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이재명 대통령이 참관한 가운데 진행된 국방과학연구소(ADD)의 극초음속 활공 비행체(HGV) 최초 시험발사 장면. (사진=청와대)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북한이 12일 오전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했습니다. 이 가운데 한 종류의 미사일은 900㎞ 이상 비행한 것으로 탐지됐습니다. 지난 3일 극초음속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지 9일 만이자, 지난 8일 우리 군이 극초음속 활공 비행체(HGV)를 처음 시험 발사한 지 4일 만입니다. 군은 이번 발사를 우리 군의 HGV 시험발사 성공에 대응하는 무력시위이자 북한의 미사일 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분석했습니다.
합동참모본부(합참)는 이날 문자 공지를 통해 "오전 9시20분께 북한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 수 발을 포착했다"며 "한·미 정보당국은 발사 초기부터 관련 동향을 추적하고 공유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장도영 합참 공보실장은 정례 브리핑에서 "포착된 북한의 미사일은 900㎞ 이상을 비행했으며, 정확한 제원에 대해서는 한·미가 정밀 분석 중"이라며 "현재까지 분석된 결과로는 다른 종류의 탄도미사일을 수 발 발사했고, 한 종류의 탄도미사일이 900㎞ 이상을 비행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의 발사 의도와 관련해 장 실장은 "우리의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 성공에 대한 무력시위 등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로드맵에 따른 성과 과시 및 의도적 미사일 능력 현시로 분석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이날 발사한 미사일이 극초음속 미사일인지에 대해서는 "추가로 정밀 분석 중"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남북 간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경쟁으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추가로 답변할 사항이 없다고 했습니다.
일본 방위성도 이날 오전 9시20분께와 9시40분께 북한에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가 발사됐다고 발표했습니다. 북한이 서로 다른 종류의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파악된 가운데, 군 당국은 900㎞ 이상 비행한 미사일이 준중거리(MRBM·사거리 1000~3000㎞)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를 줄여 발사한 것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이번 발사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 중인 HGV의 첫 시험발사를 공개한 지 나흘 만에 이뤄졌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일 ADD 안흥시험장에서 우리 기술로 개발 중인 HGV의 첫 시험발사를 참관했습니다. 당시 발사된 비행체는 수백㎞를 비행했으며, 준중거리급 이상의 미사일을 사거리를 줄여 시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청와대는 HGV 발사 장면과 목표 지점 명중 모습이 담긴 사진도 공개했습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마하 5 이상의 속도로 비행하면서 일반적인 탄도미사일과 다른 변칙 기동을 할 수 있어 탐지와 요격이 어렵습니다. 특히 하강 과정에서 풀업(pull-up·하강 후 재상승) 기동을 하거나 일정 구간을 활공하는 방식으로 비행 궤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기존 미사일방어체계의 대응을 어렵게 하는 무기체계로 평가받습니다.
북한은 지난 3일에도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뒤 이를 극초음속 탄두를 탑재한 '중거리 전략미사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시험발사를 참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략적 공격 수단들의 신뢰성과 그 치명성을 적수들에게 부단히 그리고 반복적으로 인식시키는 책임적인 노력을 중단 없이 계속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해당 미사일이 1000㎞를 비행했다고 주장하며 우리 군의 탐지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올해 들어 이번이 16번째로 파악됐습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이날 국방부와 합참 등 관계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안보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최근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에 따른 대비 태세와 안보 상황을 점검했습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북한의 반복된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자 현 한반도 상황 관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 엄중한 행위"라며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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