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남윤서 기자] 노조 탈퇴를 요구했던 관리자가 이주노동자의 비자 연장과 재계약 평가까지 맡아 논란이 된 현대차 협력사 일강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이 제기됐습니다. 노조는 비자·재계약 과정에서의 불이익 등을 조사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전국금속노동조합과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 22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일강의 이주노동자 인권침해와 표적 해고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전국금속노동조합)
22일 전국금속노동조합과 이주노동자노동조합에 따르면, 두 노조는 이날 일강의 이주노동자 차별과 인권침해 여부를 조사해 달라며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일강 이주노동자들이 금속노조에 가입한 건 지난해 2월입니다. 강제노동과 여권 압수, 가족 장례식 참석을 위한 연차 사용 제한, 임금 편취 등 회사에서 겪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후 일강과 금속노조는 이주노동자의 비자 변경과 재계약 여부를 공정하게 평가한다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하지만 노조 가입 뒤 일부 이주노동자에게 탈퇴를 요구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앞서 <뉴스토마토> 취재 결과, 일강 김제 공장의 한 팀장은 지난해 2월 이주노동자 기숙사를 찾아 금속노조 탈퇴서를 작성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당시 이 팀장은 "노조를 탈퇴하지 않으면 비자를 연장해 주지 않겠다"고 말했고, 노조에 남으면 출입국보호소로 보내질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후 회사는 올해 4월1일 해당 팀장을 이주노동자의 비자 연장과 재계약 평가에 참여시켰습니다. 일강은 1차 현장 관리자, 2차 팀장, 3차 이사 평가에서 70점 이상을 받아야 비자와 근로계약을 연장했습니다. 체류와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평가를 노조 탈퇴를 요구했던 관리자가 맡게 된 겁니다.
해당 팀장이 평가에 참여한 뒤 금속노조 소속 이주노동자 8명은 모두 70점 미만을 받았습니다. 조합원 전원이 기준 점수를 넘지 못한 셈입니다. 결국 이들은 비자와 근로계약을 연장하지 못한 채 회사를 떠났습니다. 노조는 평가자 변경 이후 현재까지 사업장을 떠난 이주노동자가 모두 13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평가 근거도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회사는 기준 점수 미달이라는 결과만 알렸을 뿐, 개인별 점수와 감점 사유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금속노조가 단체협약에 따라 자료를 요구했지만, 회사는 경영상 비밀이자 인사경영권에 관한 사항이라며 거부했습니다.
노조는 인권위 진정서에 첨부한 요구안을 통해 이주노동자의 계속고용과 비자 변경, 체류 기간 연장 절차 협조 등을 요구했습니다. 또 단체협약 위반으로 회사를 떠난 이주노동자가 원할 경우 재입사를 추진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심승보 금속노조 전북지부 일강지회장은 "평가 기준과 평가자를 일방적으로 변경하고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을 침해한 당사자를 평가에 참여시켰다"며 "평가 점수가 낮다는 이유로 금속노조 소속 이주노동자들에게 재계약 거부와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회사는 이번 사안을 노동조합 사이의 '노노 갈등'으로 돌리며 책임을 피하고 있다"며 "비자와 체류 자격을 이용한 노동자 통제와 차별이 중단될 수 있도록 강력한 시정 조치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앞서 일강 측은 <뉴스토마토>에 이주노동자의 비자 연장과 관련해 "공정하게 진행했다"고 해명한 바 있습니다.
남윤서 기자 nyyyse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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