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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문화 토론회, '성급한' 정부 게임 규제 비판
"‘학교 폭력=게임’ 논리는 빵·기독교도 규제 대상"
게임 문화 인정 위해 업계·학계 노력 필요
2012-02-22 07:59:59 2012-02-22 18:08:21
[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21일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나는 게임이다’ 토론회에서 한 방청객이 “게임 아이템과 관련된 학교 폭력 사건이 터지고 있고 해결하는 것이 시급한데 학교 폭력과 게임의 연관성을 장기간 연구할 여유가 있는가?”라고 토론자들에게 질문했다.
 
이에 대해 박상우 연세대학교 교수는 “어떤 사회적 문제에 책임을 물을 때 성급하게 눈에 보이는 현상을 규제하려고 하면, 문제의 근본을 고치지 못하고 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박 교수는 이어서 “게임 아이템보다 훨씬 전부터 학교 폭력 사례로 빵셔틀이 거론됐지만 빵을 규제하거나 제빵 회사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은 없었다”며 “학교 폭력의 해결책으로 게임을 규제해야 한다는 논리가 사실이라면, 최근 병든 자녀들을 성경 대로 때려서 치료한다 숨지게 한 사건에 대한 대책으로 기독교를 중단시키거나 최소한 기독교의 청소년 교육 시스템을 차단해야 하는 논리도 성립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이날 토론회에서는 게임이 주류 문화로 자리잡았지만 정부와 사회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박근서 대구카톨릭대 교수는 “70년대 후반에는 코메디가 너무 폭력적이라는 이유로 코메디를 금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청와대에서 까지 나왔었고 이후 영화, 비디오, 만화 순으로 문화적인 지위가 확립되지 않은 새로운 대중문화는 규제 대상이 되어왔다”며 “게임업계와 학계가 게임 문화에 대한 담론과 평가를 쌓아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소연 문화연대 팀장은 “게임이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유해성이 증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성가족부의 셧다운제가 추진 된 이후 정부의 규제 움직임은 심해지고 있다”며 “이런 규제들이 청소년과 게임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강제로 규제하고 권리를 침해한다”고 우려했다.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정부의 게임 규제안은 게임이 청소년들의 폭력성과 학교 폭력에 영향을 끼친다고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며 “학교 폭력 해결 정책은 겉으로 보이는 것으로만 판단하지 말고, 입시 경쟁 환경, 성공과 물리적 성과만을 강조하는 사회 풍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동연 한국종합예술대학교 교수는 “게임 개발자들은 산업 역군이기도 하지만 문화를 만드는 사람들이기도 하다”며 “산업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청와대•교육과학부와 타협하거나 끌려가지 말고 성숙한 문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게임업계가 현재 상황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상우 기술미학연구회 연구원은 “스크린쿼터 축소에 맞서 국내 영화산업 종사자들이 일사분란하게 대처했다”며 “이들과 비교했을 때 게임업계는 사실상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태순 한림대 교수는 “게임업계는 그 동안 자신들과 이용자들을 타자화하는 오류를 범했다”며 “게임 중독과 사행성 등 부작용에 대해 게임사들이 그 책임을 이용자들에게만 돌리는 것이 아니라 같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선재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상우 교수는 “게임이 나쁘냐 좋으냐는 논의는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며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게임에 빠지는 이유와 게임이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고, 이를 해소하는 것은 게임사들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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