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통상통' 박정성 등판…대미통상 '발등의 불'
격랑의 신 통상질서, 박정성호 출범
대미 투자 1호 등 통상 리스크 관리
수세적→능동적 패러다임 전환
산적한 난제 해법엔 '소통'과 '연결'
2026-08-24 14:48:27 2026-08-24 14:48:27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경제안보’를 축으로 한 새로운 글로벌 통상 질서가 형성되는 가운데, 박정성 신임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4일 공식 등판했습니다. 미·중 패권 경쟁 심화, 자국 우선주의 확산,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 새 통상 사령탑의 어깨가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박 본부장은 지식경제부 시절부터 에너지자원정책, 자유무역협정(FTA), 통상정책총괄 등 무역·투자의 핵심 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 통상통’입니다. 특히 대미 관세협상 태스크포스(TF) 실무수석대표로서 복잡한 대미 현안을 조율해 온 실무형 협상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가 취임사를 통해 제시한 통상 전략의 핵심은 ‘통상 리스크 관리’, ‘대체불가 산업의 레버리지화’, 그리고 ‘공급망 다변화’로 축약됩니다.
 
 
박정성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정부세종청사 12동 대강당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부)
 
이 중 박 본부장이 직면한 최우선 과제는 대미 통상 현안입니다. 취임사에서 “미국이 촉발한 관세 재편과 전략산업 내재화 움직임은 통상질서 재편의 신호탄”이라며 “한미 간 전략적 투자 이행이 양국 관계에서 가장 큰 도전이자 기회”라고 언급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정부는 미국과의 물밑 협상을 통해 대규모 대미 투자 계획을 조율 중입니다. 앞서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대미 투자 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며 1호 프로젝트를 9월 중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습니다. 
 
박 본부장은 1호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대미 전략적 투자의 후속 이행을 뒷받침해야 하는 실무 총괄의 책임을 맡게 됐습니다. 박 본부장이 언급한 ‘FTA에 버금가는 새로운 양자 협력의 판’이 실제 구현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더욱이 국내 산업계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미국의 투자·공급망 재편 요구에 대응해야 하는 고도의 조율도 요구됩니다. 당장 1호 프로젝트는 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지만 향후 대미 투자 확대 과정에서 반도체 등 첨단 제조 분야가 추가 협상 의제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김 장관은 최근 방미 기간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반도체에 관한 논의는 없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첨단 산업의 기술 주도권 방어도 핵심 과제입니다. 박 본부장은 “대체불가 산업, 대체불가 기술을 세계 공급망에서 실현할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 통상 정책의 핵심”이라고 역설했습니다. 반도체, 원자력, 조선 등 글로벌 무대에서 확고한 지분을 가진 산업을 무기 삼아 수세적 방어가 아닌 능동적 협상 의제를 만들어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2026년7월30일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화물터미널에서 관계자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를 항공기에 적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이는 K-반도체가 처한 지정학적 딜레마와 직결되는 대목입니다. 미국은 반도체과학법(CHIPS Act)과 막대한 보조금을 지렛대 삼아 자국 내 팹(Fab) 건설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일본도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경쟁력을 바탕으로 대규모 보조금과 세제지원, 산업정책을 총동원해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생산거점과 공급망을 자국으로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해외 생산거점 확대 속에 한국 반도체 기업은 국내 생산기반과 연구개발 역량, 핵심 인력의 해외 이전이 가속화될 가능성을 함께 관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박 본부장의 구상은 ‘대체불가 기술’을 우리 통상 협상력의 핵심 자산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그는 “대체불가 산업을 가진 나라는 선택받지만, 대체가능한 산업만을 가진 나라는 선택을 강요받는다”고 강조했습니다. 무작정 해외의 투자 요구에 끌려가기보다 우리 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략적 통상 공간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아울러 식량, 핵심광물 등 필수자원에 대한 통상 전략 재편도 예고하고 있습니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등 다자간 협력체 등 다층적 네트워크가 예상되는 대목입니다. 그는 “자원 조달 시장과 생산품 수출 시장의 다변화는 경제안보의 필수 요건”이라고 강조한 만큼, 필수 자원의 밸류체인을 선제 확보하는 방안에 고삐를 죌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서도 산적한 난제를 풀기 위한 해법으로 ‘소통’과 ‘연결’을 제시했습니다. 통상정책은 통상교섭본부 혼자 추는 춤이 아니다(It takes two to tango)며 기업인, 농어민 등 현장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약속했습니다. 최근 농민단체들은 CPTPP 가입 추진을 두고 정부가 농업을 수출 확대와 경제적 이익의 관점에서만 접근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농민단체 관계자들이 2026년8월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CPTPP 가입 강행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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