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500가구 이하 정비구역 지정 권한 이양에 “실효성 낮고 난개발 우려”
2026-08-24 13:59:10 2026-08-24 13:59:10
서울 시내 아파트.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정부·여당이 500가구 이하 재개발·재건축 정비구역 지정 권한을 서울시장에서 자치구청장으로 이양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자, 서울시가 “실효성이 떨어지는 조치”라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습니다. 
 
서울시는 24일 입장문을 통해 “500가구 이하 재개발·재건축 권한이양 주장은 서울의 정비사업 현장을 제대로 모르는 구호일 뿐”이라며 “주택공급이 획기적으로 늘거나 사업 기간이 단축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시는 정비사업은 개별 사업지만이 아니라 용적률과 높이, 도로·공원·상하수도 등 도시 인프라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광역 도시계획 사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구역 지정 권한을 자치구에 넘길 경우 서울시 상위계획과의 정합성이 낮아지고, 자치구마다 서로 다른 기준이 적용돼 도시관리 정책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또 자치구별로 공공기여 비율과 용도 기준이 달라질 경우 특혜 논란과 부동산 투기 가능성이 커지고, 개별 조합의 수익성과 주민 갈등에 따라 과밀개발과 사업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특히 자치구 경계에 걸친 지역은 통합적인 계획 수립이 어려워져 구역 간 형평성 논란과 주민 갈등이 심화될 수 있으며, 500가구 기준을 맞추기 위해 사업지를 인위적으로 분할하는 사례도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숫자 기준에 맞춰 구역을 쪼개는 방식은 정비사업의 본래 취지를 훼손하고 난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어린이집, 경로당, 주민운동시설, 작은도서관 등 단지 내 생활 편의시설도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시는 권한이양의 근거로 제시된 ‘서울시 행정 병목’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습니다. 시에 따르면 정비사업 인허가 권한 9개 가운데 조합설립, 사업시행, 관리처분 등 7개는 이미 자치구가 담당하고 있으며, 서울시 권한은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심의 △사업시행을 위한 통합심의 두 가지뿐입니다. 서울시는 이 두 심의에 소요되는 기간은 약 4개월로, 정비사업 전체 평균 기간인 12년의 2.7%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500가구 이하 추진 사업 193곳 가운데 정비구역 지정 단계에 있는 곳은 31곳(16%)뿐이며, 대부분은 이미 자치구 인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시는 “사업 속도를 좌우하는 핵심은 권한의 위치가 아니라 이주비 대출 규제,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등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라며 “서울시와 자치구의 공정촉진회의 등을 통해 정비사업 기간을 18.5년에서 12년으로 단축한 성과를 거뒀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시는 실제 현장에서는 자치구 단계의 행정 지연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시는 “법적 요건을 충족했음에도 일부 자치구에서 사업시행자 지정 승인을 두 달째 보류하거나, 통합심의를 통과한 사업장에도 갈등 예방을 이유로 민관 합동 TF를 구성하는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주민들도 반대 민원이 있을 경우 자치구 인허가가 지연되는 사례를 이미 여러 차례 경험했다”며 “권한이 자치구로 이양되면 구역 지정 자체가 더욱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시는 “제대로 된 주택을 빠르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일은 단순히 권한을 나누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며 “정부와 여당은 실효성이 낮고 현장의 혼란만 키울 수 있는 정책을 재검토하고, 기존 정비사업이 속도감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보다 강력하고 실질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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