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우리나라가 제조업 현장에서 로봇을 가장 활발히 활용하는 국가이나 로봇산업의 종합경쟁력은 주요 6개국 중 최하위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핵심부품 국산화율은 44% 수준에 그치는 데다, 대규모 내수시장과 기술 내재화·양산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이 한국을 추월한 상황입니다. 로봇 활용 역량을 산업 경쟁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29일 산업연구원의 분석을 보면, 지난해 한국 제조용 로봇산업의 종합경쟁력은 72.9점으로 비교 대상 6개국 중 가장 낮았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종합경쟁력 72.9점…기술경쟁력 격차↑
29일 산업연구원의 분석을 보면, 지난해 한국 제조용 로봇산업의 종합경쟁력은 72.9점으로 비교 대상 6개국 중 가장 낮았습니다. 국가별로 일본은 95.5점으로 가장 높았고 독일(88.4점), 미국(80.6점), 스위스(79.5점), 중국(79.4점)이 뒤를 이었습니다. 중국의 경우는 2023년 한국을 추월한 이후 경쟁력 격차를 확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반면 한국의 로봇 활용 수준과 산업 경쟁력 사이의 괴리는 뚜렷합니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제조용 로봇 신규 판매 대수는 세계 4위입니다. 로봇 밀도는 제조업 종사자 1만명당 1066대로 세계 1위를 기록했습니다. 자동차와 반도체, 전자 등 주력 제조업을 중심으로 자동화가 빠르게 확산된 결과입니다.
그러나 높은 로봇 보급률과 달리 로봇 기업의 기술력과 시장지배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핵심부품과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조달 부문의 경쟁력이 취약한 겁니다.
산업연의 가치사슬별 경쟁력 평가를 보면, 한국의 조달 부문은 64.0점에 그쳤습니다. 일본(98.8점)과 34.8점 차이를 보이는 데다, 중국(76.0점)과는 12.0점 뒤져 있습니다. 이어 연구개발·설계 부문은 70.0점, 생산 부문은 72.0점으로 평가됐습니다. 반면 판매 후 시장·서비스 부문은 78.4점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문제로 꼽힌 부문은 로봇 성능과 가격을 좌우하는 감속기, 서보모터, 센서, 제어기 등 핵심부품의 기술 자립도 하락입니다. 국내 로봇 핵심부품 국산화율은 44%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내 로봇 기업의 영세한 산업구조도 한계로 지목됩니다. 2024년 기준 국내 로봇 사업체는 2509개사이나 이 중 97.9%가 중소기업입니다. 로봇 매출액 100억원 이상인 기업은 전체의 3.2%에 불과합니다. 중장기 연구개발과 대규모 생산설비 투자, 해외시장 개척을 주도할 기업 기반이 취약한 셈입니다.
반면 중국은 거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로봇산업의 주도권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세계 제조용 로봇 신규 판매 대수는 60만3307대로 전년보다 11.3% 급증하는 등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8.7%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6.4%), 일본(6.0%), 한국(5.0%), 독일(4.1%)을 크게 웃도는 수준입니다.
2026년 10월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공지능 페스타 2026에서 관람객들이 피지컬 AI 관련 전시물을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계 로봇 시장 80만대 시대…기술자립 시급
IFR의 세계 로봇 시장 성장세 전망을 보면, 제조용 로봇 신규 판매 대수는 2029년 약 80만6000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전문 서비스용 로봇 판매량은 지난해 24만9925대로 전년 대비 24.1% 급증한 바 있습니다. 2029년에는 63만4670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현재 미국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바탕으로 고성능 자율로봇과 휴머노이드 개발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일본·독일은 정밀기계와 제조 자동화 기술을 기반으로 AI 융합형 로봇으로의 전환을 추진 중입니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로봇산업으로 확산하면서 생산 입지와 공급망 안정성, 주요 시장 접근성도 중요한 경쟁 요소로 부상했습니다.
국내는 삼성전자의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확대, LG전자의 베어로보틱스 자회사 편입, 두산로보틱스의 미국 자동화 솔루션 기업 원엑시아 인수 등 대기업의 로봇산업 투자가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정부가 ‘피지컬 AI’를 국가 전략 분야로 선정하는 등 핵심 기술 개발과 실증, 양산을 연계하는 산업 육성에 나선 것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AI와 로봇 기술이 결합하는 피지컬 AI 시대에는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데이터 확보 역량까지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박상수 산업연 전략산업분석실 연구위원은 “활용 역량이 국내 로봇 기업의 성장과 산업 전반의 경쟁력으로 충분히 연결되고 있는 것은 아니며 핵심부품과 소프트웨어, 시스템 통합, 대규모 양산 및 글로벌 시장 진출 등 가치사슬 전반에서는 여전히 보완 과제가 적지 않다”고 언급했습니다.
박홍근(왼쪽 두번째) 기획예산처 장관과 이원택 전북특별자치도지사, 양오봉 전북대학교 총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2026년 10월28일 전북 전주시 전북대학교 피지컬AI 실증랩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 연구위원은 “산업 기반의 규모와 기업 구조 측면에서도 한계가 나타난다. 이러한 영세한 산업구조는 중장기 연구개발 투자와 대규모 생산, 글로벌 시장 개척을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정책의 핵심은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활용 경험과 제조 현장 역량을 국내 핵심 기술과 데이터, 제품, 기업의 경쟁력으로 전환하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두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이어 “단순한 보급 중심의 외연 확대를 넘어 높은 로봇 활용 역량을 핵심 기술·데이터·제품·기업의 경쟁력으로 전환하고 가치사슬 전반의 경쟁 기반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며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심화와 피지컬 AI 시대의 본격화, 국내 대기업의 투자 확대와 양산 경쟁의 부상은 한국 로봇산업에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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