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네이버(
NAVER(035420))가 하반기 단체교섭에서 노동조합이 요구한 통합교섭을 거부했습니다. 네이버는 계열사 근로조건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노조는 그룹 내 의사결정 구조와 교섭 과정이 불일치한다며 법적 대응과 단체행동까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3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네이버는 노조에 본사를 포함한 16개 법인을 아우른 통합교섭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전국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는 지난달 20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1784에서 통합교섭 선포식을 열고 하반기 단체교섭에서 통합교섭을 요구한 바 있습니다. 노조는 선포식 직후 사측에 공식 공문을 전달했고, 네이버가 당일 저녁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가 없는 계열사 교섭에 응할 수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노조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네이버 측은 통합교섭 거부 이유에 대해 별도 입장을 내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네이버지회 관계자는 "사측은 계열 법인들에 대해 '실질적·구체적 지배력이 없다'는 형식 논리를 내세워 통합교섭을 거부했다"며 "팀 네이버를 외치며 구성원들의 헌신을 요구하면서 유독 교섭에서만 노사 관계를 파편화했다. 책임은 지지 않고 권한만 행사하려는 경영진의 구시대적인 인식"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노조는 지난 2018년 출범 당시부터 통합교섭을 요구해 왔지만, 네이버는 독립된 법인인 계열사의 임금과 근로조건은 해당 법인이 결정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했습니다. 근로계약과 인사권, 임금 지급의 주체가 법인별로 구분돼 있는 만큼 단체교섭 역시 개별 법인과 진행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네이버는 이번에도 같은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통합교섭을 인정할 경우 네이버 본사가 각 계열사 노동자의 임금과 복지, 근무조건 등을 결정하는 사용자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향후 계열사 노사 관계에서 본사의 교섭 책임과 사용자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전국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가 지난달 20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1784에서 '2026년 통합교섭 선포식'을 열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반면, 네이버 노조는 계열사들의 주요 경영과 인사, 재무 등에 네이버가 실질적인 결정권을 행사하고 있는데도, 교섭 단계에서만 별개 회사라는 논리를 적용하는 건 현실과 맞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계열사들의 교섭에 발생하는 비용과 시간 소모, 계열사 간 처우 격차 심화 등을 근거로 통합교섭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앞서 한미나 네이버지회 부지회장은 통합교섭 선포식에서 "계열 법인의 핵심 근로 조건을 결정하는 주주와 이사회는 결국 모기업인 네이버"라며 "최근 1년 동안 16개 계열사에서 150번의 교섭이 열렸고 노사가 소모한 시간만 1000여시간에 달하지만, 네이버 본사가 합의하기 전까지 계열사들은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관건은 네이버 계열사들에 대한 본사의 사용자성 인정 여부가 될 전망입니다. 지난 3월 사용자 인정 범위를 확대한 개정 노조법(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서 통합교섭을 위한 법적인 근거도 마련됐다는 게 노조 측 주장입니다. 노란봉투법은 근로계약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면 사용자로 인정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혔습니다.
민주노총 자문 법률원의 김태욱 변호사는 "네이버의 경우 지배구조나 모자회사 지분율, 계열사 임직원의 겸직 구조 등을 고려할 때 계열사들에 대해 네이버가 실질적 지배력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더구나 현재까지 진행된 단체교섭 경위나 네이버의 각종 지침들을 보면 교섭 단계에서만 사용자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사측의 입장은 부당하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네이버지회는 통합교섭이 거부된 만큼 향후 법적인 대응과 단체행동을 포함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네이버지회 관계자는 "사측이 끝내 책임 회피로 일관한다면 네이버의 실질적 지배력을 입증하기 위한 사법적 절차와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등 모든 법률적 대응을 해나갈 것"이라며 "나아가 전 계열사 조합원의 연대를 기반으로 한 강력한 현장 행동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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