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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무상보육' 발표.."총선용 졸속정책" 비판
재정적자 시달리는 지방자치단체 반발도 숙제로 남아
2012-01-18 18:35:23 2012-01-18 18:40:02
[뉴스토마토 송종호기자]정부가 '무상보육'의 도입시기와 범위, 지원대상을 대폭 확대한다.
 
하지만 문제점을 보완해 단계적이고 순차적인 정책 추진이 아닌 밀어붙이기식 '선거용 정책'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한정된 정부 재원으로 '양육'보다는 '보육'에 우선순위를 두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일수 있는 정책이라는 정부 설명도 궁색하다는 지적이다. 재원마련도 정부는 지방교육교부금을 활용하면 된다는 설명이지만 지방정부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정부는 18일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교육과학기술부 등 관계기관 합동 브리핑을 열고 올해부터 만 5세아동에게 도입되는 누리과정을 내년부터 만 3~4세 아동에게도 확대하는 내용의 '3~4세 누리과정 도입 계획안'을 발표했다.
 
'누리과정'은 현재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이원화돼 있는 교육 및 보육과정을 통합해 교육의 질을 높이고 조기발달의 기회를 보장하는 데 의미가 있다. 앞서 정부는 올해 만 5세아에 대한 누리과정 도입과 함께 0~2세 아동의 전계층에게 보육료를 지원하기로 한 바 있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내년부터 소득에 관계없이 만 3~4세 아동에 대한 유치원비·보육비가 지원된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만 3~4세 아동의 부모는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유치원비와 보육비로 매월 22만원을 지원받는다. 
 
그동안 차상위계층(소득하위 15%수준)에게만 지원됐던 양육수당도 소득하위 70%까지 확대돼 올해 9만6000명에서 내년 64만1000명으로 늘어난다.
 
◇무상보육.."여성의 경제활동 참가 제고"vs"근본적인 대책부터 세워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집에서 양육하는 것과 보육시설에 맡기는 것에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성의 경력단절을 예방하고 사회진출을 통해 줄어들고 있는 생산가능인구의 보완책을 뛰어넘는 비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장관은 "보육의 경우는 집에서의 양육과 달리 교육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책임이 더 무겁다고 본다"며 "양육과 보육을 모두 지원하면 좋지만 한정된 정부 재원으로 불가피하게 우선순위를 보육에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보육과 양육은 개인선택 문제"라며 "보육지원은 시설지원도 포함되지만 양육은 개인에게 현금으로 지원해 소득보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임 장관은 "때문에 보육은 아이들의 교육에 투자하는 성격을 갖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교육부(육아교육)와 복지부(보육)로 이원화돼 있는 상황에서 만 3세이상을 교육범위로 포함시킨다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를 제고하는 방향이라는 데는 의견을 달리했다.
 
한 육아관련 전문가는 "고학력 여성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질 높은 일자리가 동시에 늘어나지 않는다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는 늘지 않을 것"이라며 "직업훈련체계의 기반 마련이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36개월 미만 아동은 대개 가정에서 직접 양육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육아휴직에 대한 수요가 크다"며 "성급한 제도 도입에 앞서 직업훈련 체계와 함께 육아휴직 등의 제도 개선이 먼저 선행돼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올해부터 도입되는 만 5세 누리과정의 미비점을 보완하면서 순차적인 정책 도입이 필요한데, 정황이 대선과 총선이 있어 서둘러 진행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결국 자녀를 보육시설에 보내면 지원을 받지만 집에서 키우면 별다른 혜택이 없기 때문에 가정보육 지원과 함께 직업훈련과 육아휴직제도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원마련 반발하는 지방정부.."국고지원 늘려라"
 
재원마련에도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만 3~4세 보육료와 유아학비는 재정 여건을 고려해 2014년까지는 국고·지방비·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함께 활용해 지원하고, 2015년부터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재원을 일원화하기로 했다. 내년 3~4세 누리과정 도입에는 국비와 지방비, 지방교육교부금 등 총 2조5000억원이 투입된다.
 
하지만 경기도만 하더라도 오는 3월부터 시행되는 0∼2세 영·유아 보육료 무상지원 예산 938억원을 확보하는 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경기도는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소요 재원을 확보하기로 했지만 내년부터 3~4세까지 보육대상이 확대된다면 추가 재원이 녹록치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늘어나는 재정부담에 따라 지난 17일 전국 6대 광역시장은 대전시청에서 협의회를 열고 현재 40∼50% 수준인 0∼2세 영유아 보육료의 국비 부담을 80∼90%로 올려줄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지자체의 요구와 달리 정부는 2014년 4세, 2015년 3세에 대한 보육료 지원이 모두 지방 교육교부금으로 이관됨에 따라 지방비 절감분이 발생해, 2016년부터는 연1700억원 수준의 절감재원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양육수당 재원은 만3~4세 누리과정 도입에 따른 지방비 절감분으로 충당 가능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박재완 장관도 "지난 5년 평균 지방 교육교부금이 평균 6.1%늘어났는데. 학령 아동은 꾸준히 감소해 지방교부금 수요는 줄고 있어, 교부금의 여력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부터 도입되는 0~2세 보육료 지원에 따른 시ㆍ도별 부담액은 ▲부산 587억원 ▲충북 450억원 ▲대구 393억원 ▲인천 390억원 ▲경남 297억원 ▲강원 213억원 ▲광주 220억원 ▲대전 203억원 ▲전남 144억원 ▲전북 152억원 ▲울산 128억원 ▲제주 69억원이다 
 
일부 지자체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미루고 0∼2세 보육료 지원비로  재원을 사용하기로 하고,  추가경정예산에서 0∼2세 보육료 지원비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자체의 한 관계자는 "지방 정부의 재정상태는 고려하지 않고 선거를 의식해 추진하는 정부정책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정부는 3~4세 누리과정 도입을 위한 법령 개정과 담당교사 연수, 시설 보강 등을 올해 안에 완료하고, 누리과정·양육수당 확대와 보육 인프라 개선에 필요한 예산은 내년 예산안에 반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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