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희 기자] 서울 마곡의 한 토지임대부 주택이 우여곡절 끝에 입주를 코앞에 두고 은행권 대출 조건을 확정됐지만, 시장의 혼선은 여전합니다. 사전청약자에 한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최대 80%까지 인정하는 등 같은 단지 내에서도 청약 시기에 따라 대출 조건이 달라지는데요. 정부는 사전청약 당시 약속한 금융지원 조건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본청약 당첨자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주요 은행은 전날 '주택도시기금대출' 약정서를 변경했습니다. 입주를 불과 17일 남겨두고 대출 정책을 확정한 셈입니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사전청약 당첨자의 대출 요건을 완화한 것이 골자입니다. 변경된 내용은 시행일 이후 신규 접수분부터 적용됩니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등 공공기관이 토지 소유권을 갖고, 건물만 분양 계약자에게 넘기는 구조입니다. 건물 소유권만 부여받은 계약자는 주변 시세의 반값 수준으로 분양받을 수 있어 이른바 '반값 아파트'로 불립니다.
대신 계약자는 매달 땅값에 대한 임대료를 내야 합니다. 주택 소유 기간은 최장 80년입니다. 거주의무기간은 5년, 입주 후 10년이 지나면 전매 제한도 풀립니다. 저렴한 가격으로 무주택 시민들의 내 집 마련 기회를 확대했다는 점에서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을 받습니다.
구체적으로 이번에 바뀐 약정서에는 사전청약 당첨자의 경우 일반 당첨자보다 완화된 대출 요건을 적용받는다는 내용이 명시됐습니다. 자산심사를 받지 않는 것은 물론 주택가격 제한도 없습니다. 대출 한도는 최대 5억원으로 확대됐고, 생애 최초 여부와 관계없이 LTV 최대 80%까지 적용받습니다.
일반 당첨자가 자산심사를 거쳐 LTV 60%를 적용받는 것과 대비됩니다. 일반 당첨자는 대출 대상 주택가격도 일반·전세사기 피해자는 5억원, 신혼·2자녀 이상은 6억원, 신생아 특례는 9억원 이내로 제한됩니다.
이번 조치는 최근 서울 강서구 마곡17단지(577가구)에서 불거진 잔금대출 논란을 반영한 후속 조치입니다. 마곡17단지는 지난 2022년 사전청약, 올해 3월 본청약을 진행한 토지임대부 공공분양 주택입니다. 입주는 이달 28일 시작합니다.
사전청약 당시에는 연 1.9~3.0% 금리에 LTV 80%, 최대 5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고 안내됐지만, 입주 시점에는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LTV 60%를 적용받게 됐습니다. 여기에 소액임차보증금 공제(방공제)까지 적용되면서 실제 대출 가능 금액이 줄어 잔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잇따랐습니다.
여론이 나빠지자 정부는 사전청약 당시 안내한 금융지원 조건을 유지하기로 말을 바꿨습니다. 이에 따라 사전청약 당첨자에 대해서만 기존 대출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약정서 개정으로 정부가 유지하기로 한 사전청약 당첨자 대상 금융지원 기준이 은행권 실무에 공식 반영됐습니다.
그러나 본청약 당첨자들은 같은 단지에 당첨됐는데도 청약 시기에 따라 대출 조건이 달라지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당장 임대를 줄 수 없는 토지임대부 주택에 방공제를 적용하는 것 역시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방공제는 임차인 보호에서 출발한 제도입니다. 금융기관이 담보대출을 실행할 때 임차인이 경매 상황에서 최우선으로 변제받을 금액을 미리 담보가치에서 빼는 겁니다. 서울 기준으로 방 한개에 5500만원이 적용됩니다.
한 마곡17단지 본청약 당첨자는 "같은 단지, 같은 평형인데 대출 조건이 다르다는 건 형평성에 어긋나고, 대출이 제대로 안 나온다면 청약 포기자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일반 당첨자는 LTV 60%에 방공제 5500만원을 빼니 실대출은 LTV 40% 정도에 불과하다"고 토로했습니다.
마곡17단지를 비롯해 이달 본청약을 앞둔 고덕강일3단지(1305가구) 입주 예정자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방공제 면제 등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정부에 개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SH 역시 방공제 적용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SH 관계자는 "의무 거주 5년, 전매 제한 10년이 적용되는 공공분양주택은 방공제 면제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마곡17단지의 경우 주거 사다리 확대라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취지를 고려해 본청약자 대상 대출 조건 완화도 국토부에 지속적으로 건의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진희 기자 lj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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