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 뽑는데 '세대주'만 투표…인권위 "여성 배제는 간접차별"
여성 이장 8.43%…세대주 중심 규정에 참여 제한
인권위 "조례·정관 손질…성별 불균형 점검 필요"
2026-08-19 17:15:53 2026-08-19 17:27:53
[뉴스토마토 남윤서 기자] 일부 농어촌에서 이장을 뽑을 때 주민총회 참석권이나 의결권을 '세대주'에게만 주는 규정이 여성에 대한 간접차별이 될 수 있다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습니다. 성별을 직접 제한하지 않더라도 세대주가 주로 남성인 농어촌 현실에서는 여성 주민이 이장 선출 과정에 참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겁니다.
 
국가인권위원회 모습. (사진=연합뉴스)
 
19일 인권위 결정문에 따르면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지난 4일 읍·면을 둔 기초자치단체장과 행정안전부·농림축산식품부·성평등가족부 장관 등 관계 부처 장관에게 이장 선출 및 임명에서 특정 성별에 불리하지 않도록 관련 조례와 규칙을 다시 살펴보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 2023년 전북 한 마을에서 제기된 진정을 계기로 직권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진정서에는 이 마을에서는 60년 동안 여성 이장이 한 명도 나오지 않을 뿐 아니라 여성을 이장 후보로 추천한 적도 없었으며, 후보 추천권을 가진 마을개발위원회에도 여성 위원이 없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에 인권위는 지난 2023년 4월 해당 진정 사건을 조사한 뒤 시정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이후 인권위는 기초자치단체 단위에서의 성차별적 관행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직권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강원도 등 9개 광역자치단체 소속 기초자치단체의 조례와 규칙, 최근 10년간 이장 임명 현황과 마을회 정관 등을 조사한 결과, 2014년부터 2023년까지 2만8517개 행정리에서 이장을 선출하거나 임명한 사례 10만7945회 가운데 여성은 9104회로 8.43%에 그쳤습니다. 반면 남성은 9만7812회로 90.61%를 차지했습니다.
 
기초자치단체 조례와 규칙에서는 이장 자격을 특정 성별로 제한한 규정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총회에 참석하거나 투표할 권리, 이장 후보를 추천할 권리를 세대주나 세대 대표 1명에게만 줬습니다.
인권위는 세대주 중심의 참여 규정이 "여성의 투표권 및 의사결정 참여 기회를 제한하는 간접차별적 효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마을개발위원회나 지역 인맥 등 후보 추천과 선출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남성 중심으로 작동하면 여성은 이장 후보로 나서는 단계부터 제약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인권위는 "(이장 선출·임명의) 성별 불균형을 단순히 기초자치단체의 규칙이나 마을회 정관의 직접적인 결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사회문화적 관행과 돌봄 부담의 불균형, 비공식 네트워크 구조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습니다.
 
이에 인권위는 기초자치단체장에게 "'세대주' 또는 '세대 대표'와 같은 표현은 특정 성별에 구조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주민'이나 '마을에 거주하는 성년 주민' 등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또 행정안전부에는 "이장 선출·임명 관련 조례와 규칙 및 성별 현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행안부, 농림축산식품부, 성평등가족부 등 관계 부처에는 "농어촌 지역 의사결정 구조의 성별 불균형을 줄이기 위해 마을회 정관 표준안을 마련해 보급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밝혔습니다. 
 
남윤서 기자 nyyyse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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