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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애플, 2라운드 戰場은 '자동차'
2012-05-16 14:01:15 2012-05-16 14:13:02
[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삼성과 애플이 자동차로 전장(戰場)을 옮겨 끝장대결을 이어갈 태세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놓고 법정대결까지 불사한 양사의 혈전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이탈리아의 명품 자동차 회사인 페라리의 루카 디 몬테제몰로 회장을 만났다. IT 전문지 애플인사이더의 보도에 따르면 쿡은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한 몬테제몰로를 따로 만나 두 시간가량 독대했다.
 
몬테제몰로는 회동 직후 "두 회사 모두 제품에 대한 열정, 기술과 디자인에 대한 광적인 집착으로 연결돼 있다"고 공통점을 강조했다.
 
이를 두고 미국 내에서는 애플의 자동차 산업 진출 가능성이 제기됐다. 타임(TIME)지는 앞서 올 초 "애플이 스마트폰과 자체 콘텐츠를 결합한다면 자동차 산업 분야에서도 3~5년 내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점쳤다. 아이폰과 이를 통해 형성한 무궁무진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자동차 인포테인먼트(Infortainment) 진출을 내다본 것이다.
 
인포테인먼트는 자동차에 첨단 IT기술을 접목, 운전자가 차량과 노면 상태 등 각종 운행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스마트 기기를 통해 원격제어가 가능하다. 차량 내 장착된 시스템을 통해 웹서핑 등 인터넷 검색은 물론 뉴스, 이메일 등도 확인 가능하다. 최근엔 연료 소비 효율을 극대화하는 경제운전 도우미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IHS아이서플라이는 올해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장 규모를 54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포드나 GM, 도요타 등 기존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갖춘 자동차 개발에 뛰어든 것도 시장 규모와 고객 수요를 고려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완성차 업계는 이를 위해 굴지의 IT 기업과 전략적 연대를 모색 중에 있다. 이미 포드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을 잡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싱크'(Sync)를 개발했다. 애플이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애플이 자동차로 눈을 돌리게 된 데는 쿡의 영향이 컸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쿡은 2010년 GM 차기 CEO 물망에 오르는 등 자동차 산업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열정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애플은 팀 쿡 체제 이후 자동차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보여 왔다.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모터스와 파트너십을 추진하는 한편 올 들어서는 자동차 설계분야 전문 엔지니어를 모집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삼성 역시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사장을 중심으로 자동차용 전자부품(전장)에 대한 본격적 공략에 나섰다. 이 사장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와의 만남을 이어가며 사업 연대를 타진하고 있다.
 
지난 7일 독일 현지에서 마틴 빈터콘 폭스바겐 회장을 만난 데 이어 하반기에는 앨런 멀럴리 포드 CEO와도 만날 예정이다. 앞서 이 사장은 지난해 10월 댄 애커슨 GM 회장을 만난 데 이어 올 1월과 2월엔 아키요 도요타 사장과 노버트 라이트호퍼 BMW 회장을 차례로 만났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의 제휴를 위한 사전포석이다.
 
삼성은 완성차로의 진출에 대해선 분명히 손사래를 치면서도 자동차용 2차 전지와 반도체 등 핵심 전장 분야에 대해선 "관심이 많다. 앞으로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해 나갈 것이다"고 말하고 있다.
 
결국 삼성과 애플, 두 회사가 자동차 시장에서 격돌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자동차가 엔진 중심의 기계에서 벗어나 첨단 IT가 결합된 복합융합산업으로 떠오르면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양사의 물밑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5년 이내 2조1400억달러 규모로 성장을 이어나갈 자동차 시장에 대한 IT 기업들의 공략, 그 중심에 삼성과 애플이 있다. 그리고 출발점은 기존 완성차 업체들과의 연대에 있다. 누가 외교전에서 앞서갈까?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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