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금융당국이 비거주 1주택자의 전세대출 예외 인정 여부를 은행 여신심사위원회 판단에 맡기면서 보수적인 심사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금융당국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 포지티브 규제를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시중은행 판단입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8·13 부동산 대책에 담긴 비거주 1주택자의 전세대출 예외 적용을 앞두고 내부 심사 기준과 전산 시스템 등을 정비하는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정부는 수도권·규제지역 내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가 해당 주택을 임대하면서 본인과 배우자 모두 해당 주택에 실제 거주한 이력이 없는 경우 전세대출보증을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부모 봉양이나 직장 이동 등 불가피한 사유가 명백한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하고 각 은행의 여신심사위원회가 차주의 사정을 개별적으로 판단하도록 했습니다.
은행권은 여신심사위원회가 개별 판단을 하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대출이 제한된다는 내용은 알지만 예외적으로 어떤 경우까지 인정할지는 세부 기준이 있어야 판단할 수 있다"며 "은행이 자체적으로 기준을 만들기에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금융위 관계자는 "해당 제도는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것이라 지금 대출이 막혀 있는 상황도 아니고, 현재는 시행에 맞춰 은행들이 내규나 행정지도, 전산 시스템 등을 마련하는 과정"이라면서 "실제로 거주했는지 여부와 주소지 이전 여부 등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또한 "이 같은 내용은 이미 보도자료와 브리핑을 통해 은행 측에 안내했다"고 말했습니다.
금융위는 모든 예외 사례를 사전에 규정하기보다 개별 차주의 상황을 금융사가 직접 판단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에 맞다고 보고 있습니다. 은행이 판단하기 어려운 사례를 당국에 질의하면 유권해석을 내리고, 이를 금융권 전체에 공유해 심사 기준을 보완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은행 입장에선 일정 부분 재량을 부여하더라도 실제 심사에서는 예외 인정 범위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입니다. 예외를 인정한 대출이 향후 규제 회피나 부실 심사로 문제가 될 경우 은행이 심사 과정과 판단 근거를 설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은행 관계자는 "기준이 있다고 하더라도 최종적으로 차주의 사정을 판단하고 승인하는 것은 은행"이라며 "사후 책임까지 고려하면 명확한 사례가 아닌 경우에는 보수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실거주 여부를 은행이 판단하도록 하면서 형식적인 전입신고를 통한 규제 우회 가능성도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대책 발표 직후 금융권에서는 비거주 1주택자가 전입신고만 해놓고 실제로는 거주하지 않는 방식으로 실거주 요건을 충족하는 것처럼 속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제 거주 여부를 단순히 전입신고 여부만으로 판단할 경우 제도의 허점이 될 수 있는 만큼, 은행이 어떤 방식으로 실거주를 확인할지도 향후 심사 과정에서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특히 전입신고를 한 뒤 짧은 기간만 거주하거나 실제 거주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주소지를 옮기는 경우를 어떻게 판단할지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은행별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도 부담입니다. 비슷한 사정을 가진 차주라도 각 은행 여신심사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예외 인정 여부가 달라질 경우 소비자 입장에서는 혼란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번 규제가 전세대출보증을 제한하는 방식이라 보증기관의 세부 기준도 필요합니다. 주택금융공사(HF), 주택도시보증공사(HUG), SGI서울보증 등 보증기관이 관련 내규와 업무 기준을 마련해야 은행도 이를 반영해 심사와 전산 절차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입니다.
은행 관계자는 "전세대출은 보증기관의 보증이 필요한 상품이기 때문에 은행 내부 기준만 정한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보증기관에서 어떤 기준으로 보증할지 정해져야 은행도 그에 맞춰 준비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실무적으로 애매한 부분이 있다면 어떤 사례가 애매한지 은행권에서 구체적으로 알려달라"며 "그레이존이 있다면 관련 사례를 바탕으로 질의응답(Q&A) 등을 만들어 금융권과 공유하는 방식으로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 시내 시중은행 ATM 기기 모습. (사진=뉴시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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