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남윤서 기자] 일부 농어촌에서 이장을 뽑을 때 주민총회 참석권이나 의결권을 '세대주'에게만 주는 규정이 여성에 대한 간접차별이 될 수 있다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습니다. 성별을 직접 제한하지 않더라도 세대주가 주로 남성인 농어촌 현실에서는 여성 주민이 이장 선출 과정에 참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겁니다.
19일 인권위 결정문에 따르면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지난 4일 읍·면을 둔 기초자치단체장과 행정안전부·농림축산식품부·성평등가족부 장관 등 관계 부처 장관에게 이장 선출 및 임명에서 특정 성별에 불리하지 않도록 관련 조례와 규칙을 다시 살펴보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 2023년 전북 한 마을에서 제기된 진정을 계기로 직권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진정서에는 이 마을에서는 60년 동안 여성 이장이 한 명도 나오지 않을 뿐 아니라 여성을 이장 후보로 추천한 적도 없었으며, 후보 추천권을 가진 마을개발위원회에도 여성 위원이 없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에 인권위는 지난 2023년 4월 해당 진정 사건을 조사한 뒤 시정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이후 인권위는 기초자치단체 단위에서의 성차별적 관행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직권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강원도 등 9개 광역자치단체 소속 기초자치단체의 조례와 규칙, 최근 10년간 이장 임명 현황과 마을회 정관 등을 조사한 결과, 2014년부터 2023년까지 2만8517개 행정리에서 이장을 선출하거나 임명한 사례 10만7945회 가운데 여성은 9104회로 8.43%에 그쳤습니다. 반면 남성은 9만7812회로 90.61%를 차지했습니다.
기초자치단체 조례와 규칙에서는 이장 자격을 특정 성별로 제한한 규정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총회에 참석하거나 투표할 권리, 이장 후보를 추천할 권리를 세대주나 세대 대표 1명에게만 줬습니다.
남윤서 기자 nyyyse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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