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경진기자] 금융당국이 증권사들의 신용융자 규모를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세워 해당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올 들어 신용거래융자 규모가 커지자 투자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지만, 업계는 일방적인 신용융자 규모 축소가 초래할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15일 41개 증권사 신용공여업무 담당부서장 앞으로 '신용거래융자 관련 회원사 협조사항'이란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은 증권사들의 신용융자 한도 초과분을 3월말까지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한편 내달 1일부터 신용융자 최저 보증금율을 현행 40%에서 45%로 상향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저 보증금율이 오르면 신용으로 융자를 받아 주식을 사려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현재보다 더 많은 현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신용융자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금투협은 각 증권사에 최저보증금율 상향 조정내역을 약관이나 설명서 등에 반영한 뒤 이달 말까지 결과를 협회에 공문으로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증권사 업무에 대한 자율규제 권한을 갖고 있는 협회가 사실상 신용융자 한도 축소를 통보한 것이다.
금투협 관계자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증권사 신용융자 규모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이후 증권사 기획담당 부서장들과 두 차례 협의를 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로, 최저 보증금율 인상은 이달 말까지 계속 협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금투협을 통해 증권사들의 신용공여를 제한하려는 것은 최근 신용융자 규모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금투협에 따르면 지난해 말 4조4774억원이었던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 19일 현재 5조2124억원으로 7350억원 증가했다.
금융감독원은 협회측에 증권사 신용융자 규모를 2월말 수준인 5조원대 초반으로 낮춰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5월 7조원에 육박했던 신용융자 잔고는 9월 이후 감소추이를 보이다 최근 다시 늘고 있다"며 "특히 개인 투자자가 많은 코스닥시장은 그 규모가 1조8000억원에 달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스닥시장의 테마주 열풍과 신용융자가 늘어난 것이 상관관계가 있는 것 같다"며 "시장과열이 우려돼 업계 자발적으로 규모를 줄였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일방적인 신용융자 규모 축소 지침은 영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 증권사 임원은 "지금까지 신용융자 한도를 자발적으로 줄여왔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이 아닌데도 당국이 협회를 동원해 인위적으로 규모를 낮추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투자업 규정상 일반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는 자기자본의 100%이지만 지난 2007년 업계자율 결의로 60% 한도를 책정했다. 자기자본 대비 60% 신용공여 한도 중에서 40%가 신용융자이며 20%는 대주 규모다. 온라인 증권사의 신용융자 한도는 자기자본 대비 70%이다.
현재 주요 증권사의 신용융자 비율은 평균 15~20% 선에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이미 선제적으로 신용융자 한도를 낮춘 회사나 새로 영업을 활성화시키고 있는 신생사들은 리테일 영업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대형사에 비해 더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