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을 7개월 연속 팔아치웠습니다.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차원에서 3개월 연속 수십조원 규모의 주식을 매도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국내 증시가 조정 국면을 거치면서 외국인의 매도세도 진정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환율, 금리 등 제반 여건도 외국인 귀환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진단입니다.
2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6년 7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의 국내 상장주식 순매도 규모(달러 결제기준)는 31조664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30조7760억원을, 코스닥시장에서 8890억원을 순매도했습니다.
이에 따라 올 1월부터 시작된 외국인 순매도 행진은 7개월째 계속됐습니다. 코스피지수가 5000을 넘겼던 올해 초 외국인은 980억원을 내다팔았습니다. 중동 전쟁 리스크가 고조됐던 3월에는 순매도 규모가 43조5050억원으로 크게 불어났습니다.
지정학적 위기에도 국내 증시가 빠르게 안정을 찾으며 4조원대로 줄어들었던 순매도 금액은 지수가 연일 급등세를 연출했던 5월과 6월 각각 47조190억원, 49조3360억원으로 대폭 증가했습니다. 실제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5월7일부터 6월11일까지 24거래일 연속, 6월19일부터 7월7일까지 13거래일 연속 팔자 행진을 기록했습니다.
급등과 급락이 반복됐던 7월에도 외국인들은 매도세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 규모는 전달보다 30% 이상 감소했습니다. 7월 말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의 누적 순매도 규모는 195조2260억달러에 달합니다.
다만 8월 이후 시장에서는 외국인 수급 방향 변화 조짐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7월 말 정부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규제 시행으로 시장의 변동성이 완화되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리밸런싱 수요 역시 줄어든 까닭으로 풀이됩니다. 한국거래소 집계(체결기준)에 따르면 지난 20일까지의 월간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3조원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6월까지만 하더라도 코스피가 독보적으로 오르다보니 리밸런싱 차원에서 포트폴리오 구성에서 코스피의 비중이 줄었다"면서 "7월들어 급락이 나타나면서 리밸런싱 매도를 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환율이 1560원대에서 1400원 초반대로 내려오면서 외국인 수급이 풀리는 상황이 생겼다"며 "매도가 잦아들고 상황에 따라 매수 전환을 할 수 있게 됐다"고도 덧붙였습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상무도 "외국인이 완전히 돌아왔다고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매도 압력이 확실히 좀 줄었다고는 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는 "환율이 1400원대 밑으로 내려가고 한국과 미국 간 금리 차도 줄어있다보니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사는 부담이 많이 완화됐다"고 부연했습니다.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전망에서도 외국인 매도세가 완화될 것이란 조짐들이 포착됩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발간한 투자 보고서에서 한국 주식 투자 비중 확대를 제시했습니다. MSCI 코리아의 향후 12개월 예상 PER이 약 5.3배까지 하락,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저점인 6.7배보다도 낮다는 이유에섭니다. 골드만삭스는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 하락은 지수 내 대형 기술주 2개 종목이 주도했다"며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종목들의 밸류에이션도 지난 20년 중 하위 13% 수준으로 낮다"고 진단했습니다. 밸류에이션의 투자 매력도가 높은 편이란 설명입니다.
이들은 또 "컨센서스 기준 2026과 2027년 EPS 성장률은 각각 305%, 36%로 글로벌 주요 주식시장 중 가장 높다"면서 "지정학적 환경과 AI CapEx 사이클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에도 이익 추정치는 계속 상향되고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모건스탠리도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비중확대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레버리지 ETF와 헤지펀드, 개인 신용거래 포지션이 한꺼번에 정리되면서 기술적 매도가 나타났다"며 "시장에 쌓였던 레버리지와 쏠림 현상이 상당 부분 해소되면서 한국 주식을 다시 매수할 만한 가격대가 형성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이경민 연구원 역시 "원달러 환율이 조금 더 내려갈 여지가 있고 해외 환경도 풀리게 되면, 특히 트럼프와 관련한 이슈들이 진정되면 9월, 10월까지는 외국인이 수급적으로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유가, 금리 등의 추이를 감안하더라도 지금까지 매수 여력이 제한적이었던 상황이 풀려 매수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고 짚었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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