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지렛대 삼아 '투자 압박'…트럼프 청구서에 '한반도 격랑'
정상 간 통화 발언 '이례적 공개'…"한국에 대한 경제적 불만"
2026-08-18 17:57:28 2026-08-18 18:04:07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우리 정부의 3500억달러 대미 투자가 '고차방정식'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8월 말 9월 초 발표 예정인 대미 투자 1호 사업이 사업성 문제와 한·미 간 막판 쟁점으로 지연되는 와중에 북한을 지렛대로 삼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투자 압박'이 더해진 건데요. 3500억달러 대미 투자 지연에 대한 미국의 불만은 관세와 미국 내 반도체 추가 투자, 한·미 연합훈련 축소, 이란전 지원 등 다방면의 '한반도 청구서'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미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레드록 카지노 리조트 앤드 스파에서 열린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제·안보 뒤섞은 불만 '표출'…브런슨, 국방부 전격 방문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신의 대화 제안에 "응답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해당 대화의 시점이 언제인지,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는지는 밝히지 않았고 북한의 공식적인 반응도 없는 상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발언 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라고 강조했으며,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에게는 한·미 연합훈련의 '대폭 축소'를 지시했습니다. 또 자신의 재임 기간 북한은 "위협적이지 않았고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다"며 김 위원장에 대한 러브콜을 보냈습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이날 국방부 청사를 방문해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훈련 축소 후속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집권 2기 들어 가장 진전된 대북 유화 조처입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청와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를 통해 북·미 정상 간의 우호적인 관계가 의미 있는 북·미 대화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면서 "북·미 대화에 관해 긴밀한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페이스메이커로서 필요한 노력을 해나간다는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우리 정부에게 '희소식'은 아닙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정부에 대한 노골적 불만을 드러낸 겁니다. 그는 이례적으로 이재명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며 이란 문제에 대한 도움을 요청했지만 이 대통령이 "사양하겠다(No, thanks)"고 답했다고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주한미군 주둔 규모를 3만9000명으로 확대하며 "우리는 왜 당신들을 돕는 데 개입하고 있느냐"고 되묻기도 했습니다. 이란전 지원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이 대통령의 답에 대한 반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불만이 표출된 건 우리 정부의 3500억달러 대미 투자가 지연된 탓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소식통 3명을 인용해 "이번 조치(연합훈련 축소)는 행정부 전반에 퍼진 한국에 대한 경제적 불만에서 기인한 면도 있다"며 "당국자들은 한국 정부가 약속 이행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이어 "이번 위협은 대통령이 경제와 안보 관계를 뒤섞는 경향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한 영역에서 발생한 불만이 다른 영역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분석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쿠팡 사태와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 및 이란 전쟁에 대한 기여, 핵추진잠수함 및 원자력 협정 등 안보 현안까지 모두 뒤섞어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는 설명이기도 합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해당 매체에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미온적 반응에) 한국을 한 대 때리고 싶은 것 같다"고도 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미국, 메모리 투자 압박까지...관건은 1호 투자 발표 시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지렛대 삼아 대미 투자 압박을 가하는 건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와 교착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란 전쟁의 여파가 큽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미국 중간선거 승리를 위해 이란 전쟁이 아닌 국내 문제에 집중해야 나름의 선방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하지만 쿠팡 문제와 대미 투자 지연으로 한국 정부를 불신하는 상황까지 봉착했다"고 꼬집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을 워싱턴 D.C.로 급파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대미 투자 문제를 둘러싼 협상에 들어갔습니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에 대한 직권 면직 이후 한·미 통상에 빨간불이 들어온 영향인데요. 
 
미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3대 메가프로젝트'와 관련한 발표 이후 미국 내 메모리 반도체 투자까지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여기에 핵추진잠수함과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까지 함께 맞물리면서 한·미 동맹에도 균열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해 "사실이 아니다"라는 공식 입장을 나타내고 있지만, 미국의 압박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위 실장은 "우리 정부는 안보를 튼튼히 하기 위한 자강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굳건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한·미 간 연합훈련 등에 대해서 미 측과 조율을 계속해 왔다"면서 대미 투자 압박의 고리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에 선을 그었습니다. 우리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미 투자 압박을 고려해 8월 말 9월 초에는 1호 투자 프로젝트를 발표하겠다는 구상입니다. 관세를 비롯한 트럼프 대통령의 각종 요구가 대미 투자 지연을 빌미로 청구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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