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나라 강이나 호수, 저수지 어디를 가도 온몸이 새까만 새가 자맥질을 하거나 날개를 펴고 젖은 깃털을 말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바로 '민물가마우지'입니다. 불과 십수 년 전만 해도 한반도에서 겨울을 나거나 잠시 들렀다가 가는 귀한 나그네새 취급을 받던 이 녀석들이 언제부터인가 아예 짐을 싸 들고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한강과 중랑천이 인접한 서울 건국대 일감호에서도 번식할 정도랍니다.
민물가마우지가 포항 형산강에서 숭어를 낚아채고 있다.
남중국과 동남아 등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던 개체들이 기후변화와 서식 환경 변화를 타고 북상하면서, 이제는 전국 방방곡곡의 하천을 점령하다시피 한 것이죠. 일각에서는 중국 싼샤댐 건설 이후 수계 변화나 온난화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내놓습니다. 한반도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변하고 있는 과정에서 아열대 기후에 살던 녀석들이 기회의 땅을 찾은 것이지요.
민물가마우지는 몸길이 80cm 안팎의 큼직한 물새입니다. 수심 깊은 곳까지 재빠르게 잠수해 물고기를 낚아채는 대단한 포식자죠. 번식기가 끝나면 떼를 지어다니며 강이나 호수의 물고기를 사냥합니다. 문제는 이들의 입맛이 보통이 아니라 하루에도 엄청난 양의 물고기를 싹쓸이한다는 점입니다.
강원도 영월, 정선의 동강은 과거 비오리들의 터전이었지만, 민물가마우지가 떼로 몰려들어 번식하고 자리 잡으면서 최근에는 번식하는 비오리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지경이 되었습니다. 하천의 어족 자원이 급감하다 보니 지역 주민들과 어민들의 한숨도 날로 깊어지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민물가마우지의 독한 배설물도 큰 문제입니다. 강가나 하중도(河中島)의 버드나무와 숲에 모여 살다 보니 강산성 배설물이 쌓이면서 나무들이 하얗게 말라 죽는 백화현상과 고사가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팔당댐의 족자섬이나 서울 여의도 밤섬, 전국의 주요 저수지 섬들이 이 하얀 배설물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지요. 여의도 밤섬에서는 소방선까지 동원해 나무를 씻어내고 둥지 틀기를 막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민물가마우지들이 서울 성동구 건국대 일감호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역사와 문화 속을 들여다보면 민물가마우지는 인간과 사뭇 흥미로운 관계를 맺어왔습니다. 동남아나 중국, 일본 일부 지역에서는 오랜 옛날부터 민물가마우지 목에 목걸이를 묶어 물고기를 잡게 하는 '가마우지 낚시'(가마우지 어법)가 전통문화로 이어져 내려왔습니다. 새가 삼킨 큰 물고기를 목에서 토해내게 하는 방식인데, 현대 기준으로는 '동물 학대 아니냐'는 논란과 시선이 팽배하지만, 과거 농경·어로 사회에서는 인간과 새가 결합한 독특한 생계 방식이자 문화유산이기도 했습니다.
자연 속에서 민물가마우지는 어떨까요? 뜻밖에도 다른 새들과 독특한 콤비네이션 사냥을 펼치기도 합니다. 바닷물이 밀려드는 강하구에 숭어 치어가 무리 지어 올라올 때면, 민물가마우지 떼가 물고기를 쫓으며 자맥질을 시작합니다. 그러면 물속이 흔들리고 놀란 물고기들이 물가나 수면으로 튀어 오르지요.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저어새들이 쫓아가 수저 모양의 주둥이로 가장자리의 작은 물고기들을 훑고, 중대백로나 왜가리는 물 밖으로 튕겨 나가는 물고기를 가만히 기다렸다가 날름 낚아채는 '어부지리' 사냥을 즐깁니다. 미운 털이 박힌 민물가마우지이지만, 강하구 생태계에서는 본의 아니게 다른 새들에게 풍성한 밥상을 차려주는 조역이 되는 셈입니다.
현재 한반도 내에서는 민물가마우지를 제어할 마땅한 천적이 없습니다. 겨울철에 맹금류인 흰꼬리수리가 하늘에서 가끔 위협적으로 공격하거나 덮치는 모습을 목격하곤 하지만, 실제로 사냥해서 먹어 치우는 일은 극히 드뭅니다. 천적이 없는 유토피아에서 민물가마우지는 겨울철에도 한강과 전국 주요 수계를 오가며 물고기의 씨를 말리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겨울이 따뜻해지고 서식 환경이 완전히 바뀐 상황에서, 민물가마우지의 지나친 독점은 하천 생태계의 균형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맹금류를 이용해 일시적으로 내쫓거나 번식지를 관리하는 미봉책을 넘어, 생태계의 다채로움과 인간의 삶터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개체수 관리와 장기적인 생태 대책이 시급한 때입니다. 강을 삼킨 검은 새, 민물가마우지와의 지혜로운 공존 법칙을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글·사진=김연수 생태칼럼니스트 wildik02@naver.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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