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한·미 양국의 외교·안보 파열음이 한국 정부의 잇단 반박에도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북 정보 공유 제한, 한·미·일 외교당국 실무회의에 국가정보원 배제,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의 비자 발급 지연에 이어 미국의 '동맹 기준 준수' 압박까지 겹치면서 전례 없는 한·미 이상기류가 확산되는 양상인데요. 여당 내 일각에선 '일시적 해프닝'이라는 평가도 나오지만, 미국과의 신뢰 문제를 당장 풀어내야 할 정부와 청와대로선 고심이 커지는 모양새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여권도 '우려'…중간선거 앞 성과 두고 미 불신↑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한·미 양국의 이상설과 관련해 여권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여당 간사를 지낸 민주당 한 의원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다가오는 11월 미 중간선거 전에 대미 투자 문제를 매듭짓고 싶어하지만, 전반적으로 한국과의 협상 속도가 늦은 데 대한 불만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에선 한국 정부가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힘이 빠질 때까지 기다리자'는 기조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불신이 있다"며 "이런 부분이 현재 흐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했습니다.
전반적으로 대미 투자와 호르무즈 해협 협력에 대한 지원 문제를 놓고 11월 중간선거 전 성과를 내려는 트럼프 행정부와 속도 조절에 나선 한국 정부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현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란 설명입니다.
정치권 안팎에선 실제 곳곳에서 들리는 한·미 이상기류의 신호 자체를 무시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10일(현지시간) 양국의 정보 협력 상황을 묻는 질문에 "우리는 한국이 수십 년간 이어져온 양국 동맹의 기준을 준수하길 기대한다"며 "특히 정보 및 방첩 관련 사안과 관련해 그렇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언론 질의엔 "우리는 모든 동맹이 정보 및 방첩 관련 사안을 적절히 다루기를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미 당국자들은 동맹이 지켜야 할 구체적인 기준이나 한국이 어긴 구체적인 정보·방첩 사안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한국의 정보 보호와 보안 관리에 대한 불만을 명확히 드러낸 것으로 풀이됩니다.
미국 정부가 한국에 정보·방첩 분야의 동맹 기준 준수를 공개적으로 압박하면서 한·미 관계 이상기류 논란은 더욱 확산하는 분위기입니다. 실제 이와 관련한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습니다.
우선 미국의 대북 정보 공유가 일부 제한된 상태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미국은 지난 3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 평안북도 구성에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데 대해 반발했고, 이후 반년 넘게 대북 관련 정보 공유를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여기에 미국은 지난 6월 워싱턴DC에서 열린 '5차 북한 사이버 위협 대응 한·미·일 실무그룹 회의'에 국정원의 참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급기야 집권 여당인 민주당의 직전 대표였던 정청래 전 대표의 미국행 비자 발급이 지연되는 사태까지 발생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국의 대미 투자 압박도 상당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미 투자 세부 항목 중 하나였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바 있는데요. 한국 정부는 이 투자가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여기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2배를 청구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어 정부의 부담이 가중됐습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선 대북 정보 공유 제한과 국정원의 한·미·일 실무협의체 불참 등을 문제 삼아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이종석 국정원장의 경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곳곳에서 한·미 동맹 균열이 확인되고 있다"며 "정동영과 이종석을 즉각 해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0월30일 경북 경주 APEC 정상회의장에서 열린 한-베트남 정상회담에 앞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건넨 메모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고심 커지는 청와대…"대미 외교 관리·인사 교체해야"
다만 여당 내 일각에선 현재 한·미 관계 상황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습니다. 국회 외통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한·미 간 정보 협력이 중단된 적은 있었지만 다 회복된 상황이고, 정청래 전 대표의 비자 발급 문제도 일종의 해프닝"이라며 "이와 같은 일은 과거에도 일시적으로 있었다. 큰일은 아니다"라고 진단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동맹의 기준을 준수해 달라는 메시지가 나온 것만으로도 핵추진잠수함 도입, 농축·재처리 권한 확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조선업 협력을 위한 양국의 '외교·안보 협상'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이 때문에 청와대와 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에 청와대 안팎에서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등 고위급 인사의 방미를 통한 직접 관리 필요성도 거론됩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 입장에선 대미 투자라든지, 국정원 활동 등 거슬리는 부분에 대해 견제하고 경고를 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며 "아직까진 심각하지 않을 수 있지만, 불협화음이 계속 나오는 것은 어쨌든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청와대가 하나하나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미 관계는 정부가 알아서 챙겨야 할 문제인데 정부 대미 라인은 지금까지 도대체 무엇을 했나 싶다"며 "현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강경화 주미대사를 비롯해 정부 대미 라인의 전반적인 교체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