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금이 더 걷히면 무엇을 해야 할까. 빚을 줄이거나, 꼭 필요한 사업에 쓰거나, 다음 해 재정에 보태는 것이 먼저 떠오른다. 정부는 여기에 한 가지 선택지를 더했다. 세수가 좋을 때 돈을 따로 쌓아두는 '미래대응기금'이다. 세수 호황기에 재원을 적립해 AI·첨단산업·청년·지역·교육·인재 등에 투자하고, 세수가 부진할 때는 재정여력을 보강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다음 해 세수 전망을 토대로 잡는 '추가세수'와 연중 세수 재추계에서 당초 전망보다 더 걷힐 것으로 추산된 '초과세수'를 기금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한다. 처음 제시한 재원 162조3000억원은 2027년 내국세 전망이 최근 10년간의 증가 추세선을 웃돈다고 정부가 판단한 추가세수다. 올해 내국세 초과세수까지 추가 전입되면 기금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여러 해에 걸쳐 재원을 쌓거나, 경기와 세수의 등락과 무관하게 지속할 사업에는 별도 기금이 유용할 수 있다. 다만 청년·산업·지방·교육 사업을 새 기금이 직접 맡을 경우 기존 부처 사업과 겹치고, 재정당국에 권한이 집중될 수 있다. 기금 전입액을 지방교부세 산정 대상에서 빼는 개편안과 맞물려, 지방에 돌아갈 재원이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일반회계와 특별회계, 67개의 법정기금이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새 기금이 기존 예산과 기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어떤 문제를 풀 수 있는지 설명해야 한다.
미래대응기금의 덩치는 결코 작지 않다. 첫해 조성 재원은 공공자금관리기금·국민연금기금·외국환평형기금 같은 초대형 기금의 연간 운용 규모에 비견될 만큼 이례적이다. 정부안은 이 가운데 투자사업에 45조4000억원, 국채 신규 발행 축소에 12조5000억원을 쓰고 104조4000억원은 적립·여유재원으로 남긴다. 언제·어떤 요건에서 이 자금을 풀지, 기존 사업과 겹치면 무엇을 우선할지는 아직 선명하지 않다.
사업의 사전 검증도 관건이다. 국회에 제출된 2027년 예산안과 기금운용계획안에 따르면, 내년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의 총사업비 138조원 가운데 미래대응기금 사업은 26건, 110조원으로 80%를 차지한다. 정부는 관련 절차를 거쳤다고 설명하지만, 대규모 신규 사업이라면 예타 면제 사유와 전체 사업비, 성과 목표를 더 투명하게 내놓아야 한다.
더구나 정부는 국가재정법 개정을 통해 초과세수의 기금 전입과 세수 결손 때 기금의 일반회계 전출을 예산 밖에서 처리하고, 국회 의결 없이 기금운용계획의 주요 항목 지출액을 바꿀 수 있는 범위도 사업성기금의 현행 20%에서 30%로 넓히려 한다. 재정 대응의 신속성은 필요하지만, 대규모 재원의 이동과 용도 변경까지 정부 재량에 맡길 사안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앞서 본지가 정보공개청구로 확인한 바 일부 국책은행은 정책금융의 공급 계획·승인 규모는 공개하면서도, 실제 자금의 행선지와 손실 위험 관리 현황은 충분히 밝히지 않았다. 미래대응기금도 사업별 집행액과 수혜 대상, 손실 발생 때 국민 부담 원칙을 정기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나라 살림에 대규모 곳간을 새로 만들려면, 돈을 따로 쌓아둘 이유와 그 운용 결과를 검증할 장치부터 분명해야 한다. 기금의 이름이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이지우 정책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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