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도스 사태, 부정선거 의혹으로 번지나?
정동영 "한국판 워터게이트, 사이버 3.15 부정선거"
입력 : 2011-12-05 14:36:22 수정 : 2011-12-05 14:37:59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선관위 홈피 디도스 공격’ 후폭풍이 거세다. 여당은 개인의 범죄로 선을 그으며 사태 진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야당들의 공세는 매섭고 여론의 시선은 차갑기 그지없다.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실 비서 공모(27)씨 등 4명이 디도스 공격으로 선관위 전산망을 마비시켜 지난 10.26 서울시장 선거를 방해한 혐의로 구속됐지만 ‘몸통’은 따로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관위는 5일 아침 복수의 라디오 방송을 통해 “경찰의 수사 발표가 실체적 진실”이라며 “내부 개입설은 사실 무근이며 로그파일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과연 27살의 국회의원 비서가 이 모든 사태를 계획하고 저지른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구속된 이들의 배후에는 누가 있는 것일까.
 
◇ 꼬리를 무는 의혹들
 
민주당은 5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백원우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한나라당 사이버테러진상조사위원회’의 구성을 의결했다.
 
공씨의 단독 범행이라고 보지 않고 배후에 누가 있는지를 철저히 가려낼 것이라는 단호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손학규 대표는 “이 사건은 민주주의 근간을 파괴하는 국기 문란에 해당하는 행위”라 규정하며 “사건 성격과 규모, 이에 소요되는 막대한 자금 등을 감안할 때 이 사건이 의원실 9급 비서의 소행이라는 발표에 쉽사리 수긍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 수사가 진상을 적당히 은폐하고 몸통을 비호하는 꼬리자리기 수사로 귀결될 경우 국정조사 특검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진상규명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아예 “한나라당 의원비서가 범죄 집단을 사주해서 20-40대의 투표율을 하락시키려는 정치적 목적에 의해 국가기간시설을 무력화하는 중대범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에 대한 테러이고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라며 “이 사건을 27살 개인비서의 범죄로 축소·왜곡하려는 어떤 시도도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제3의 인물과도 통화한 것이 확인된 이상 이 사건의 기획자와 몸통이 누구인지 밝혀내야 한다”며 “또한 이와 같은 해킹에는 억대의 금품이 제공된다는 것이 통설인데 자금제공자가 누구인지도 분명하게 밝혀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원내대표는 또 “선관위는 사이버테러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당시 서버 로그파일을 즉각 공개하라”면서 “최구식 의원과 한나라당도 국민 앞에 진정어린 사죄와 함께 응분의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작정한 듯 “보통 일이 아니다. 한국판 워터게이트 사건”이라며 “정권을 탄핵하고도 남을 사안”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 최고위원은 “사이버 3.15 부정선거”라며 “3.15로 이승만 정권이 물러났다. 만일 이 문제에 한나라당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면 무한책임을 질 각오를 해야 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선관위에도 세 가지 의혹이 있다”면서 “첫째, (투표 당일) 투표소를 대거 변경한 것을 해명해야 한다. 둘째, 투표 참여 노력을 선거 때마다 억압하는 행태가 있다. 셋째, 선관위 로그 파일을 즉각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4일 최고위원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한 후 김기현 대변인을 통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김 대변인은 “수사기관에서 신분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성역 없이 철저히 수사하여 줄 것을 요구하며, 관계자에 대해서는 엄벌에 처해야 마땅하다”며 “최고위원회의 도중 최구식 의원의 당직사퇴 의사 표명이 있었으며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공씨에 대해선 “당 소속 국회의원의 개인 운전기사가 연루의혹을 받고 있는 사건”이라며 선을 그은 후 “그렇긴 하지만 한나라당으로서는 이번 일에 대해 국민 여러분들께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짧게 말했다.
 
◇ 철저한 해명 없을 시 정국 요동칠 듯
 
이러한 의혹이 사실일 경우 상황은 심각해진다. 단순 개인의 디도스 공격이 아니라면 배후의 사주에 의한 ‘부정선거’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서울시장 재선거 하루 전 곳곳의 투표소 위치를 변경했다. 지난 무상급식 주민투표 때 투표소 중 332곳(약 15%)이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변경된 투표소는 여당 성향의 강남보다 서대문구(48%)와 금천구(43%) 등 야권 성향이 상대적으로 강한 강북지역이 월등히 많았다.
 
문제는 선거 당일 아침에 투표소가 변경된 것을 몰랐던 시민들이 선관위 홈페이지를 통해 투표소를 확인하려고 했지만 디도스 공격으로 인해 투표소 안내 화면이 접속 자체가 되지 않아 투표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는 데 있다.
 
박원순 당시 후보에게 불리한 결과를 유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투표소를 변경하고, 선관위 전산망을 공격했다는 추측이 가능해지는 대목이다.
 
더욱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의 진행자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디도스 공격이라면 선관위 홈페이지 자체가 접속이 안됐어야 한다”고 주장해 선관위 ‘내부 개입설’을 제기한 바 있다.
 
김 총수는 “로그파일만 공개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며 “한나라당·정부에서 투표율을 낮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선관위에 압력을 행사한 것을 감추기 위해 27살 비서 개인의 디도스 공격이라고 ‘물타기’ 하는 중”이라고 맹비난했다.
 
한미FTA 비준 동의안 강행처리에 이번 사태까지 더해 그렇지 않아도 당 쇄신안을 놓고 격론을 벌이던 한나라당은 상당히 당혹스러운 눈치이다.
 
전여옥 의원 등이 트위터를 통해 “최 의원과 한나라당은 이번 일에 관련이 없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하느라 안간힘이지만 야당들의 강력한 반발과 들끓는 네티즌의 비난 여론 앞에 힘을 잃은 모습이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이번 사태가 부정선거 의혹으로까지 번질 경우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국은 급격히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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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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