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미국 30년 만기 국채금리가 19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으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경제지표로 진정세를 보였던 인플레이션 공포가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연장 거부로 다시 살아나면서 국제유가와 미 장기 국채 수익률을 동시에 끌어올렸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역대급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와 최근 폭증하고 있는 인공지능(AI) 관련 회사채 발행이 채권시장 수요를 흔들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개장 종이 울리자 트레이너들이 모니터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 국채시장 덮친 장기물 발작…글로벌 금융시장 긴장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3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5bp(1bp=0.01%포인트) 오른 5.31%까지 급등했습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초기였던 지난 2007년 6월 기록한 5.44%에 육박한 수준입니다. 이날 20년물도 한때 5.3%대로 상승했고, 10년물 금리도 4.72%대로 올랐습니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미국의 소비·물가 지표가 잇따라 둔화했는데도 장기 국채금리는 거꾸로 치솟고 있다는 점입니다. 앞서 지난주 발표된 7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습니다. 같은 달 비농업 고용도 예상과 달리 감소했고 5월과 6월 고용 증가 폭 역시 하향 조정됐습니다. 7월 소매판매도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그럼에도 미 장기금리가 치솟았는데, 급등 배경으로는 우선 수급 불균형이 꼽힙니다. 막대한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한 국채 발행이 이어지는 가운데, AI 인프라 투자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들의 장기 회사채 발행까지 급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미·이란이 지난 6월 체결한 종전 MOU의 60일 협상 시한이 이날 종료되고, 양측 모두 연장 거부 입장을 밝히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로 인한 에너지 공급 차질 우려로 인플레이션 공포가 다시 불거진 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 같은 이유로 국제유가도 뛰었습니다. 실제 이날 ICE 선물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2.65% 오른 배럴당 90.87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종가 기준 브렌트유의 배럴당 90달러 돌파는 7월31일(90.12달러) 이후 17일 만입니다. 뉴욕상업거래소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전 거래일보다 2.55% 뛴 배럴당 84.50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문제는 미국뿐 아니라 일본, 프랑스, 독일 등 전 세계 장기 채권이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2.93%, 3%에 근접하며 199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프랑스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2009년 이후 최고치를 보였습니다. 독일 국채 수익률 역시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한국 역시 미국발 금리 불안이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실제 이날 한국거래에서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08.11포인트(1.55%) 내린 6869.83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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