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선영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5년 무이자, 거치식 할부, 계약 해제가 가능한 토지리턴제 등 역대급 조건을 내걸었음에도 양주옥정·구리갈매 등 수도권 비공동주택용지 31필지가 전량 유찰됐습니다. 이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침체, 높은 공사비 및 PF 대출 규제, 기존 상가·지식산업센터의 공실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업계는 오피스텔 세제 혜택 기준 상향 및 주택용지로의 용도 변경 등 근본적인 구조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12일 LH청약플러스에 따르면 양주옥정 근린생활시설·복합·근린상업용지 19필지는 전날 이뤄진 개찰에서 전 필지 유찰됐습니다. 예정가격은 1129억2089만원입니다. 근린상업용지 17필지, 근린생활시설용지 1필지, 복합용지 1필지로 LH는 토지리턴제와 거치식 할부를 중복 적용했습니다. 대금 납부 부담을 낮추고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계약 해제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지만 매각으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같은 날 개찰한 구리갈매역세권 근린생활시설용지 12필지도 모두 유찰됐습니다. 예정가격은 446억1015만원으로 양주옥정과 구리갈매역세권 31필지의 공급 예정가격은 총 1575억3104만원입니다. 공급면적은 필지별 582~1264㎡, 예정가격은 27억여원에서 63억여원 수준입니다. 구리갈매 12필지는 지난 7월2일과 8월3일에 이어 8월11일까지 세 차례 연속 전 필지 유찰됐습니다.
LH는 지난 6월23일 구리갈매 12필지를 5년 무이자 분할납부와 18개월 거치 조건으로 재공급했습니다. 7월2일 전 필지가 유찰되자 7월24일 재공급부터 토지리턴제를 추가했습니다. 조건을 더 풀었지만 8월3일 다시 모두 유찰됐고, 다음 날 같은 조건으로 재공급한 물량도 11일 개찰에서 전 필지 유찰됐습니다. 토지리턴제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매수자가 계약 해제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 판매 방식입니다.
토지 혜택보다 큰 금융·시장 악재
LH는 최근 의정부고산 근린생활시설용지와 고양지축 일반상업용지 등 수도권 비공동주택용지에도 5년 무이자와 거치식 할부, 토지리턴제 등을 적용해 공급하고 있습니다. 의정부고산 근린생활시설용지는 5년 무이자·18개월 거치에 토지리턴제를 적용했고, 고양지축 일반상업용지도 1년6개월 거치·5년 무이자에 토지리턴제를 붙였습니다. 고양삼송 도시지원시설용지도 5년 무이자와 토지리턴제를 적용해 재공급에 나섰습니다.
LH 관계자는 “최근 상업용 부동산 수요가 전반적으로 위축돼 있어 이러한 시장 상황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양주옥정에 대해서는 “부동산 경기 침체, 대출 통제 기조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양주옥정과 구리갈매역세권은 모두 다시 공급할 예정이며 현재 가격이나 납부 조건을 조정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9·7 주택 공급 확대 방안에서 조성 예정인 민간 매각 공동주택용지를 LH 직접시행으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민간 시행사나 건설사가 공공택지를 사들여 아파트를 공급하던 방식에서 LH가 시행을 맡고 민간은 설계·시공 등에 참여하는 구조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업무보고에서도 ‘민간 매각 없이 LH가 직접 공공주택을 공급’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습니다. 조성 예정인 민간 매각 공동주택용지가 직접시행으로 넘어가면서 민간이 LH 토지를 사들여 개발하는 영역은 근린생활시설·상업·업무 등 비공동주택용지 쪽으로 무게가 옮겨 가고 있습니다.
오피스텔이나 상업시설, 지식산업센터 등을 개발하려면 토지대금과 공사비를 감당하면서 PF를 일으켜야 하고 준공 뒤 분양이나 임대 수요까지 확보해야 합니다. 한국디벨로퍼협회 관계자는 “기존에 개발한 상가나 지식산업센터도 공실이 워낙 많고 미분양인 상황도 많아 시행사들이 추가로 개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계약 조건이 좋더라도 검토 자체를 많이 안 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현행 지방세법 시행령은 2027년 말까지 신축 오피스텔 가운데 전용면적 60㎡ 이하, 수도권 취득가액 6억원 이하인 경우 취득세 중과 적용을 위한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한국디벨로퍼협회 관계자는 “토지가격과 공사비를 감안하면 현재 6억원 기준보다 조금 더 높아야 사업성이 나온다는 얘기가 업계에서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수요가 약한 비주거용지를 주택용지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내놨습니다.
토지를 확보한 뒤에도 본PF를 거쳐 공사비를 마련하고 준공 뒤 분양까지 이어져야 합니다. 예상 분양 수입으로 공사비와 금융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신규 사업 검토부터 줄어듭니다. 협회 관계자는 “비주거시설 수요 자체가 많이 줄다 보니 PF 수요도 많이 줄었다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선영 기자 sunny6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