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굿즈 전시품을 관람하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문제가 중요한 갈림길에 섰습니다. 전작권은 전쟁이 났을 때 군대를 지휘하는 권한이죠. 국가 방위 책임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올해 미국·이스라엘 대 이란 전쟁을 계기로 한반도 방위를 누가 주도해야 하는가가 더욱 현실적인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전작권 문제의 역사적 출발점은 한국전쟁 초기입니다. 북한군 남침으로 전선이 급속히 무너지던 1950년 7월14일, 이승만 대통령은 한국군 작전지휘권을 맥아더 유엔군사령관에게 맡겼습니다. 전쟁 지휘를 일원화해야 했던 비상조치였습니다. 당시 대통령 서한에 '현재의 적대행위가 계속되는 동안' 한국군의 작전지휘권을 위임한다고 명시했죠. 오늘날 전시작전통제권과 제도적 형태는 다르지만, 한국군 전시 지휘권이 미군 지휘관에게 넘어간 것이 이때부터였습니다.
그로부터 76년이 흘렀습니다. 당시 한국군은 창설된 지 2년도 안 된 신생 조직이었습니다. 지금은 첨단 전투기, 이지스 구축함, 잠수함, 정밀유도무기, 미사일 방어 체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2026년 미국 연구기관 글로벌파이어파워(GFP)가 한국이 세계 5위 군사력을 갖췄다고 평가할 정도로 성장했죠.
미국·이스라엘 대 이란 전쟁을 통해 우리는 또 다른 변화를 읽었습니다. 미국은 중동 전선에 필요한 방공 전력과 탄약을 다른 지역에서 끌어왔고 주한미군 전력도 영향을 받았습니다. 미국이 중동·유럽·동북아 위기에 동시에 대응하는 ‘다중 전구’ 상황이 현실이 됐습니다. 주한미군은 한국 방위를 주된 임무로 하지만 미국의 세계 전략에 따라 다른 곳으로도 움직일 수 있습니다. 미군의 배치와 증원 규모가 달라진다 하더라도 한국은 흔들림 없이 한반도 방위를 주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에 맞는 지휘 체계를 갖춰야 합니다.
전작권 환수를 둘러싼 환경이 바뀌고 있습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전략 방향이 중요합니다. 백악관이 2025년 11월 내놓은 국가안보전략(NSS)은 미국이 세계질서를 혼자 떠받치던 시대는 끝났으며, 역량 있는 동맹국들이 자기 지역 안보에 일차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방향은 2026년 1월 발표된 국가방위전략(NDS)에서 더 구체화됐습니다. 한국군이 한반도 방위를 주도하는 방향과 미국의 새 동맹 전략은 상당 부분 맞닿아 있습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의 발언도 주목됩니다. 그는 2025년 10월29일 말레이시아로 향하던 항공기 안에서 이재명 정부의 임기 안 전작권 전환 추진을 두고 "훌륭한 일"이라고 공개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한국을 '전투에서 믿음직한 파트너'로 평가하면서 한국이 더 주도적인 역할을 맡으려는 방향에도 긍정적인 뜻을 나타냈습니다. 2006년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윤광웅 국방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2009년에 전작권을 한국에 이양하겠다는 의견을 공식 전달했죠. 그로부터 20년 만에 미 국방장관이 전작권 전환에 대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발표한 것은 의미가 큽니다.
반면에 미국의 큰 전략 방향과 현장 군사 조직의 판단 사이에 온도차도 있습니다.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사령관은 2029회계연도 2분기(한국 기준 2029년 1분기)까지 전작권 전환 조건을 충족한다는 로드맵을 미 국방부에 제출했다고 지난 4월 미 하원 군사위원회에서 밝혔습니다. 이 시점은 트럼프 행정부 임기 종료 이후입니다. 전작권 전환 조건 충족 시점을 이렇게 멀리 잡는다면 이재명정부 임기 안에 전작권을 환수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집니다.
한미 해병대 장병들이 KMEP 연합상륙훈련 간 해상돌격 후 하차전투를 하며 후속상륙을 위한 경계를 실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작권 전환 조건의 운용 방식도 쟁점입니다. 문재인정부 당시, 기본운용능력(IOC) 단계에서 90개였던 연합 임무 필수 과제가 다음 단계인 완전운용능력(FOC) 단계에서 미군 요구에 따라 155개로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한미 군사당국이 조건 충족 여부를 공동 평가하는 방식은 나름대로 장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평가 과정에서 추가 요구가 제기될 때마다 조건과 평가 범위가 바뀌고 다시 합의를 거쳐야 한다면 문제가 다릅니다. '조건에 기초한 전환'이 사실상 '시한 없는 전환'으로 바뀔 염려가 있습니다.
한미 동맹 지휘 구조 변경은 군사당국에만 맡길 일이 아니라 최고 지도부가 챙길 국가전략 사안입니다. 9월16일 <뉴스토마토> K국방연구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조용근 전 국방부 대북정책관은 "대통령실에 전작권 환수 추진위원회를 두고 국방부·합참의 진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전작권 환수를 군사당국 위주로 추진했다가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과거 사례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겁니다.
전작권 환수를 군사 실무 차원의 조건 평가에만 맡길 때가 아닙니다. 청와대가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미 백악관 국가안보실과도 협의해야 합니다. 국방 외교 당국과 한미 양국 국가안보 사령탑이 쟁점과 일정을 충분히 사전조율해야 합니다. 그 토대 위에서 양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통해 문제를 매듭짓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합니다.

필자 소개/박창식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광운대에서 언론학 석사와 박사를 했다. 한겨레신문 정치부장 논설위원을 지내고 국방부 국방홍보원장으로 일했다. <뉴스토마토> K국방연구소장과 객원논설위원을 맡고 있다. 국방 생태계에서 소통을 증진하는 방법에 관심을 두고 있다. <국방 커뮤니케이션> <언론의 언어 왜곡>과 같은 책을 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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