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시 불거지면서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유가 급등은 화물차와 선박 등 상품을 실어 나르는 비용에도 바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요. 추석을 앞두고 배송 물량이 늘어나는 유통업계로서는 반갑지 않은 변수입니다. 비용 부담이 큰 상황에서 물류비까지 뛰면 유통업계에 '비상'이 걸릴 전망입니다.
서울 서초구 농협유통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14일 업계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 등 국제유가가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10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등 주요 원유 수송로에서 교전과 수급 불안이 겹쳤기 때문입니다.
유가 상승은 주유소 기름값을 넘어 물류·운송비와 상품 원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유통업계는 산지와 제조사에서 물류센터로 상품을 옮기는 절차를 거칩니다. 이후 다시 매장과 소비자에게 배송해야 하는 만큼 물류 과정 전반에서 운송비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선물 세트와 신선식품을 대량 확보해야 하는 시기인 만큼 업계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포장재와 식품 원료 등의 가격까지 오르면 가공식품·성수품 물가도 영향권에 놓입니다. 물류비 상승에 원재료와 포장재 비용까지 겹치면 유통업체가 감당해야 할 비용 부담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이는 유통업계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요인으로 분석됩니다.
앞서 농심·CJ제일제당·오뚜기·동원·롯데칠성 등 주요 기업은 제품 출고가를 이미 인상했습니다. 농심은 용기라면과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6%, CJ제일제당은 햇반·만두 등 27개 주요 품목을 평균 8%, 오뚜기는 즉석밥·간편식 등 판매 품목 가격이 최대 29.4% 올랐습니다. 이미 제품 가격이 오른 상황에서 유가 상승에 따른 물류비 부담까지 추가되면서 업계의 비용 압박이 커질 수 있습니다. 다만 이미 가격 인상을 결정해 상승분을 반영하기는 녹록지 않습니다.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에서작업자들이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장기화 시 '물가 상승'
우선 업계는 배송 효율화와 물류비 절감 등을 통해 대응에 나설 예정입니다. 다만 국제유가 100달러 선을 유지하는 상황이 장기화하면 추석 이후 가격 인상 '압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해당 여파는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큽니다. 식품과 생필품 등 구매 빈도가 높은 품목의 가격이 오르면 생활 물가 전반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지난 5월 최근 국제유가 상승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 '기준 시나리오'에서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소비자물가 상승률 영향이 올해 1.2%포인트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KDI는 2~4분기 105달러(4월 평균)를 유지하는 고유가 장기화 시나리오에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영향이 올해 1.6%포인트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운송 불확실성이 확대되면 석유류와 함께 경제 전반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겁니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유가 상승은 운송비 비중이 큰 품목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 교수는 "최근 식품업체들이 이미 가격을 많이 올린 데다 경기까지 어려워 유가 상승만을 이유로 추가 인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업체들도 서로 가격을 살피면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유가 상승이 장기화하면 물류비 부담이 커지는 만큼 유통·식품업계 전반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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