석 기술문화연구소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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