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뉴스토마토 하주화 기자] 적자난으로 입점 업소들의 철수가 이어진 ‘울산세계음식문화관’이 개관 1년 만에 공식 폐업합니다. 20억원을 들인 사업이 이용객을 끌어들이지 못한 채 막을 내리면서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18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울산시는 문화관 내 업소의 계약이 내년 3월 만료되면 갱신이나 신규 입점자 모집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폐업 결정의 직접적인 배경은 비용과 수입의 불균형입니다. 올해 시설 유지에 편성된 예산은 6억4000만원입니다. 울산시설공단 전담 직원과 청소·관리 인력, 공단 직영점 근로자의 인건비가 대다수를 차지합니다. 건축물 관리와 안전·위생 점검, 재난 대응 경비도 포함됐습니다.
반면 이를 뒷받침할 수요는 형성되지 않았습니다. 공단이 직접 맡은 우즈베키스탄 음식점의 3~7월 매출은 855만6000원으로, 올해 편성액의 1.3%에 그쳤습니다. 유지비 상쇄는커녕 인건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웠던 직영점은 지난 7월 말 문을 닫았습니다.
민간 사업자가 운영한 태국 업소도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영업을 중단했고 이달 말 계약을 종료할 예정입니다. 사업 주체가 잇따라 이탈하면서 재정지원을 이어갈 명분도 약해졌습니다.
매출을 늘리려면 영업 환경을 보완해야 했지만 울산교의 구조적 한계가 이를 가로막았습니다. 교량 위에 조성된 문화관에는 화장실과 식자재 창고가 없어 연중 운영에 제약이 컸습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이를 보완하기도 어려운 상태입니다.
울산시가 민선8기 때인 지난 3월 중구와 남구를 잇는 울산교 위에 조성한 세계음식문화관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울산교의 안전 등급은 C등급입니다. 현재 통행에는 지장이 없지만 내구성과 기능 저하를 막기 위한 보수가 요구됩니다. 하천기본계획상 향후 재가설 대상 교량으로도 분류돼 있습니다. 기존 건축물과 방문객의 하중이 개장 전 점검에 반영됐다고 해도 부대시설 설치 시 안정성까지 보장하지는 못합니다.
여기다 심각한 ‘세굴’까지 확인되면서 편의시설 확충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울산시는 별도로 추진한 ‘태화강 뱃길활용 관광순환코스 개발사업’ 설계 용역 과정에서 울산교를 측량하다 이를 발견했습니다. 이는 물살에 의해 교각 인근 하천 바닥이 패이는 현상입니다.
일본관, 이탈리아관, 베트남관, 멕시코관, 해울이카페 등 남은 입점 업체는 계약기간까지 영업할 수 있습니다. 만료 전에 스스로 문을 닫는 업주에게는 미사용분의 시설 사용료를 돌려줍니다.
음식점 운영을 끝내더라도 건축물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과제로 남습니다. 시는 이를 철거하는 데 추가 재원을 투입하기보다 시민 참여 공간으로 전환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김상욱 울산시장은 이날 <뉴스토마토>와 만난 자리에서 “시민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듣는 민원실로 재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울산시는 민선 8기 때인 올해 3월 외국인 주민에게 고향 음식을 제공하고 시민에게 다양한 음식문화를 체험하게 하겠다며 울산교 위에 동당 52㎡ 규모의 가설건축물 4개 동을 조성해 세계음식문화관을 열었습니다.
울산=하주화 기자 j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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