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국내 기업의 단기부채 상환능력이 외환위기 때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현금흐름을 초과하는 투자현금흐름을 외부차입으로 조달하면서 재무구조가 나빠졌고 차입금 규모가 증가하면서 원금상환능력이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 영업익 모두 차입금 갚아도 3분의1 밖에 못 갚아
17일 LG경제연구원이 1995년 이후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된 비금융회사를 대상으로 단기부채 상환능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상장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3.9배였다.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 규모가 이자비용의 4배에 달하는 셈이다.
이 수치는 2010년 4.1배에 비해 다소 하락한 것이지만 3배 안팎에 머물렀던 2000년대 후반과 비교하면 아직 높은 편이다.
반면, 기업의 원금상환능력은 급격히 저하됐다. 지난해 영업현금흐름 대비 차입금 배율이 지난해 2.9배로 높아진 것. 즉,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을 모두 차입금 갚는다 해도 전체의 3분의1 밖에 갚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들이 이자비용부담 능력은 호전되고 원금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며 "저금리 기조로 이자비용 부담이 낮아진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하면서 외부차입금을 늘렸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 단기차입 비중 80%..부채상환능력 환란때보다 낮아
문제는 최근 국내 기업의 단기차입금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차입금 상환능력이 취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 60%대였던 기업의 단기차입금 비율은 지난해 9월말 79.1%까지 높아졌다. 하지만 같은 기간 기업들의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흐름 창출능력은 오히려 낮아졌다.
이에 따라 영업활동을 통해 단기부채상환능력을 파악하는 현금흐름보상비율은 지난해 15.8%였다. 영업활동에서 발생한 현금흐름으로 단기차입금과 이자비용의 15.8%만 지급할 수 있다는 것. 이는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당시 20%수준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취약기업 비중도 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실적 기준 3개 중 1개 기업이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비용도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연구위원은 "경기가 부진해지면 외부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내부 현금흐름도 악화되는 이중고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며 "잠재돼 있는 신용위험의 확산을 예방하기 위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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