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통령 의지에도…용산 공급 놓고 '국토·기후' 부처 떠넘기기
국토부 "용산기지 오염 조사, 절차에 따라 기후부에서 추진"
기후부 "반환 후 토양정밀조사·정화, 관리 주체 국토부 소관"
2026-09-03 06:00:00 2026-09-03 06:00:00
[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용산공원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주거지 조성을 위한 필수 전제 조건인 토양오염 정화 작업을 두고 관계 부처 간 '핑퐁 게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반환 절차와 오염 조사를 진행한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책임을 넘겼지만, 기후부는 반환 이후의 정밀조사와 정화 작업은 공원 관리 주체인 국토부 소관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에 야당과 시민단체에서는 "부처 간 조율도 되지 않은 성급한 정책"이라며 전면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국토·기후, 토양오염 정화 '나 몰라라'
 
2일 <뉴스토마토>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실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각각 국토부와 기후에 용산공원 토양오염 조사·정화와 관련한 주한미군과의 협의 사항 등을 질의한 결과, 두 부처가 서로 상대 부처의 소관이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답변을 내놨습니다.
 
국토부는 "용산 미군기지 토양오염 조사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미군기지 반환 절차에 따라 기후부에서 추진됐다"며 "오염 정화에 대한 주한미군과의 협의는 관계부처(기후·국방·외교부)에서 진행된 사항으로 해당 관계부처에서 답변할 사항"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기후부는 같은 내용의 질의에 "용산기지 부분 반환 이후, 용산공원에 대한 토양정밀조사, 정화에 관한 사항은 용산공원 관리 주체인 국토부 소관 사항"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용산공원 토양오염 정화와 관련해 국토부는 기후부로, 기후부는 국토부로 책임을 돌린 셈입니다. 토양오염 조사·정화의 주체를 두고 부처 간 입장이 엇갈리면서 향후 용산공원 개발 과정에서도 책임 소재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정화에 필요한 비용과 기간에 대해서도 국토부는 구체적인 추산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국토부는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른 토양정밀조사가 필요하며, 해당 조사를 통해 오염 면적·깊이 등 오염 토량과 오염물질의 정화 방법 등에 따라 정화 비용·기간 등이 결정될 사항으로, 잠정적으로 추정하기 어렵다"라고 답했습니다.
 
용산공원 일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도심 내 청년 공공임대 아파트 건설 부지로 직접 '픽'한 곳입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14일 "‘용산어린이정원은 좁은 개념이고 용산공원 전체를 (공급지로) 고민하고 있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준경 청와대 경제성장수석도 같은 달 19일 "이 금싸라기 땅이 잘 이용되는 게 중요하다"며 용산공원 개발에 드라이브를 걸었습니다.
 
다만 이곳은 50년 넘게 미군기지로 사용된 지역이기 때문에 주거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선 토양오염 정화가 먼저 이뤄져야 합니다. 용산공원 개방 논의가 있던 지난 2021년 한국환경공단이 미군과 함께 진행한 '환경조사 및 위해성 평가'에 따르면 용산공원 스포츠필드 토양 1㎏당 석유계 총탄화수소(TPH)가 1만8040㎎로 집계됐습니다. TPH는 발암성 등급 3군인 톨루엔 등으로, 이곳에서만 토양환경보전법상 토양 우려 기준(1지역 공원)의 36배가 넘게 검출됐습니다.
 
정부는 용산공원 일대에 청년 공공임대 아파트를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권한 책임 정리도 안 해…용산공원 개발 철회해야"
 
각 부처의 책임 '떠넘기기'에 이 대통령이 바라는 '신속 공급'은 더욱 요원해지고 있습니다. 앞서 경기 평택시의 경우에도 주한미군으로부터 토지를 반환받고 지난 2018년 토양정화 작업에 착수한 뒤 6년 뒤인 2024년에서야 마무리 지었습니다. 용산공원의 경우 미반환 부지에 대한 정확한 오염 범위 조사 등도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야권에선 정부의 용산공원 개발 논의 철회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김정재 의원은 <뉴스토마토>에 "토양오염 정화에 대한 기본적인 계획조차 없는 무책임한 공급 논의는 국민 안전을 볼모로 부동산 실책을 덮어보려는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며 "부처 간 책임 떠넘기기를 끝내고 국토부가 실제 사업이 가능한지부터 검증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정화 계획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소희 의원도 "토양오염 정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주택 공급은 어불성설"이라며 "그럼에도 오염 정화에 대한 권한과 책임도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하게 용산공원 개발 의제를 띄운 것으로 철회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환경단체들은 진보 정권이 20년간 유지했던 용산공원 보존 원칙을 스스로 허무는 점을 강하게 비판합니다. 신우용 서울환경연합 이사는 통화에서 "주택 공급이 정치적인 사항과 엮이며 환경 문제는 등한시되고 있다"면서 "주택 공급 때문에 (정부가 정책을) 성급하게 던졌는데, 환경오염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서울시에서 한발 물러서더라도 이재명정부가 원하는 신속한 공급은 이뤄질 수 없다"고 질타했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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