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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종합대책, 내용보니 '게임 규제책'
근본책 없이 눈에 띄는 '가해학생' '게임'만 제재
2012-02-06 16:05:09 2012-02-06 16:54:43
[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6일 발표된 정부의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은 행정 편의주의와 탁상행정으로 가득했다.
 
한국 학생들의 주간 평균 공부 시간은 약 49시간으로 경제개발협력기수(OECD) 국가들 평균보다 16시간 많다.
 
학교 폭력이 심해지는 원인 중 하나로 학생들이 학교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다는 주장도 있다.
 
야간 자율 학습 등을 금지시켜 학생들을 일찍 귀가시킬 계획은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주호 교육과학부 장관은 “체육 수업을 늘리겠다”고 대답했다.
 
학생들이 체육 시간 동안 에너지를 쓰면 학교 폭력이 준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수치상으로는 체육시간이 50% 늘어난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주당 1시간이 늘어난다.
 
정부 대책은 마치 온라인 게임 규제안을 종합대책으로 포장하기 위한 구색 맞추기 같았다.
 
우선 대책은 가해 학생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데 주력했다.
 
오는 3월부터 학교장은 가해학생을 무기한 즉시 출석정지 시킬 수 있고, 피해 학생과 먼 곳으로 전학 시키거나 다른 상급학교로 진학시킬 수 있다.
 
가해 학생 부모는 학교에 의무적으로 나가야 하며, 이를 거부할 경우 과태료를 물게 된다.
 
또 가해 학생은 생활기록부에 기재돼 대학 입학 등에서 불이익을 당한다.
 
이 같은 대책은 학교 폭력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 없이 눈에 띄는 가해 학생들만 처벌하겠다는 것이어서 학교 폭력과 왕따 문제를 오히려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다.
 
한 전문가는 “학교 폭력, 왕따 문제는 학급 안에서 계급 제도가 생기면서 심해지고 있다”며 “이 같은 학급내 계급 문화를 해결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가해 학생들을 처벌만 하면 학교 폭력은 더 적발하기 어려운 형태로 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교에서 눈에 띄는 가해 학생이 사라지더라도 왕따로 지목된 학생은 남은 학생들에게 계속 괴롭힘을 당하는 구조다.
 
오히려 괴롭힘이 정신적인 방향으로 변하는 등 적발하기 어렵게 변할 수 있다.
 
학교 폭력 예방 대책도 허술하다.
 
교과부는 3~5세부터 ‘누리 과정’을 운영하고, 국어ㆍ사회ㆍ도덕 교육에 인성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 같은 대책에 대해 “학생들이 영어를 못하면 영어 수업시간을 늘리는 것과 같은 수준”이라는 비판이다.
 
영어 수업을 늘려도 학생들이 공부를 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듯, 인성 교육을 해도 정작 학생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셈이다.
 
학교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학부모들의 참여를 늘리겠다는 방안도 비현실적이다.
 
대다수 한국 부모들이 자녀들의 교육비를 벌기 위해 맞벌이를 하고 있고, 한국 근로자들의 업무 시간은 자녀들의 공부 시간 못지 않게 길다.
 
이 같은 사회 현실이 개선되지 않으면 학부모 참여는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자녀가 공부만 잘하면 문제가 없다고 보는 학부모들의 인식도 문제다.
 
한 외국인 교사는 “부모에게 자녀가 학교 폭력 가해자라고 알렸더니 교장에게 전화를 걸어 ‘착실하게 공부 잘하는 우리 아이를 왜 괴롭히냐’고 클레임을 걸었고, 결국 교장 선에서 문제가 덮어진 적도 있다”고 밝혔다.
 
이번 ‘학교폭력 근절 대책’은 결국 표면적인 문제 해결에만 매달리고 본질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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