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한국전력의 25조원 규모 전기요금 선납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늘고 있지만 향후 5년간 업황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거액을 미리 지급하기는 부담스럽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에 따라 한전이 선납금을 투입하려던 용인·호남권 전력망 건설과 팹 투자 일정에도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국회는 기업들의 참여 여부와 별개로 선납 제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입법을 추진한다는 방침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근 한전의 전기료 선납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뉴시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내부 검토를 거쳐 한전에 전기요금 선납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양사는 용인 및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력 공급을 앞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 검토했으나 25조원을 1년에 걸쳐 지급한 뒤 장기간 선납금으로 운용하는 데 대한 부담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슈퍼 사이클로 인한 수혜를 입고 있지만 이같은 흐름이 향후 5년간 지속될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앞서 한전은 삼성전자에 20조원, SK하이닉스에 5조원을 제안했습니다. 지난해 두 회사가 낸 전기요금인 4조1000억원과 9000억원을 기준으로 2027년부터 2031년까지 5년 치를 산정한 금액입니다. 한전은 양사가 약 1년에 걸쳐 선납금을 나눠 내면 한전이 매달 부과되는 전기요금을 잔액에서 차감하는 방식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은 금액에는 국고채 2년물보다 높은 수준의 이자를 적용하고, 이자를 전기요금에서 깎아주는 방안도 거론됐습니다. 한전은 선납금을 용인·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송전망과 변전소 건설에 우선 투입할 계획이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첨단공정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대규모 설비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향후 투자계획과 자금 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납안을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25조원 규모의 선납이 이뤄지면 대규모 자금 유입으로 원화 강세가 심화할 가능성도 고려했을 것”이라며 “환율 하락이 달러 매출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원화 환산 실적에 부담을 주는 만큼 선납안을 거절한 배경 중 하나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선납금 조달이 무산되면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력망 건설과 팹 투자 일정에도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선납 제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 기업의 참여 여지를 넓히려는 입법은 계속 추진되고 있습니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한국전력공사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상정돼 있습니다. 개정안은 전기요금을 미리 납부한 기업에 요금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선납금을 해당 기업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전력망 구축에 우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박 의원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참여 여부와 관계없이 법안 추진을 이어간다는 방침입니다. 일각에서는 선납에 대한 법적 근거와 지원 기준이 마련되면 기업의 부담이 줄어들어 향후 참여를 다시 검토할 유인이 생길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옵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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