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현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 위기감이 커지자 '에너지 휴전'을 일방적으로 선언했습니다. 유가 등 민생경제가 선거 최대 변수로 꼽히자 서둘러 꺼내 든 카드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사전 조율 없이 나온 선언에 우크라이나는 사전 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고, 러시아는 공식 반응 없이 공습을 이어가면서 휴전의 실효성이 불투명해졌습니다.
2025년 8월 회담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연합뉴스.AP)
또 '일방 선언'…중간선거 패색에 '조급함'
11일(현지시간) <AP통신>과<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주도의 '에너지 휴전'을 발표했습니다. 다만 러시아가 이에 동의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에너지 휴전은 발전소 등 에너지 기반시설에 대한 공격을 멈추자는 취지입니다.
휴전이 급박하게 이뤄진 배경에는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공화당이 하원은 물론 상원까지 민주당에 내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탓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처지인 셈입니다.
특히 유가 등 민생경제가 이번 선거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중동 전쟁 여파로 미국 내 평균 경유 가격은 갤런당 6달러, 휘발유 가격은 4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치솟는 기름값에 트럼프 대통령의 전통적 지지층인 농장주와 목장주마저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러시아산 경유의 미국 수입을 허용했습니다. 러시아와 경유 공급 확대에 합의했지만 우크라이나의 정유시설 공격은 계속됐고, 경윳값이 안정적으로 내려가길 바랐던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는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잇따른 경고에도 우크라이나는 드론으로 러시아 정유시설을 타격해 세계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한 불안감을 키워왔습니다. 이를 멈추기 위해 에너지 휴전이라는 조치를 강행한 겁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내부서도 "악마와 거래"
에너지 휴전을 두고 당사자들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우크라이나는 발표 직후 사전 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반응을 먼저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는 휴전 자체에는 우호적입니다. 러시아가 조건에 동의한다면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입니다.
반면 러시아는 동의 여부를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이날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제2도시 하르키우 등 전역의 전력 인프라를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로 타격했습니다. 지난달 30일과 이달 7일에도 발전소와 전력망 등을 겨냥한 대규모 공격이 있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X(엑스·옛 트위터)에 "우크라이나는 휴전을 지지하며 러시아도 이를 지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국 측의 세부 내용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공식 입장을 내지 않은 러시아는 앞서 부문별 휴전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한 적이 있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지난 8일 기자들에게 러시아는 부문별 휴전 협상에 나설 이유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우크라이나는 현재 장기적인 해결책을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취약점인 에너지 부문에서의 휴전을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휴전이 위태로운 가운데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러시아와의 거래에 더해 휴전마저 무위에 그치면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도널드 노크로스 민주당 하원의원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트럼프 대통령은 말 그대로 악마와 거래했다"며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민주당과 공화당 상원의원 7명도 공동성명을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을 계속 살해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푸틴 대통령에게 자금줄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며 "행정부는 즉각 정책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이 서둘러 휴전 카드를 꺼냈지만 선언 이후에도 러시아의 공습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동의 여부조차 밝히지 않으면서 에너지 휴전이 선거용이라는 비판 속에 실효성마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현민 기자 topef1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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